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연 / 브랜미 대표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알지?”
금요일 오후, 이 질문을 들으면 사람들의 얼굴에는 묘한 기대와 설렘이 피어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은 대부분 같다. “불금이지~!”
주말은 시간 그 자체가 아니라 ‘기분’이다.그래서일까 사람마다, 상황마다, 그리고 감정에 따라 주말은 각기 다른 색으로 다가온다.
색채 전문가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주말은 단순한 모노톤 평일과 대비되는 무지개 빛 이라기보다는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색채의 향연이다.
금요일 저녁, 주말의 예고편: 선셋 오렌지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목요일 오후, “주말권입니다, 여러분”이라는 멘트를 들으며 웃은 적이 있다. 얼마나 주말이 간절했으면 이런 멘트를 했을까. 그래도 주말이라 함은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일을 마치고 사무실 문을 나서며 느끼는 해방감은 마치 해 질 무렵 하늘을 물들이는 선셋 오렌지(sunset orange)와 닮아 있다. 이 색은 에너지와 활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하루를 정리하는 따뜻한 감성이 공존한다. 바쁜 도시 속에서 늦은 저녁 노을 속, 커피 대신 와인을 들고 있는 금요일 밤의 분위기를 색으로 압축한다면 바로 이 오렌지 빛일 것이다.
그렇다면 토요일 오전이 되면 어떨까. 토요일 아침은 평일과 달리 알람 없이 시작된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이 여유로움은 크림 베이지(cream beige)처럼 부드럽고 편안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침실이나 카페 인테리어에서 이 색이 자주 쓰이는 것도, 그런 일상의 여백과 여유를 시각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다. 주말 브런치를 즐기거나,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는 순간은 은은한 크림 컬러로 연출되는 여유와 따스한 무드가 감싸준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주말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쇼핑, 전시 관람, 친구와의 약속 등 평일에 미뤄뒀던 '하고 싶은 일'을 실현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의 컬러는 활력과 즐거움을 담은 샌드 옐로우(sand yellow). 노란색이 가진 발랄함과 햇살의 따사로움이 섞여, 긍정적 에너지를 북돋아 준다. 실제로 색채 심리학에서는 노란색이 ‘자신감’과 ‘소통의 색’으로 해석된다. 주말의 활력은 이 색 안에서 뿜어져 나온다.

주말 오후부터 밤이 오면 다시 현실로 이끄는 인디고 블루. 일요일 밤은 무거운 ‘월요병’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시간이다. 그러나 동시에, 지난 이틀을 아련히 회상하며 스스로를 정돈하는 고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이때 어울리는 색은 인디고 블루(indigo blue).가 아닐까. 현대인들에게 주말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정신적 재부팅’의 시간이기에, 고요하고 깊은 바다를 연상시키는 이 컬러를 연상하며 그 깊이 속에 잠시 침잠하게 되는 색으로 제격이다.

여러분의 이번 주말은 어떤 컬러일까요?
누군가에겐 열정의 빨강, 누군가에겐 멍 때림의 하늘색일 수도 있다. 주말은 고정된 스케줄이 아닌 선택의 자유가 있는 시간이고, 그 자유는 자신만의 컬러 팔레트를 만들게 한다.
우리는 주말을 통해 스스로에게 가장 어울리는 색을 찾아갈 수 있다. 무채색의 평일을 통과해 온 당신에게, 이번 주말은 어떤 색으로 남게 될까? 그 색을 기억하고 다음 주의 삶에 물들여 보자.
결국, 우리는 ‘어떤 색의 주말을 보냈느냐’에 따라 다음 주를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