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불같은 나’ 안 닮았으면 하시나요…마음 속에 ‘이것’ 저축 연습하세요 [워킹맘의 생존육아]
내 마음이 호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화를 내지 말아야지’하고 결심하지만 이 결심이 지켜지는 적은 별로 없다. 일을 하다보면 타인에게 대놓고 화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어도 속으로 구시렁대거나 친한 동료들과 ‘오늘의 분노’를 털어내기 위해 서로의 이야기를 쏟아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이 상황, 나만 이상해?’, ‘ 왜 이렇게 화가 날까’,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해서 나에게 피해를 주는거지’ 와 같은 감정들이 파도처럼 마음을 휘젓고 가면 유독 그날 몸의 상태도 좋지 않아진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감정 소모로 인해 버린 시간이 아까워 후회가 몰려오기도 한다.
이런 ‘불같은 나’를 다스려보고자 지난해에 명상 수업을 신청했다. 그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자애명상이었다. 자애명상은 이름 그대로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좋은 문구를 여러차례 마음 속으로 혹은 입 밖으로 읊는 형태로 진행하는 명상 수련이다. 내가 보호 받고 안전하기를, 건강하기를, 힘들지 않고 행복하기를, 내 삶이 수월하기를. 이렇게 나를 아껴줄 수 있는 자애명상의 문구를 읊다보면 마음이 따뜻해졌다. 당시 명상 선생님은 ‘행복은 기본값이 아닌 훈련’이라는 말을 해주셨다. 우리의 마음이나 뇌는 부정편향이 강하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나를 해칠 수 있을 만한 주변 환경과 천적을 재빨리 인식해야만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에 와서도 이 부정편향이 우리의 감정과 뇌를 지배한다. 아주 맛있는 식사가 눈 앞에 놓여있어도, 불친절한 점원 때문에 식사를 망쳐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나쁜 것에 꽂히지 않고 좋은 것을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게 수업의 요지였다. 이를 위해 자애명상에서 꼭 함께 진행하는 것이 ‘감사명상’이었다. 나에게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 환경, 상황에 집중하고 감사하는 훈련을 하다보면 마음의 방향이 보다 긍정적으로 바뀐다.
일정으로 인해 수업을 지속적으로 듣지 못했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가장 오래 기억이 남는 부분은 ‘행복을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아껴주는 연습을 하다보면 이 아이들의 삶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모습, 먼저 손을 내밀고 사과하는 모습들을 부모가 아이에게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권하는 것이 어떤 교육보다도 더 우선되어야 하지는 않을까.
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지지 않고 이기는 것, 손해 보지 않는 것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나 역시도 종종 자문하는 부분이다. 자녀가 남들보다 더 높은 성적을 받기를 원하는 마음을 부모가 자녀에게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상황, 친구와의 다툼이 발생했을 때 이 다툼이 부모들의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일본의 변호사 니시나카 스토무가 쓴 ‘운을 읽는 변호사’라는 책을 읽었다. 50년간 1만명에 달하는 의뢰인의 삶을 분석한 변호사가 ‘운의 이치’에 대해 쓴 책이다.지난 2017년 한 언론사의 인터뷰를 보고 알게 된 책인데,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다가 수 년이 지나서야 구입을 했다. 당시 스크랩을 해 뒀던 인터뷰는 아래와 같이 시작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운 좋은 사람은 따라잡을 수 없기에, 꼬인 실타래처럼 일이 안 풀릴 땐 ‘나는 왜 이리 박복할까?’ 한탄하게 된다. 도대체 운에는 무슨 이치가 있길래 어떤 사람은 매사 막힘 없이 승승장구하고, 어떤 사람은 매번 같은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걸까?”
그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갖는 가장 큰 차이는 ‘덕’을 쌓는 것 이라고 했다. 다툼을 피하고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하늘이 나의 편이 된다는 것이다. 타인의 죄책감을 부추기고, 다른 사람에게 작은 피해를 입어도 못참고 달려들어 이웃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면 그 감정이 결국은 불운으로 돌아오게 된다.
앞서 언급한 자애 명상의 문구처럼 모든 부모가 가장 원하는 것은 내 자녀의 삶이 험난하지 않고 수월하게 흘러가는 것일 터다. 어찌 보면 그런 마음에서 아이들이 더 똑똑하기를, 경쟁에서 이기기를 바란다. 하지만 은연중에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천재적인 재능만큼이나, 혹은 더 중요한 것이 성품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이들이 더 좋은 것을 많이 보게끔, 더 많은 것에 감사하게끔, 기꺼이 남을 돕고 친절하게 주변을 살필 수 있게 부모가 돕는다면 자녀의 삶이 조금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 시인 ‘시바다 도요’라는 시인의 ‘저금’이라는 시를 좋아한다. 나도, 내 아이들도, 또 이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도 올해는 모두 ‘친절한 마음’을 모아두는 부자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이 시를 공유한다. 언제쯤 나는 ‘분노 부자’에서 벗어날까 하는 기대감도 품어보면서.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 둬쓸쓸하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연금보다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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