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사이드]비싼 TSMC 대체 찾자, 빅팹리스 '삼성행' 본격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TSMC의 2나노 공정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오르면서 글로벌 팹리스(반도체설계회사)들 사이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동안 첨단공정에서는 TSMC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였지만 가격·일정 리스크가 겹치자 테슬라·퀄컴에 이어 AMD 같은 대형 고객사들까지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을 현실적 옵션으로 검토하고 있다. 삼성도 수율개선과 일정안정화에 속도를 내며 'TSMC 대체 카드'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대한 중소 팹리스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진 데다 최근에는 글로벌 빅테크와 주요 팹리스들까지 협력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파운드리는 지난해 테슬라를 2나노 고객으로 확보한 후 퀄컴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도 맡게 되면서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았다. 여기에 AMD 같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키플레이어까지 삼성 파운드리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TSMC 가격·공급 불확실성 커지자 … 고객사 전략 흔들려

이처럼 격차 큰 만년 2위에 머무를 것 같았던 삼성 파운드리에 팹리스들의 관심이 쏟아진 것은 독보적 파운드리인 TSMC의 전략이 달라진 영향이 크다.

TSMC는 올해 2나노 웨이퍼 가격을 예상보다 크게 높여 고객사들과 협상에 들어갔다. 일부 고객사가 통보받은 단가는 기존 가이드라인보다 30~50%가량 비쌌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가 인상뿐 아니라 초기 양산 물량도 애플·엔비디아·AMD 등 초대형 고객사에 우선 배정되면서 중견·중소 팹리스들은 원하는 시점에 생산 슬롯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TSMC 중심의 첨단공정 생태계에서 이 같은 공급·가격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자 고객사 내부에서도 '단일 의존' 구조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AI·자율주행·모바일 AP처럼 성능 향상 속도가 빠른 제품군에서는 일정 지연이 사실상 사업의 위험으로 직결되는 만큼 생산처 다변화를 위한 선제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TSMC의 기술적 우위는 여전하지만 가격과 일정 리스크는 고객사의 경영판단을 바꿀 수 있는 요소"라며 "특히 첨단공정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일수록 단일 공급망 의존에 대한 경계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 2나노 수율개선 …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

삼성전자는 최근 2나노 공정 수율을 50~6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술에 대한 신뢰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1세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 양산 과정에서 확보한 공정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이전보다 안정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운드리사업부도 고객사 맞춤 기술지원 조직을 강화하며 양산 일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대형 고객사의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차세대 완전자율주행(FSD) 및 차량용 AI 칩 성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장기 공급망 다변화를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퀄컴 역시 차기 모바일·AI 칩에서 TSMC 단독체제를 유지할지 여부를 놓고 내부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AMD 또한 TSMC의 가격인상과 공급 부담을 의식해 일부 공정의 옵션을 넓히는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이번 흐름이 곧바로 시장의 판도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많다. TSMC는 여전히 첨단공정에서 막강한 고객 기반과 공정신뢰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양산 능력에서도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주요 고객사가 설계최적화를 이미 TSMC 공정에 맞춰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 전환은 기술적·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그럼에도 고객사들의 움직임이 '예전과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가격·공급망 리스크가 커질 때마다 TSMC 중심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신뢰성과 공급안정성을 확보한다면 시장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재편의 초입 단계이며 고객사들이 '검토'에서 '발주'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 시장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삼성이 향후 1~2년 사이에 실제로 대형 수주를 확보하느냐가 파운드리 경쟁 구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소희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