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돌아오고 싶다, 팬들과 팀을 위해서라도." 194cm의 장신, 그리고 몽골 출신 귀화 선수로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라 불리던 염어르헝이 V리그 코트를 잠정적으로 떠났다. 그녀의 이름이 2025년 6월 2일, 한국배구연맹(KOVO) 임의해지 공시 명단에 오른 것이다.
임의해지 공시, 페퍼저축은행의 선택

염어르헝은 2022-2023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에 입단한 기대주였다. 그러나 계속된 부상, 특히 무릎 문제는 그녀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데뷔 이후 네 차례에 걸친 무릎 수술, 마지막으로는 2025년 2월 팀 훈련 도중 좌측 전방십자인대 및 내측측부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입었다.

결국 구단은 염어르헝이 다음 시즌에도 경기에 나서기 어렵다고 판단해 임의해지를 요청했고, KOVO는 이를 공식 공시했다. 임의해지 선수는 공시일로부터 한 달 뒤 원 소속팀과 재계약할 수 있으며, 3년간 타 구단과 계약은 불가하다. 이 제도는 선수를 일방적으로 내치는 것이 아니라, 회복과 복귀의 가능성을 열어둔 유예 장치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염어르헝은 최근 짐을 싸 몽골로 떠났다. 열정적인 선수였고, 회복 후 돌아오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끊이지 않았던 부상, 그리고 재활
염어르헝은 데뷔 이후 잇단 무릎 부상으로 고통받았다. 2022년 11월 우측 내측 반월상 연골 봉합술 및 외측 절제술, 2023년 3월 좌측 연골판 절제술, 2023년 12월 우측 무릎 골연골상 수술, 그리고 2025년 2월 네 번째 무릎 수술까지. 3년간 네 번의 큰 수술을 감당해야 했다.

이러한 부상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매번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통증 완화, 관절 각도 회복, 근력 훈련 등 체계적인 재활이 반복됐지만, 신체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지 못했다. 그녀는 "몸 상태는 나쁘지 않고, 잘 회복 중이다. 빠르게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염어르헝이라는 이름의 무게
염어르헝은 단순히 장신 미들블로커가 아니었다. 몽골에서 배구를 시작해 한국으로 귀화했고, 정관장 세터 염혜선의 아버지 염경열 씨의 호적에 입양되며 한국 사회와 배구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녀는 목포여상 시절부터 195cm의 큰 키와 운동신경으로 '포스트 김연경'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1순위 지명도 이례적이지 않았다.

신생 구단 페퍼저축은행에게 있어 염어르헝은 단순한 선수 이상이었다. 국제화를 상징하는 인물, 팀 재건의 핵심이자 롤모델. 그녀는 경기력뿐 아니라, V리그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였다.
잠정적 이별, 그러나 끝은 아니다
염어르헝은 2023-2024시즌 10경기에서 35점을 기록하며 점차 출전 기회를 늘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부상은 그 상승 곡선을 꺾었다. 감독, 구단, 팬 모두가 안타까워했다. 장소연 감독은 시즌 중 "경험을 쌓아야 하는 시기인데 안타깝다"며 그녀의 부재를 아쉬워했고, 팬들 역시 재활을 응원해왔다.

현재 염어르헝은 몽골에서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그녀의 목표는 분명하다. 다시 코트로 돌아와, 실력과 건강을 모두 증명하는 것이다. 임의해지는 끝이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준비의 시작이다.

"프로에 와서 계속 수술만 받았다. 마음이 좋지는 않지만, 주변의 응원 덕에 버티고 있다." 염어르헝의 이 말은 그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보여준다.
염어르헝의 이야기는 단순한 이탈이 아니라, 도전과 회복의 시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그녀가 코트 위에 서는 날을 기다린다.
Copyright ©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