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1명의 투수와 8명의 야수로 구성된 두 팀이 맞붙는 스포츠다. 그라운드에서는 4명의 심판위원이 무더운 날씨에도 공정한 진행을 위해 힘쓰며, 더그아웃에서는 감독과 코치진이 팀의 승리를 위해 치열한 두뇌 싸움을 펼친다. 선수가 던지는 공 하나, 휘두르는 스윙 한 번의 결과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기록원과 그 내용을 멋들어지는 코멘트를 덧붙여 송출해 주는 중계진도 빼놓을 수 없는 구성원이다. 하지만 KBO리그를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누가 뭐래도 ‘팬’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 무더위와 장마를 이겨내며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 준 팬들을 위해 각 구단이 혹은 선수가 직접 선두에 나서 마련한 다양한 행사 정보를 공유해 본다. (11월 24일 작성)
에디터 이지인 사진 KIA 타이거즈
#한 해를 보내며
경기 전 선수가 훈련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길이나 출퇴근길에 이뤄지는 짧은 만남은 아쉬울 따름이다. 혹여 내 사진이나 사인 부탁이 오늘 경기에 방해가 될까, 곤란한 상황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멀리서 바라만 보는 팬도 있다. 이렇듯 각자의 위치에서 선수단과 한 시즌을 동고동락한 팬들을 위해 구단에서는 시즌을 마치면 팬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함께 내년을 기약하자는 의미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비수도권 팀 최초 누적 관중 3천만 명 돌파를 기념해 팬 페스티벌 형식의 콘서트인 ‘레드 페스티벌’을 준비했다. 약 2만 2천여 명의 관중이 자리한 이 날의 열기는 대단했다. 응원단이 준비한 오프닝 공연과 선수단 사인회, 토크쇼, 노래 서바이벌은 물론, 신인 선수 공연, 게릴라 야구장 이벤트, 아티스트 공연, 응원가 콘서트 등 다양한 콘텐츠가 진행됐다. 특히 선수단의 노래 서바이벌은 팀 배정과 선곡을 하게 된 과정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 콘텐츠로 공개돼 행사 전부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한껏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는 무대를 선보인 선수들을 향해 힘찬 박수가 이어졌다.
LG 트윈스는 매해 ‘러브기빙데이’라는 이름으로 팬들과 만난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온라인 중계로 대체됐던 2020, 2021년과 통합우승의 기쁨을 실내에서 누렸던 2023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잠실야구장 그라운드에서 열렸다. 올해 처음으로 외야 한구석에 자리 잡은 푸드트럭, 신인 선수들의 사전 레크리에이션이 눈에 띄는 요소다. 순조롭게 이어진 토크콘서트와 2025년 신인 선수단의 공연, 하늘에 제대로 수놓은 불꽃놀이는 예상보다 이르게 마무리된 가을 야구로 아쉬웠을 팬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마음이 닿은 것일지, 궂은 날씨였지만 마지막 순서인 사인회를 놓치고 가는 일은 없었을 테다.
KT 위즈는 2천 명의 팬들과 함께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 이날 사전 행사로 2025 신인 선수들은 ‘흑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요리 대결을 펼쳤다. 직접 요리한 음식을 팬들에게 제공하고, 팬들에게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어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어진 ‘빅또리 어워즈’와 올해의 명장면을 뽑는 ‘K-AI 베스트 모먼트’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5년 연속으로 가을 야구에 진출한 것은 물론, 올 시즌에는 리그 최초 ‘와일드카드 업셋’이라는 역사를 쓴 KT이기에 더욱 뜻깊은 코너가 됐다. 여기에 새로이 합류한 허경민, 장진혁, 오원석도 행사에 참여해 첫인사를 나눴고, 은퇴를 맞은 박경수가 새로운 주장 장성우에게 주장 모자와 펜던트를 전달하는 ‘캡틴 이취임식’도 감동을 더했다.
NC 다이노스는 매해 ‘타운홀 미팅’을 개최한다. 그라운드뿐만 아니라 창원NC파크 곳곳을 돌아다니며 선수들과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가장 처음으로 팬 사인회가 진행됐고, 이후 각 타임에 맞춰 스카이박스, 라커룸, 불펜 등을 방문하면 그 시간대에 배정된 선수와 정해진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해당 일정 뒤엔 관중석 앞 응원 단상에서 선수단과 팬이 함께 무대를 즐기는 시간이 마련됐다. 군 입대 선수의 인사는 물론, 신인 선수와 공식 응원단 ‘랠리 다이노스’의 공연도 이어졌다. 한 해를 돌아보는 시상식과 경품 추첨 역시 환호를 불러 모았다.
