[양정훈의 월드컵 현장 관찰기 ㉑] 일본도, 스웨덴도, 끝까지 골을 넣으려고 했다
<베스트일레븐> 댈러스(미국)-양정훈 칼럼니스트

후반 11분, 후방에서 직선 침투 패스를 이어받은 마에다 다이젠은 따라붙은 스웨덴 수비를 따돌리고, 골키퍼 옆으로 굴러 들어가는 땅볼 슛으로 일본에 선제골을 안겼다. 그러자 댈러스 스타디움의 중앙 천장에 매달린 초대형 HD 스크린(스탠드 6층 좌석에서 바라보면 분명 평범한 크기 거실의 55인치 TV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에는 득점자의 모습보다 앞서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 나나미 히로시 코치가 있는 벤치 쪽이 꽤 긴 시간 잡혔다. 이 굉장히 기묘한(?) 카메라워크가 이날 경기의 골과 승패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스란히 드러낸다.
다른 경기장의 네덜란드와 튀니지 대결의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에 이 선취점은 곧 32강에서 브라질과의 까다로운 대결 성사가 한 걸음 더 가까워졌음을 뜻했다. 득점자의 환희보다, 코칭스태프의 반응이 더욱 궁금했던 것이다. 일본의 감독과 코치는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을 지으며 서로 얼싸안았다. 공격의 목적인 슈팅을 달성하고, 그 슈팅이 골로 연결되면서 축구 경기의 목적인 승리의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강호 브라질과 맞붙게 되는 부담스러운 토너먼트 첫 경기라는 운명은 어디까지나 승리를 달성함으로써 따라오는 결과일 뿐, 그 자체가 추구 대상이거나 회피 대상일 수는 없다는 강한 주장으로 읽혔다.



도 그라운드 위 선수들이 끊임없이 미세한 움직임을 만들어 냈다. 그러면서도 전형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유지하며 포제션 수치로 나타나는 그 이상의 위압감을 표출해 냈다. 특히 볼을 탈취하는 순간, 동시다발적으로 일으키는 직선 방향의 전진 흐름은 이 팀이 가진 공격 전개 이미지가 얼마나 깊숙이 공유되고 있는지 알아챌 수 있는 척도였다. 공유된 이미지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동료에 대한 충분한 신뢰가 바탕에 깔리지 않았다면, 전반 21분 장면처럼 하프라인 너머 상대 진영에 발을 들인 7명 전원이 동시다발적, 진취적, 역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는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1점 차로 패하더라도 다득점에서 다른 조 3위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스웨덴이었지만,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대신 만회를 위해 과감한 공격에 나섰다. 상대 파이널 서드에 진입하는 인원수를 늘렸고, 페널티 에어리어 측면 공략을 강화했다. 이런 적극성이 결실을 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실점 후 6분만인 후반 17분, 곧바로 동점골이 터졌다. 오른쪽 페널티 에어리어 모서리에서 파 포스트를 향해 날린 안토니 엘랑가의 왼발 슛이 그대로 그물 안에 꽂히며 스코어의 균형이 맞춰졌다.



남은 정규 시간은 28분여, 일본과 스웨덴이 이 경기의 마무리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32강 진출에 중심을 둔 관점에서 두 팀 모두에 크게 해가 없는 이대로의 1-1 상황을 유지하자는 암묵적 동의가 생겨날 수도 있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승리라는 축구 경기의 목적에 충실히 다가가려는 양쪽의 노력에 정체, 안주, 안일, 해이와 같은 단어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일본은 공수에 걸쳐 활동량이 많았던 도안 리츠를 내리고 지난 튀니지전에서 골맛을 본 이토 준야를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스웨덴 역시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상대 골문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후반 19분, 알렉산더 이삭이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날린 미들 슛은 스즈키 자이온의 선방이 없었다면 일본의 골네트를 다시 갈랐을 것이다. 승점 3을 향한 공방은 우열을 가리지 못한 채 결말을 맞이했지만, 32강의 상대가 누가 될지는 부차적인 사안으로 미루고 축구의 목적 달성에 집중했던 일본과 스웨덴은 댈러스 스타디움에 자리한 70,137명의 관중, 그리고 중계를 시청한 전 세계 수많은 축구팬들에게 다시 한번 축구의 아름다움을 맛볼 기회를 선사했다.

일본은 조 2위로, 스웨덴은 조 3위로 32강에 진출했다. 일본은 브라질과 만나고, 스웨덴의 상대는 남은 조별리그 일정이 끝난 뒤 확정된다. 경기가 끝나고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돈 건, 최신식 실내경기장에 추울 정도로 '빵빵'하게 가동된 에어컨 때문만은 아니었다. 좋은 내용의 축구를 접한 기쁨의 전율은 밤이 찾아든 20시에도 섭씨 33도를 가리키는 댈러스의 더위 속에서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일레븐
ⓒ(주)베스트일레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