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에 갇힌 5년…벨루가 '벨라'는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이름처럼 흰 피부, 두꺼운 애굣살, 올라간 입꼬리.
특유의 웃는 듯한 인상과 사교적인 성격에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끄는 벨루가(흰고래)는 북극해를 중심으로 살아가며 야생에 13만6천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수영 속도는 시속 3∼9㎞(최대 22㎞)로 다른 고래보다 느리지만 멀게는 중심 서식지로부터 6천㎞까지 이동한다. 이 때문에 오호츠크해에서 관찰되기도 한다.
한국에도 벨루가가 5마리 있는데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과 전남 여수 아쿠아플라넷에 1마리씩, 경남 거제씨월드에 3마리가 살고 있다.
지금은 5마리지만 원래는 9마리였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는 지금도 수조에 갇혀있는 '벨라' 외에 '벨로'와 '벨리'가 있었다. 벨로는 2016년 4월, 벨리는 2019년 10월 패혈증으로 죽었다.
이들 건강이 악화한 원인으로는 이명증과 우울증이 지목됐다.
벨루가는 소통하거나 사물을 인식할 때 초음파를 사용하는데, 수조에 갇힌 돌고래는 하루 종일 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소음에 노출된다.
벨루가는 포획됐음을 인지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다. 이처럼 지능이 높은 벨루가가 수족관에 갇혀 지내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벨라는 2012년 러시아 지역 북극해에서 태어나 러시아의 틴로(TINRO) 연구소를 거쳐 이듬해 국내에 반입,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개장한 2014년부터 전시됐다.
잇따른 친구들의 죽음에 롯데월드는 2019년 10월 24일 홀로 남은 벨라를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5년 동안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고정락 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은 작년 10월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해외사와 2026년까지는 방류해보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속 이행까지 2년이 더 남은 셈이다.
벨라 방류가 지연되는 이유는 적합한 고래 바다쉼터(whale sanctuary)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아이슬란드에 있는 바다쉼터로 벨라를 보내려 했지만, 운영사 측 사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20일 "시설 내 환경조성 문제로 (벨라 방류가) 다소 순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슬란드 고래 바다쉼터에는 2019년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이송된 벨루가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가 이미 머무르고 있는데, 이 때문에 벨라를 수용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롯데월드는 강조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노르웨이와 캐나다에 있는 고래 바다쉼터와도 (벨라 방류를) 논의 중"이라며 "노르웨이 고래 바다쉼터엔 '시설과 인적자원 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이전 추진 의향서를 보낸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좁은 수족관에 사는 것보다 북극해로 이동하는 과정이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시간 비행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벨라가 쇼크사할 가능성이 있고, 이미 10년간 수족관에서 지낸 벨라가 야생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극해에서 잡아 수족관으로 보낼 수 있었다면, 반대로 수족관에서 북극해로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반박했다.
조 공동대표는 "물론 이송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이송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1년에 100마리 정도가 러시아에서 중국 등 다양한 국가로 이송되고 있다"고 말했다.
벨라 방류까지 2년 넘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만큼 거주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평소 20m 정도, 깊게는 500m 이상 잠수하는 벨루가에게 7.5m 깊이의 수조는 '수족관이 아닌 관'이라고 동물보호단체들은 지적해왔다.
다만 롯데월드 관계자는 "해양수산부 지침 중 고래류 사육환경 기준은 수조 길이 7.32m에 수심 1.8m"라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해당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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