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숨통 죄는 ‘영원히 남는 화학물질’ PFAS 공포

정미하 기자 2023. 5. 2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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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등 5개국, PFAS 금지 법안 제안
PFAS 금지까지 10년, 대비하기엔 짧아
TSMC·보쉬 “장기적으로 감축”
삼성·엔비디아·퀄컴 등 답변 거부

유럽연합(EU)이 지난 3월, 최대 1만 개의 화학 물질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놓고 협의를 시작했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받는 것은 ‘영원히 남는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 사용 금지다. PFAS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물질인 만큼 사용 금지에 앞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 PFAS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이에 미치지 못해 피해가 예상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FT가 유럽, 미국, 아시아 지역 20개 이상의 반도체 공급업체에 PFAS 계획에 대해 문의한 결과 대만 TSMC, 독일 보쉬 등 극소수 업체만 장기적으로 PFAS 감축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인텔은 PFAS를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으나, 삼성·엔비디아·퀄컴·브로드컴·NXP 등은 답변을 거부했다.

미국 환경 보호국 환경 솔루션 및 비상 대응 센터가 PFAS 연구의 일환으로 실험용 샘플을 분류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독일,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5개국은 지난 2월, EU에 PFAS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해당 법안은 2030년 후반까지 PFAS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PFAS가 포함된 제품을 EU로 수입할 때도 적용될 예정이다.

EU가 PFAS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기 전까지 10년 이상이 남았다. 그동안 반도체 제조업체와 공급업체가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화학물질을 개발하고 여러 부문에 걸쳐 생산 공정을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기간에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자동차부터 에너지 산업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반도체 기업에 따라 PFAS 사용 금지에 대한 전략도 다르다. 일부 기업은 PFAS 대안 마련에 적극적이다. TSMC는 2006년부터 PFAS 대체품을 연구했고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TSMC는 PFAS 사용을 중단할 예정이지만, 언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보쉬는 PFAS 대체재 마련에 들어갔지만, PFAS 사용을 너무 일찍 금지할 경우 유럽의 경쟁력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애플은 지난해 말, 장기적으로 PFAS를 단계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3M은 2025년까지 PFAS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지난해 12월 선언했다. FT에 따르면 이후 인텔과 TSMC는 공급업체를 소집했다. 인텔과 TSMC에 장비를 공급하는 미국 업체 관계자는 “인텔과 TSMC는 3M의 발표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기를 원한다”며 “유럽이 PFAC 사용 금지를 추진하자 관련 업계의 문의가 증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일각에선 PFAS 사용 금지 시기를 연기하거나 면제받기 위해 EU를 상대로 로비를 진행 중이다. EU 정치권에 로비하기 위해 연간 300만 유로 이상을 지출한 기업의 4분의 1은 바이엘, 다우 유럽, 바스프와 같은 주요 화학 업체였다. 유럽화학산업위원회는 지난해 EU에 로비하는데 10000만 유로를 썼고, EU 관리들과 최소 5번 이상 고위급 회의를 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세계 최고의 폐기물 회사 수에즈의 PFAS 전문가인 미카엘 칸은 " PFAS 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면 반도체 업계가 매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야 할 것”이라며 “규제가 마련될 것이라는 압력이 없다면 반도체 제조업체나 반도체 기술 회사는 PFAS 사용을 막기 위해 많은 돈을 지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식품 포장재·의류·의료장비에 널리 사용, 암·태아 기형 일으켜

PFAS는 식품 포장재부터 조리 기구, 의류, 카펫, 배터리, 자동차, 의료 장비 등에 사용되는 물질로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9만 개 이상의 화합 물질이다. PFAS는 내열성, 방수성은 물론 기름과 오염에 강한 성격을 갖고 있어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그동안 PFAS는 독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PFAS가 인체에 잔류하고 축적돼 암, 호르몬 기능 장애, 인간의 장기 손상, 태아 기형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미국인 97%의 혈액에서 PFAS가 발견됐다. 또한 PFAS는 자연분해가 되지 않기에 생산 또는 폐기 과정에서 식수, 토양 등에 축적돼 환경 문제와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2019년 개봉한 영화 ‘다크 워터스’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수로에 PFAS를 폐기한 미국 화학기업 듀폰(Dupont) 행태를 고발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건을 다루면서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

PFAS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포터레지시트 등에 사용된다. 현재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PFAS 중 하나인 PFA 플루오르폴리머 가격은 공급 부족으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70~80% 올랐다. FT는 “반도체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PFA 플루오르폴리머는 올해만 20% 이상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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