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이런 길이 있었어? 알고 나면 무조건 가고 싶은 걷기 여행지

동해가 품은 비밀의 길
걸을수록 벅차오르는 해안의 감동
기암괴석과 역사가 맞닿는 그 길 위에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수백만 년 전 땅이 솟구쳐 바다가 물러나고, 그 자리에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이 신의 흔적처럼 남은 길은 오랜 시간 군사 경계로 막혀 있던 땅이었다. 그 길이 지금, 누구에게나 열린다. 이름하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정동'이란 명칭은 조선 시대 왕의 거처였던 경복궁에서 정동쪽에 해당하는 지역이라는 뜻에서 붙여졌으며, '심곡'은 깊은 골짜기 안에 숨겨진 마을을 뜻한다. 두 이름이 합쳐진 정동심곡은 단순한 지명이 아닌, 한반도의 역사와 지리적 맥락을 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채길'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 특유의 지형에서 비롯된다. 바다를 향해 부채처럼 펼쳐진 해안선과 산세가 마치 하늘에서 바다로 부채를 내린 듯한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독특한 지형 덕분에 탐방로 전 구간이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되었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강릉시 정동항에서 심곡항까지 약 3.01㎞에 달하는 해안 탐방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전 구간은 나무 데크와 철제 다리로 구성돼 있어 걷기에도 안전하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해안 절벽과 맞닿아 있으며, 눈 아래로는 초록빛 파도와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이 길을 걷다 보면 동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설명해주는 ‘지구의 설계도’를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약 200만~250만 년 전 일어난 지각 변동에 의해 형성된 해안 단구는 해수면이 물러난 자리에 육지화된 땅이다. 지금은 우리가 밟고 서 있는 그 땅이 과거에는 바닷속이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전설과 풍경이 공존하는 명소들

탐방로에는 몽돌해변, 거북바위, 투구바위, 부채바위, 전망대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줄지어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이 중에서도 ‘투구바위’는 고려의 명장 강감찬 장군의 전설이 서린 장소로, 장수가 동해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투구 형상의 바위로 남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한 몽돌해변에서는 바닷물이 오르내릴 때마다 자갈이 ‘또르르’ 소리를 내며 구르는 소리가 청각을 자극한다. 길 위에선 아침 어스름을 가르며 떠오르는 태양과 마주하며 대자연의 생생한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전에는 군부대 정찰로로만 이용되던 이 길이 일반에 개방되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다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걸리는 이 길은 편도 3㎞, 왕복으로는 6㎞이며,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은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사계절 내내 운영되지만 이용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하절기(4월~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동절기(11월~3월)에는 오후 4시 30분까지만 이용 가능하다.

단, 기상 특보나 군부대 작전 상황에 따라 임시 폐쇄될 수 있어 방문 전 홈페이지나 매표소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입장료는 일반 5,000원, 청소년·군인 4,000원, 노인·어린이 3,000원이며, 30인 이상 단체는 소폭 할인된 요금이 적용된다.

버스 60대, 승용차 2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 공간도 마련돼 있다. 문의는 심곡매표소(033-641-9445) 또는 정동매표소(033-641-9444)로 가능하다. 공식 홈페이지는 http://searoad.gtdc.or.kr이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니다. 그 길 위엔 수백만 년 지구의 역사, 전설, 자연,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흐르고 있다. 그 길을 걷는다는 건, 곧 그 모든 이야기에 발을 담그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