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한국조선해양이 HD현대중공업 지분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그룹의 조선업 중간지주사로 호황기를 맞아 유동성이 넉넉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EB를 발행한 것은 HD현대중공업의 성장성을 바탕으로 사전에 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부터 HD현대중공업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유리한 조건에 EB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월25일 열린 이사회에서 보유 중인 HD현대중공업 보통주 173만576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6000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결의한 뒤 28일 절차를 마쳤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지분 75.02%를 보유하고 있다. EB는 HD현대중공업 지분 1.95%를 대상을 발행되며 교환가격은 기준가 31만5186원에 10% 할증된 34만6705원이다. 인수주체는 사모펀드 운용사 IMM크레딧앤솔루션(ISC)이 출자한 파이프솔루션(3000억원), NH투자증권(1500억원), 큐브피앤아이(1500억원) 등이다.
이번 EB는 만기일인 2030년 3월28일 표면이율과 만기이율이 모두 0%다. EB는 HD한국조선해양이 가진 다른 기업의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EB 이율이 0%이기 때문에 HD한국조선해양은 이자비용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율 0%는 참여주체들이 향후 주식으로 교환해 시세차익을 누리겠다는 의도로 사실상 지분매각의 성격이 짙다.
HD한국조선해양의 모회사 HD현대도 지난해 10월 HD현대일렉트릭 지분 1.99%로 265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이 또한 이율이 0%였으며 HD현대는 확보한 자금을 채무상환에 사용했다. HD현대는 지주사로서 계열사의 배당금이 주된 수익원인데, 이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HD현대오일뱅크의 실적 악화로 배당 규모가 축소되고 현금이 부족해지면서 EB를 발행해 채무를 갚았다.
HD한국조선해양도 중간지주사지만 보유현금은 넉넉하다. 2024년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 7627억원, 단기금융자산 9805억원 등 1조7432억원을 가지고 있다.
이번 EB 발행은 HD현대중공업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사전에 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HD현대중공업 주가는 전년동기의 11만8000원대에서 2배 이상 상승한 27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번 교환가도 기준가 대비 10% 할증됐으며 당장 시장에 주식을 파는 것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HD현대의 조선3사는 최근 호황기를 맞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이 중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14조4865억원, 영업이익 7052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29.1%, 294.8% 증가한 규모다. 이에 따라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3606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에 확보하는 자금을 연구개발(R&D) 및 해외법인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신사업으로 내세운 수소연료전지와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 R&D에 △2025년 2000억원 △2026년 3000억원 △2027년 1000억원 등 6000억원을 투입하게 된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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