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레인지로버, 괜히 S클래스 경쟁자가 아니다[차알못시승기]
[편집자주] 마력·토크…우리가 이 단어를 일상에서 얼마나 쓸까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이걸 몰라도 만족스럽게 차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독자들보다 더 '차알못'일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전문 용어는 빼고 차알못의 시선에서 최대한 쉬운 시승기를 쓰겠습니다.
랜드로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고질적으로 차량이 잘 고장난다는 것과 A/S(사후관리)가 타 수입 브랜드에 비해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신임 사장의 가장 큰 목표가 A/S 개선을 외칠 정도면 그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수요는 꾸준했다. 특히 신형 레인지로버가 출시됐을 때 2억원을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전 계약이 1000대 이상 몰리기도 했다.
기자가 시승한 롱휠베이스 모델은 기존 모델 대비 전장이 75㎜ 길어져 5미터를 훌쩍 넘는다. 대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인 만큼 차량의 높이도 보통 차에선 보기 힘든 수준이다.
레인지로버에도 고급차에 들어가는 에어서스펜션이 탑재돼 승차 시엔 차고를 낮추면서도 하단의 발판이 자동으로 나와 편안한 승하차를 돕는다. 키 187㎝인 기자도 용이하게 썼다. 후면엔 방향지시등을 레인지로버 글자 옆에 배치해 브랜드가 더 돋보였다.
내부도 플래그십 SUV다웠다. 시트부터 운전대 촉감까지 가죽과 스웨이드로 뒤덮여 어느 한 곳 고급스럽지 않은 곳이 없었다. 센터페시아의 터치스크린도 타 랜드로버 차량과 구성은 비슷할지라도 크기가 훨씬 컸다. 내비게이션을 보다가 너무 커서 적응해야 할 시간이 필요할 정도였다.
비싼 차는 디테일부터 다르다.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버튼을 최대한 없애고 공조 장치마저도 터치스크린으로 일원화하는 추세다. 디자인적으로는 깔끔해졌지만, 운전하면서 공조장치를 다루기엔 더 어려워졌다.
레인지로버는 디자인과 실용성을 동시에 잡았다. 하나의 물리 버튼으로 열선·통풍 시트, 온도, 풍량 조절을 동시에 할 수 있게 설계했다. 그냥 버튼을 돌리면 온도가 조절되고, 버튼을 누르고 돌리면 시트가 조절된다.
최대 6㎝까지 움직이는 에어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은 SUV인데도 상상 이상으로 푹신하다. 허공 위를 떠다니는 것 같은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에겐 최상의 승차감이다.
상석이라고 불리는 우측 2열 좌석엔 따로 조수석을 접으면서까지 넓은 공간을 만들어주는 기능이 없다. 등받이가 뒤로 눕혀지는 각도도 큰 편은 아니다. 플래그십 세단들과 경쟁하는 SUV라는 걸 고려하면 아쉽다.
그럼에도 레인지로버를 구매할만한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S클래스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가 한국이다. 발에 치일 정도로 많아지면 플래그십 차량의 의미가 퇴색된다. 국내 도로에서 흔치 않은 차종이면서도 SUV만의 실용성을 챙길 수 있어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레인지로버 구매를 충분히 고려할만 하다.
판매 가격은 △스탠다드 휠베이스 D35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397만원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2437만원 △롱 휠베이스 D35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1007만원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3047만원 △7인승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2537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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