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 아닌 정치 테마주 재앙…거품 걷히면 곧장 ‘휴지조각’ 악몽

상폐 위기 내몰린 넥스트아이…폴켐·지더블유바이텍 등 정치 테마주 상폐 사례 재현 우려
[사진=연합뉴스]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6·3지선)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묻지마 테마주’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대선 정국마다 기승을 부리던 주요 정치 테마주들이 실적 악화와 경영 불투명성으로 인해 잇따라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린 점을 근거로 무분별한 테마주 투자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적, 재무건전성 등 기업 본연의 기초 체력을 우선시하는 냉정한 투자 습관을 생활화하는 것이 투자 손실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아 조언했다.

주가 70% 하락한 ‘이준석 테마주’ 넥스트아이…정치 테마주 ‘상폐 잔혹사’ 재현 가능성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그동안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테마주로 분류돼 온 코스닥 상장사 넥스트아이 주가는 종기 기준 265원을 기록하며 약 1년 전 대비 40% 넘게 하락했다. 이 대표가 후보로 출마했던 21대 대선 당시 1120원까지 치솟았던 시기와 비교하면 무려 70% 이상 폭락한 수준이다. 그동안 넥스트아이가 ‘이준석 테마주’로 분류돼 온 이유는 이 대표의 부친 이수월 씨가 과거 이 회사의 감사로 재직했다는 사실 단 하나 때문이다.

▲ 넥스트아이는 실질적인 사업 연관성 없이 단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부친이 과거 감사로 재직했었다는 이유만으로 과거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바 있다. 사진은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넥스트아이는 기업의 체력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이미 상폐 수준에 가까운 상태다. 넥스트아이는 사실상 중국 자본이 지배하는 기업으로 현재 모회사는 홍콩 소재 투자회사인 ‘앰플 오션 리미티드(AMPLE OCEAN LIMITED)’다. 앰플 오션 리미티드는 실질적인 사업보다 지분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V)이다. 앰플 오션 리미티드는 창업주 궈진뇨(Guo Jinnuo)가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 지위와 대표이사 지위를 전부 가지고 있어 ‘1인 기업’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넥스트아이는 과거 중국 화장품 기업 유미도그룹이 최대주주(23.28%)였으나 2024년 3월 보유 지분 전량을 앰플 오션 리미티드에 매각하면서 지금의 지배구조가 갖춰졌다. 그러나 경영진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유미도그룹 창업주인 ‘진광(CHEN GUANG)’이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매각 전 이사회 임원들 역시 그대로 활동 중이다. 현재 이사회 멤버 5명 전원이 중국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에는 전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비서국 처장 출신도 포함돼 있다. 중앙판공청은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직속 보좌하며 정보와 보안을 통제하는 핵심 권력 기관이다.

지분 소유주는 바뀌었지만 경영진은 그대로인 지금의 구조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선 가장 위험한 체제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실질적인 자금 동원력이 확인되지 않은 1인 기업 형태의 홍콩 SPV(특수목적법인)가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나 실질적인 경영권은 여전히 기존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것은 실소유주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주주가 이미 엑시트(자본 회수)를 통해 수익을 실현한 후 정체가 불분명한 새 주인이 들어선 것은 오로지 상장사 지위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 넥스트아이 최근 5년간 실적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재무건전성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넥스트아이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해 약 413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전년(69억원 순손실) 대비 적자 폭이 6배 가량 커졌다. 1000원 미만의 주가와 실적 악화는 코스닥 시장의 상장폐지 요건에도 직접적으로 해당하는 대목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부실기업 퇴출을 위해 상장폐지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오는 7월 1일부터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90일 이내에 45거래일 연속 1000원 선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최종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넥스트아이 주주들 사이에서는 과거 정치 테마주로 주목을 받다가 거품이 빠진 후 곧장 상폐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넥스트아이 소액주주 A씨는 “대선 당시 ‘이준석 테마주’라는 기대감에 올라탔지만 이후 주가가 맥없이 추락하며 차마 손절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 B씨는 “이제는 원금 회수는커녕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하게 될까 봐 밤잠까지 설치고 있다”고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는 있었다.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테마주’로 분류됐던 ‘폴켐’이 대표적이다. 당시 액체 여과기 제조업체였던 폴켐은 사업 연관성이 희박한 ‘대륙철도 공약’ 수혜주로 지목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이후 정치적 이슈가 소멸하자 기업의 취약한 재무현황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와 경영권 분쟁까지 겹치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결국 폴켐은 2010년 자본잠식과 감사의견 거절 등의 사유로 상장 11년 만에 상장폐지 됐다.

▲ 전문가들은 실체 없는 정치적 이슈보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 등 기초체력을 우선시하는 냉정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

최근 상장폐지가 결정된 지더블유바이텍도 유사한 사례다. 과학기기 유통 및 바이오 사업을 영위하던 이 회사는 2016년 말 ‘반기문 대망론’ 당시 경영진이 UN 유관기관과 인연이 있다는 막연한 소문만으로 ‘반기문 테마주’에 편입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이후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고질적인 경영권 분쟁과 불투명한 회계 처리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주가가 급락했고 이후에도 예전의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지더블유바이텍은 지난 17일 기업의 계속성 및 경영 투명성 미달을 사유로 상장폐지 됐다.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가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만큼 비정상적인 급등 뒤에는 반드시 급격한 폭락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엔 상장폐지도 피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치 테마주는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기초 체력과 무관하게 연관성이 희박한 인맥이나 학연에 기댄 막연한 기대감으로 형성되는 전형적인 투기성 장세의 산물이다”며 “실체 없는 테마에 편승하는 것은 투자가 아닌 도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면서 재무 구조가 부실한 테마주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투자자는 최대주주의 실체와 재무 건전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앞으로 지방선거를 치르기 전까진 정치적 이슈를 악용한 주가 부양 시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글=김성원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넥스트아이가 ‘이준석 테마주’로 분류되는 이유는?
A.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부친인 이수월 씨가 과거 넥스트아이의 감사로 재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준석 테마주’로 분류됐다. 이러한 막연한 인적 네트워크 기반의 소문이 정치적 이슈와 맞물리면서 기업 실적과는 무관하게 지난해 5월 주가는 1120원까지 상승했다.

Q2. 현재 넥스트아이가 직면한 재무적 위기는?
A. 넥스트아이는 5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특히 지난해 순손실은 전년 대비 6배 가량 증가한 413억원에 달한다. 현재 주가는 200원대인 ‘동전주’ 상태로 금융당국의 개편안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돌 경우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Q3. 과거 ‘폴켐’, ‘지더블유바이텍’ 사례를 통해 본 정치 테마주로 엮인 부실기업의 결말은?
A. 두 기업은 모두 정치 테마주 엮인 이후 주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정치적 이슈가 소멸하면서 기업의 부실한 기초체력(펀더멘탈)이 드러나며 결국 상장폐지 됐다. 폴켐은 횡령과 자본잠식으로, 지더블유바이텍은 경영권 분쟁과 회계 불투명성 등으로 모두 코스닥에서 퇴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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