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콜린 크룩스 주한 英대사 “韓, 오커스 3국과 가까워…잠재적 협력 가능성 매우 크다”

홍주형 2023. 3. 1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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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관계 발전시킬 방법 찾을 것”
현재 단계 오커스 참여는 선 그어
“인태는 英 외교정책 영구적 기둥
영국의 두 친구 韓·日 밀착 지지
中문제 관련 英·韓 긴밀 협력 원해
2023년 양국 수교 140년, 미래 재구축”

“한국이 ‘오커스’(AUKUS: 영국·미국·호주 안보협의체) 3국과 가진 가까운 관계를 고려할 때, 큰 잠재적 협력 가능성이 있다.”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는 16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커스와 한국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 단계에서 한국의 오커스 참여엔 선을 그었지만, “영국과 한국 모두 미국의 매우 가까운 동맹”이라며 “이 관계를 발전시킬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오커스 3국 정상회의가 열린 것과 거의 동시에 ‘외교안보정책 통합검토’(Integrated Review·IR) 개정판을 내놨다. 2년간 국방비 증가분 50억파운드(약 8조원) 중 상당액이 오커스에 투입된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어느 때보다 더 전략적으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며 오커스에 대해서도 “영국과 입장이 유사한 핵심 국가인 한국에 대한 관여(engagement)를 늘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한국 부임 전 2018∼2021년 주북 영국 대사로 일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직후인 2020년 5월 평양에서 철수했다.

―지리적으로 유럽 국가인 영국이 왜 인태 지역에 관심을 갖나.

“인도태평양은 영국 외교안보정책의 영구적 기둥이다. 인태 지역에는 영국 초계함이 두 척 상시 주둔한다. 둘 다 지난 몇 달 사이 한국에 전개했다. 영국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대화상대국이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대서양과 태평양 간엔 더 많은 공동 이해가 있을 것이다. 한국이 202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2021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나란히 초청된 것이 한 예다. 영국군은 6·25전쟁 이후 유엔군의 일부로 한국에 주둔하고 있으며,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다.”

―영국은 왜 IR 개정판을 내놓았나.

“2021년 첫 IR이 나온 뒤 전략 변경을 요구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이 대표적이다. 새 IR에서 중국이 ‘시대를 규정하는 도전’(epoch-defining challenge)으로 언급된 점도 변화다.”

―오커스는 영국에 어떤 의미인가.

“오커스는 새로운 동맹은 아니지만, 아주 가까운 협력체다. 오커스는 영국이 인태 지역에 어느 때보다 더 전략적으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영국이 핵심 유사입장국인 한국에 대한 관여를 늘리는 요소도 된다. 오커스는 특정 나라를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오커스는 미·영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두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그간 ‘우리도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온 국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오커스 동참 필요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국과 유사한 입장을 가진 핵심 국가(core like-minded country)”라고 규정했다. 남제현 선임기자
―한국이 오커스에 참여하거나 협력할 가능성은.

“너무 멀리 예측하고 싶지는 않다. 현재 오커스는 3자 협력체로, (한국 등) 제3국과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없다. 하지만 영국과 한국은 모두 미국의 매우 가까운 동맹이다. 우리는 이 관계를 발전시킬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한국이 오커스 3국과 가진 가까운 관계를 고려할 때 매우 큰 잠재적 협력 가능성이 있다. 오커스가 출범할 때 한국을 비롯한 협력국들과 상의를 마쳤고, 한국 외교부의 따뜻한 메시지에 감사한다. 이것이 미래 협력에 매우 견고한 토대를 형성한다는 점을 확신한다.”

―영국은 중국을 어떻게 보나.

“중국은 영국의 경제안보에 특별한 도전을 야기한다. 리투아니아와 호주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강압, 대만해협 문제 등 중국의 도전은 경제·군사·외교·인권 부문을 아우른다. 하지만 한국에 그러하듯이, 영국에게도 중국은 매우 중요한 무역·투자 파트너다. 기후 분야에서도 협력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강력할 것이고, 동시에 선도적일 것이다. 중국 문제와 관련해서도 영국은 한국과 유사 입장국으로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싶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기여해야 하나.

“러시아의 행위는 우리의 모든 가치에 반하는 것으로, 이는 전략적 문제다. 한국은 많은 기여를 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주권·자유·독립을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한국은 옳은 방향에 서 있다. 한·영은 다른 국가들과 함께 러시아를 저지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계속 논의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정부가 내놓은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에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EU)과 더불어 환영 입장을 냈다. 크룩스 대사는 “한·일은 모두 영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갖고 있다”며 “영국의 두 친구가 더 큰 우호 관계를 향해 서로 밀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2020년 5월까지 북한에 주재했다.

“현재까지 나는 북한 땅을 밟은 마지막 영국인이다. 북한 주재 외교관으로서도 북한을 모두 보지는 못하지만, (가능한 한) 북한 전역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많이 보려고 애썼다. 영국은 북한과의 대화에서 늘 인권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평양에 주재할 때, 또 런던의 북한대사관과 얘기할 때 나는 늘 북한 당국자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인권) 보고서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려거든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을 들여보내라. 그들에게 접근권을 주고 투명하게 보여라.’ 당연히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는 한정된 증거라는 한계에도 계속 이 문제를 제기해야만 한다.”

―영국이 북한 비핵화와 인권 문제에서 할 일이 있다면.

“영국은 파이브아이즈(영·미·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 정보 공유 동맹) 중 유일하게 평양에 대사관을 가졌다. 우리는 북한과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내 후임 데이비드 엘리스 주북 영국대사는 현재 런던에서 일하고 있는데, 영국은 평양의 대사관을 다시 열고 대화를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회를 잡느냐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렸다.”

―올해가 한·영 수교 140주년이다.

“양국은 1883년 11월26일 수교 협정에 서명했다. 매우 오래된, 자랑스러운 역사다. 한·영 간에 오랜 시간 쌓아온 협력 관계를 상징적으로 구현하고, 양국의 미래를 위해 이를 재구축하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지금까지 양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설명했지만, 양국 사이 할 일도 많다. 우리는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시작을 희망한다. 신기술 분야에서도 올해 말 양국 사이 더욱 긴밀한 디지털 파트너십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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