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의 성공을 이끄는 리더십

2024. 12. 2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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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초대 원장)
올해의 절반을 인공지능(AI) 혁신을 선도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보냈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이 비상계엄의 여파로 탄핵의 블랙홀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AI 세계는 멈추지 않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둔 한국으로서는 AI 산업 중에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11월 챗GPT가 등장한 후 엔비디아(NVIDIA)가 AI 반도체 시장의 준비된 스타로 부상했다. 생성형 AI의 학습과 추론을 가속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SW) 솔루션 개발에 오랫동안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이 현재 3조4300억 달러(약 5000조원)로 챗GPT가 나온 후 10배가 됐다.

「 기술과 시장에 정통한 CEO가 경영
AI로 인한 역사적 변곡점을 활용
우리 업체가 벤치마킹 해야할 모델
탄핵 사태에도 AI 발전 멈추지 않아

브로드컴(Broadcom)은 AI 반도체 분야에서 최근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나 이 회사를 뒤쫓는 AMD가 범용 GPU를 AI 학습과 추론의 가속기로 쓰는데 비해 브로드컴은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에 특화된 주문형반도체(ASIC)형 AI 가속기 칩 사업을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가속기에서부터 시작해 개척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종속성을 낮추기 위해 브로드컴과 같은 ASIC 기업과 협력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브로드컴은 반도체 외에도 네트워크, 스토리지 솔루션 회사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꾸준히 인수합병했다. 다른 ASIC 기업들이 경쟁하기 힘든 이유다.

반면 엔비디아는 자사의 GPU와 소프트웨어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단위 데이터센터 공간에 많은 GPU를 여러 단계로 쌓고 횡적으로 연결하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최적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엔비디아 말고는 이런 규모의 패키지 최적화를 할 만한 업체가 아직 없기 때문에 많은 고객들은 엔비디아를 그대로 쓸 수밖에 없다. 같은 GPU 사업을 하는 AMD가 아직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지 못하는 이유이다.

지난 9일 브로드컴의 본사가 있는 미국 팔로알토에서 이 회사의 한 사업본부장과 저녁을 같이 했다. AI 시대의 기술 혁신과 기업 문화, 리더십에 관해 토론하던 중에 브로드컴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 드러났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의 경쟁력은 AI로 모든 것이 변하는 이 역사적 변곡점에서 기술과 사회의 수요를 직관적으로 예측하고 시장을 선제적으로 만들어 가는 리더십에서 나온다.

며칠 뒤 브로드컴 주식은 하루 만에 24%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현재 시가총액이 1조1500억 달러다. 반도체 업계 2위였던 TSMC의 시가총액 1조530억 달러를 앞질렀다.

두 회사의 비약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매우 다른 역사를 가지고 성장했다. 기술과 시장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기업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회사의 성장 역사가 다른 만큼 회사의 경영 스타일도 매우 다르다. 중국의 초격차 앞에서 성장동력이 고갈되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 회사들이 벤치마킹하고 배워야 할 모델들이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석사를 마친 후 1993년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 30년 이상 회사를 이끌며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회사의 변신을 이끌었다. 그는 확신을 가지고 기술과 사람에 투자하는 경영자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젠슨 황은 그에게 직접 보고하는 임원의 수가 60명에 달한다고 했다. 임원과 일대일 미팅을 지양하고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끝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임직원과 직접 토론하는 젠슨 황에게 보고하는 임원은 그 분야의 이슈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최고급 인재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유치한다. 엔비디아가 성장하기 전인 2000년대에 빌 달리 전 스탠퍼드대 교수를 최고 과학자로 영입하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유치한 인재에겐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준다.

반면 브로드컴 CEO 혹 탄은 72세의 말레이시아 태생 중국인으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공학 학사와 석사를 한 후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했다. 그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인수합병한 후 구조조정과 비용 효율화를 통해 성장시켜 왔다. 2006년 HP의 반도체 사업부에서 시작해 사모펀드가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시킨 싱가포르 기업 아바고의 CEO를 맡았다. 아바고는 2015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LA캠퍼스(UCLA)의 헨리 사무엘 교수가 1991년 창업한 브로드컴을 370억 달러에 인수한 후 회사명도 브로드컴으로 바꿨다. 2018년 브로드컴은 아예 싱가포르 법인에서 미국 법인으로 전환했다. 사무엘 교수는 이 합병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하다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혹 탄은 AI 시대를 내다보고 코어 비즈니스를 데이터센터 비즈니스로 확장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일련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회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했다. 클라우드 운용 소프트웨어인 VMWare를 2023년 6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성공하는 기업은 이유가 있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서로 다른 스타일로 새로운 프런티어를 개척하는 기업이다. 두 스타일 모두 리더의 기술과 시장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와 결단력이 있어야 성공한다. 한국의 기업에도 이런 리더들이 성장하는 토양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초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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