삼성 라이온즈는 ‘The Blue Wave’로 세차고 푸른 물결을 만들었다. 지난해까지는 ‘라팍운동회’라는 이름이었던 팬 페스티벌을 올해 새롭게 단장한 것. 운동회라는 테마에 걸맞게 진행되던 경기를 과감히 정리하고, 사인회와 토크콘서트, 장기 자랑과 불꽃놀이까지 알찬 일정을 구성했다. 한편, 같은 날 두산 베어스의 ‘곰들의 모임’이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이승엽 감독은 팬들을 위해 따뜻한 커피를 준비해 직접 나눠주며 추운 날씨에 훈훈함을 안겼다. 사인회로 긴장을 푼 선수와 팬들은 본 행사에서 ‘DOO루마블’, ‘만보기 게임’, ‘몸으로 말해요’ 등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으로 즐거움을 더했다. 더욱이 롯데와의 트레이드를 거쳐 합류한 김민석, 추재현, 최우인도 단상에 올라 팬들과 첫인사를 나누는 계기가 마련됐다.
작성일을 기준으로 아직 팬들과 만나지 못한 구단도 있다. 올 시즌 열두 번째 우승의 기쁨을 누린 KIA 타이거즈와 신 구장에서 새 시대를 준비 중인 한화 이글스다. 한화 이글스는 그간 ‘독수리 한마당’을 통해 팬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해왔다. 다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국내 최초로 야구장에 아이스링크를 만들어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다. 5일간 진행되는 ‘윈터랜드, 아듀! 이글스파크’에서는 팬들이 스케이트를 즐기며 추억을 남길 수 있고, 이벤트 기간 중 평일 마지막 회차에는 일부 선수들이 사인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잼’이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KIA 타이거즈의 ‘호랑이 가족 한마당’은 올 시즌 우승을 맞아 ‘V12 타이거즈 페스타’라는 이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5천 명의 팬들을 초대하겠다고 밝힌 KIA 타이거즈는 사전에 사인회를 진행하고, 본식에서는 우승의 기쁨을 다시 한번 누릴 계획이다. 우승 트로피 입장, 선수단 감사 인사, 하이라이트 영상 상영, 다시 외치는 한국시리즈 응원전, 호랑이 가족 한마당, 초대 가수 축하 공연이 차례대로 이루어진다. 선수들도 이날을 위해 열심히 장기 자랑을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 여기에 같은 날 도심 한가운데에서는 카퍼레이드도 이루어진다. 이범호 감독을 비롯해 KIA 선수단은 이층 버스에 타고 도심을 지나며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등 지역 전통 구단의 면모를 가감 없이 뽐낼 것을 예고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팬 페스티벌에는 참여하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소정의 입장료가 있다. 하지만 이 입장료는 구단이나 선수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각 구단은 행사를 통해 모은 입장료와 후원금 등을 연계된 단체나 기관에 기부한다. 즉, 팬 페스티벌은 일종의 자선 행사와 비슷한 성격을 띠는 셈.
프로야구는 1982년 창단 이후 단숨에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올 한 해 동안만 1천만 관중을 유치했으니 약 43년의 역사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을지 추측만으로도 감탄이 나온다. 야구 유망주 유소년에게로, 병원으로, 재단으로, 사회복지법인으로 꾸준히 전달되는 기부금은 이러한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발휘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관중들의 발걸음도 조금은 가벼워졌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리고 팬들의 애정을 직격으로 받는 선수들 또한 이러한 훈풍에 힘을 보태고 있다.
① 양준혁 스포츠재단 - 희망더하기 자선야구
재단법인 양준혁 스포츠재단은 2012년부터 매 12월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를 개최한다. 현직 프로야구 선수를 비롯해 ‘레전드’로 분류되는 은퇴 선수들과 타 종목 선수, 연예인까지 참여하는 화려한 야구 경기다. 시즌이 모두 끝나고 난 뒤 열리는 데다, 결과가 중요치 않은 이벤트 성의 행사에 가깝다. 투수가 타석에 서고 수비수로 나서거나 레전드 타자가 선발 투수로 기용되고, 야수도 포지션을 바꾸는 등 독특한 경기 운용으로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구심도 선수들이 직접 보고, 경기 도중 선수가 방출되거나 트레이드되는 등 하루 동안 야구의 IF 집합체를 모두 즐길 수 있다. 2017년 유희관이 망토를 두르고 묠니르 모형을 들어서 토르 코스프레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제 자선야구가 열리는 현장은 평범한 등장을 거부하는 공간이 됐다. 행사를 통해 모인 입장료 수익 전액은 멘토리 야구단을 포함한 야구 관련 단체에 기부된다고.
