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아래 오래된 동네에 자리 잡은 자유의 집, 후암동 '반반'

후암동 반반
구불구불 오래된 골목길에 들어선 반듯하고 부드러운 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유로운 일상을 찾아 결심한
누구와도 같지 않은 단 하나뿐인, 가족을 위한 집이다.
주택 뒷면으로는 언덕 위의 주거지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이 남아있다. 이쪽 방향으로 주택의 형태를 부드럽게 밀어넣는 건 형태적 재미와 함께 지나는 이들을 배려한 결과물이다.

똑같은 아파트가 싫어서 떠나 지은,
남산 아래 작지만 꽉찬 집

김학연, 조호영 씨 부부는 첫 보금자리는 아파트가 아니었으면 했다. 거실 위에 거실이 있는 똑같이 반복되는 평면이 지루했고, 대한민국 평균에 맞춰지는 동선과 사이즈가 불편했다. 내 집인데도 위아래를 신경 쓰고 쓰이는 것도 힘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취향에 맞춘 집’에 대한 갈증이 컸다. 그렇다고 직장이 있는 도시를 떠나는 것도 어려웠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자연도 마주하고 싶었고, 좁고 불규칙하지만 푸근한 동네 골목길이 좋았다. 그런 부부는 조건을 만족시킬 땅을 찾아 수없이 서울을 다녔다. 그러다 남산타워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남산자락 아래, 서울 도심이 한눈에 닿는 후암동에 자리를 잡고 집짓기에 첫발을 내디뎠다.

부부는 공간을 고민하는 과정도 즐겼다. 설치조형 미술가로서 호영 씨의 시야와 학연 씨의 취향이 건축가의 의도와 맞물려갔다. 열한 번에 달하는 미팅이었지만, 집으로 구체화되는 과정 전부가 즐거웠다. 건축은 쉽지 않은 일의 연속이었지만, 그에 대응하며 극복하는 과정 또한 행복했다. 거대한 미술 작품을 만들던 실력으로 매일 집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일을 돕고, 가끔은 현장 기술자들에게 작품 활동에 필요한 스킬도 배웠다. 현장을 찾으며 거닐며 종종 거리에서 마주치는 이웃과의 안부 인사가 자연스러워질 무렵, 부부가 그리던 집은 완성되었다.

침실과 작업실, 드레스룸 겸 취미실 등 프라이빗한 공간이 모인 2층은 순환동선을 이루며 유연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노경
슬라이딩 도어의 설치도 어렵고, 여닫이문으로 인한 데드스페이스도 아쉬운 상황은 접이식 도어로 절묘하게 해결했다.
화장실과 취미실은 벽으로 명확하게 구분해줬다.

SECTION


주택의 곡면에 맞춰 주방가구와 창호를 제작해 설치한 주방. 곡면의 픽스창은 채광과 함께 남산의 풍경을 한눈에 담아낸다. Ⓒ노경
(위, 아래) 꽉 채우지 않고 비워낸 틈이 만든 외부공간은 실내에 여유와 변화를 만든다.

PLAN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후암동
대지면적 : 109.49㎡(33.12평)
건물규모 : 지상 4층
거주인원 : 2명(부부) + 상가1
건축면적 : 51.11㎡(15.46평)
연면적 :163.74㎡(49.53평)
건폐율 : 46.68%
용적률 : 149.55%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11.99m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단열재 : THK 135㎜ 단열재
외부마감재 : STO 외단열시스템
창호재 : 아키페이스 시스템창호
에너지원 : 도시가스
전기·기계 : 원이엔씨
구조설계 : 제이더블유구조기술사사무소
시공 : 아이온디앤씨㈜
설계·감리 : 필동2가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조경빈

검은 구로철판 난간과 콘크리트 폴리싱 계단 바닥이 진중함을 더하는 계단실. Ⓒ노경
매립욕조를 둔 4층 욕실. 바깥으로 3층 테라스를 시야에 넣는다.

멋과 쓸모가 있으면서 변화하는 삶의 모습을 듬직하게 감당해줄 공간

후암동은 좁은 골목길과 가파른 계단, 오래된 주택, 그리고 그만큼 연령대가 높은 이웃이 많은 동네였다. 건축주 부부는 이곳에 주택 설계를 필동2가 아키텍츠 조경빈 소장에게 의뢰하며 이웃에 대한 배려와 주변 환경과의 조화,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구조와 디자인을 주문했다.

조 소장은 집 형태로부터 시작했다. 도로에 면한 전면은 요철 없이 담백하지만, 뒤편 계단을 오를 때는 넓은 곡선을 가진 면을 만날 수 있다. 이를 통해 매일 집 옆 계단을 오르내리는 이웃들에게 새 건물의 압박감 대신 여유와 함께 소소한 의외성과 재미를 주고자 했다. 집 모양을 획일화하기 쉬운 정북일조사선이나 이격거리 등의 제한은 공간이 기능할 수 있는 선에서 오히려 건폐율에 여유를 주는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덕분에 안으로는 1층부터 4층까지 실내외 연계에 따라 다양한 구조를, 밖으로는 건물에 다채로운 표정을 만들 수 있었다. 마감은 그레이 톤의 미장 마감을 적용해 오가는 이웃들의 시각적 피로감을 줄이고 동네에 어우러지도록 의도했다. 그렇게 동네 안 부부의 신혼집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후암동의 풍경 중 하나가 되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천장 - 노출콘크리트 면처리(유로폼) / 바닥 – 지복득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도기), 폰타나(수전)
주방, 거실 가구 : 로우우드 김강신
계단재·난간 : 바닥 - 콘크리트 폴리싱 / 난간 - 구로철판 위 락카 도장 마감
현관문 : 갑종방화문, 아키페이스
방문 : 오크 무늬목문
붙박이장 : 오크목 집성 위 스테인

전원주택의 마당처럼 외부 공간의 여유를 느끼는 옥상정원. 외부 시선은 금속 루버로 걸러줬다.
3층에서 4층으로 오르는 계단실은 지붕선까지 천장이 열려있어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중 하나다. 코너의 수석은 호영 씨 아버님이 기증한 수석.
1층에는 꽃집 겸 카페가 입주했다.
주택 뒷편은 사적지로 지정된 땅이어서 건축이 불가능해 이를 여유 녹지공간으로 풀어냈다.
동네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반반’.

건축가 조경빈 : 필동2가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2016년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담고 있는 서울 중구 필동2가를 시작으로 건축을 만들어가는 공정에 함께 호흡, 건축에서 표현되는 다양한 스케일과 구조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02-572-8732 | https://pd2ga.com

기획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노경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10월호 / Vol.296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