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누가 수달의 귀환을 막는가
지난 23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는 전국의 환경단체 50여곳이 참가한 ‘한국수달네트워크’(수달넷) 창립식이 열렸다. 특정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전국 단위 네트워크가 결성된 것은 국내에선 드문 사례다. 2010년 두루미네트워크로 시작, 발전한 한국물새네트워크 정도가 유일하다. 수달이라는 멸종위기 동물 한 종을 위해 환경단체들이 뜻을 모은 것은 수달이 멸종위기종으로서 보호해야 할 대상일 뿐 아니라 한국의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수달 같은 최상위 포식자를 보호하고, 서식지 환경을 잘 보전하는 것은 먹이사슬 아래쪽에 있는 다른 동식물까지 보호하는 효과를 낳는다. 특히 수달처럼 하천과 뭍의 경계에 살며, 물고기는 물론 양서류, 조류, 설치류까지 다양한 동물을 사냥하는 동물은 그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수달은 많은 수의 민물고기를 잡아먹으면서 하천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데 특히 블루길, 배스 같은 외래종이자 생태계 교란종인 물고기의 천적이기도 하다. 하천 생태계의 최고 포식자인 수달은 생태계가 망가지면 서식지 훼손과 먹이 부족 등으로 인해 가장 먼저 사라질 수밖에 없고, 생태계가 회복되더라도 가장 마지막으로 돌아오게 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수달넷에 참가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주목하는 부분도 수달의 이런 특성이다. 이 단체는 앞으로 수달이라는 동물 보호뿐 아니라 수달이 살아가는 하천 환경을 지키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에 주력할 방침이다. 수달넷이 결성된 데는 수달이 서식하는 하천 환경이 전국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거나 이미 파괴되었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수달 서식이 확인됐음에도 하천 훼손이 이어지고 있는 대구 금호강이나 소수력발전소에서 기름이 유출됐던 경남 산청군 엄천강, 하천정비라는 명목으로 훼손되고 있는 경기 오산천 등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겨울 자연적인 호안을 콘크리트로 바꾸고, 갈대밭을 없애버린 서울 중랑천 개발 역시 오랜만에 한강 수계에 나타난 수달의 귀환을 막는 결과를 낳고 있다.
파크골프장,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을 마구잡이로 조성하면서 자연적인 하안을 파괴하고, 인공적인 둔치공원으로 만들었던 4대강 사업은 그야말로 수달 서식지를 송두리째 없애버린 반생태적 파괴행위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와 그에 부화뇌동한 사이비 학자들은 낙동강, 금강, 영산강, 한강 천변의 수달 보금자리를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라 치부한 채 파괴해버렸다.
수달과 관련해 한국과 자주 비견되는 것이 일본이다. 일본에선 하천 환경 파괴로 1960~1970년대부터 수달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일본 정부는 2012년 수달이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아직까지는 국내 여러 하천에서 수달의 모습이 목격되고 있지만 한국의 수달 역시 일본의 친척들과 비슷한 운명에 처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전국 곳곳에서 수달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개발사업이 자행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일본 수달들은 한국 수달들의 ‘오래된 미래’일 수도 있다. 수달넷의 창립이 반가운소식으로 느껴지는 한편, 하천 환경 파괴에 대한 위기감 역시 더욱 높아지게 하는 소식인 이유다.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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