② 삼성 라이온즈 - 강식당
야구 좋아하면 선수가 밥 먹여주냐? 네. 먹여줍니다. 삼성 라이온즈는 2023년 일회성으로 끝날 거라 예상했던 ‘강식당’의 문을 올해도 연다고 전했다. 팀의 대표 선수 강민호와 여러 기업의 후원을 받아 열리는 강식당은, 구단 연고지인 대구광역시의 아동 복지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의 행사다. 12월 중 대구 모처 식당에서 열리며,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팬들에게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진귀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이벤트는 당첨된 팬들을 대상으로 정해진 시간 동안 선수들이 테이블을 하나씩 맡아 팬 서비스를 해주는 형태로 진행되며, 사인부터 사진까지 정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③ SSG 랜더스 - 캐처테이블
SSG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자선 식당&카페 이벤트인 ‘캐처테이블’을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베테랑 포수인 이지영의 주도하에 김민식, 박대온, 신범수, 이율예, 조형우 등 모든 포수가 참여하며, 고명준, 박성한, 박종훈, 박지환, 정준재, 조병현까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총 12명의 선수는 직접 재료 준비부터 음식 조리와 서빙까지 담당하는 자선 식당과 테이크아웃 카페를 운영할 계획이다. 평소 요리에 진심으로 잘 알려진 이지영은 시즌 초부터 구단 측에서 팬들에게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요청했다. 여기에 행사 로고 또한 조병현이 직접 그리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선수들의 손길이 닿았다. 랜더스 공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응모할 수 있으며, 선수의 애장품 경매까지 참여할 수 있다고 하니 좋은 취지의 행사에 참여함과 동시에 애정하는 선수의 물건을 소장하고픈 사람들은 당장 달려가길 바란다.
④ 별이 빛나는 공간, 별삼이네
‘별삼’은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의 애칭(별)과 등번호(3)를 조합한 별명이다. 소속팀의 2024년 전반기 주장이자,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주장을 맡아 대표팀까지도 이끌었던 김혜성은 ‘별삼이네’라는 자체 자선 단체를 만들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 왔다. 첫 번째로는 자선 카페다. 섬마을 야구부 덕적고등학교 선수들을 후원하기 위해 작년 키움 히어로즈 멤버 이주형, 김휘집, 김동헌과 함께 추첨제 카페를 운영했다. 두 번째로는 30명의 당첨자와 진행한 필라테스 클래스다. 해당 행사의 모금액은 유기견을 위해 기부했다.
올해는 ‘별삼이네’라는 이름을 쓰지는 않지만, 야구 선후배들의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혜성의 팀 동료 송성문, 이주형과 더불어 NC 다이노스 김형준, 김주원, 김휘집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이 두 팀으로 나뉘어 ‘유기견 온기 나눔 토크 팬밋업’을 개최하기 때문이다. 토크콘서트와 팬미팅을 결합한 이 행사의 수익금은 비영리 공익법인 민트프로보노에 기부된다. 다만 해당 이벤트는 이미 11월 중순에 폴라리스 펫의 공지로 예매가 진행됐다는 게 아쉬운 대목. 만약 다음 기회를 노릴 의향이 있다면, 내년 이맘때를 놓치지 말자.
⑤ KBO 의무위원회 - 세미나
KBO 의무위원회는 매 11월 말 주요 국내외 구단 트레이너와 코치를 초청해 의무 세미나를 진행한다. ‘2024년 유소년 지도자·학부모 대상 KBO 의무 세미나’는 서울 강남 건설회관에서 열리며, LG 트윈스 홍창기와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마이너리거 고우석이 동참한다. KBO리그의 미래인 유소년 야구선수의 부상 방지를 위한 자리인 만큼 미국과 일본의 관리 프로그램을 포함해, 멘탈 관리, 구속 증가에 따른 어깨, 팔꿈치 부상 예방 관리, 현역 선수들의 유소년 시절 훈련 방법과 노하우를 전하는 시간이 준비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하야시 다카후미 요미우리 자이언츠 U-16 코치가 ‘일본 유소년 야구 훈련과 부상 관리’를 주제로 강연을 펼치며, 김나현 고려대학교 운동영양학 교수는 ‘야구선수 성장에 필요한 영양 섭취 방법’에 대해 전한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토마스 알버트 LA 다저스 헤드 트레이너가 ‘미국 유소년 선수 부상 예방 관리와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한다. 뒤이어 이동욱 전 NC 감독은 ‘감독이 바라본 선진 야구 부상 예방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고,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마운드와 타석에서의 멘탈 관리’라는 주제로 교육을 진행한다.
마지막 세 번째 세션에서는 박진영 네온정형외과 원장이 ‘구속 증가에 따른 어깨, 팔꿈치 문제점과 관리’에 대한 강연을 통해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150km/h 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고우석은 ‘구속 증가를 위한 나만의 훈련 방법’을, 올 시즌 KBO리그 출루율 1위에 빛나는 홍창기는 ‘타석에서 집중력 향상을 위한 나만의 훈련 방법’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 끝이 나 잔잔한 아쉬움을 남기는 야구라는 스포츠. 여름 내내 채워진 따스함을 선수와 팬이 힘을 모아 겨우내 안팎으로 전하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도 더욱 많은 팬이 그에 동참할 수 있길 바란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5호 (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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