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한 광고업체가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아 북극곰을 모델로 세웠던 건데 그런데 이 북극곰은 사실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는 소식. 유튜브 댓글로 “멸종위기라던 북극곰이 오히려 늘었다던데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극곰 개체 수가 늘어난 건 밀렵 금지령의 효과와 함께 지난 20년간 그닥 줄어들지 않은 (1)해빙 면적, (2)북극 지역 얼음이 녹은 게 오히려 먹이 피라미드를 활성화시켜 도움을 준 것, (3)바뀐 환경에 적응한 북극곰의 생태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상헌 부산대 해양과학과 교수]
"저도 실질적으로 다른 외국 북극곰 (연구)하는 분들 얘기 들으면 실제로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듣고 있었거든요. (북극곰 위기설이) 기후온난화 때문에 얘네들이 못 먹고 산다라는 식으로 몰고 가기 위한 거 아니었나 하는 거고...”

먼저 가장 근본적 이유는 밀렵 금지. 사실 북극곰 위기론이 처음 나온 것부터가 밀렵 때문이었다. 20세기 중반만 해도 밀렵꾼들이 본인들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북극곰을 사냥하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극에 인접한 나라들이 1973년 맺은 북극곰보호협약으로 밀렵이 금지된다. 이 시점부터 북극곰 수는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하는데, 북극곰 수가 늘었음에도 이 협약은 2009년 내용이 조금 수정된 채 계속 유지된다. 바로 ‘지구온난화’라는 새 이슈가 등장했기 때문인데, 2000년대 초까지 북극 해빙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게 관찰되면서다.
해빙 감소 추세를 반영한 컴퓨터 모델링 결과 북극곰이 생존에 큰 위협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고, 이걸 근거로 북극곰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북극곰 위기론은 유지되어 왔다. 이 때의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북극곰 수는 3분의 2가 사라져 7500마리 수준이 됐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결과는 엄밀히 말해 당시 예상과 정반대다. 지난해 영국 환경단체 지구온난화정책재단(GWPF)이 북극곰보호협약 50주년을 맞아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대 후반 북극곰 개체 수는 1만2000마리 정도이던 게 지난해 기준으로 3만2000마리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60년간 3배 가까이 늘어난 거다. 보고서가 분석한 이유 중 하나는 북극의 변화가 생각보다 북극곰에게 불리하게만 작용하지 않았다는 거다.

북극 얼음, 해빙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크게 받긴 했다. 1979년부터 2000년대까지 북극 해빙 면적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가 줄었다. 하지만 줄어든 몫은 대부분 여름 해빙에만 해당됐고, 그나마도 2007년부터는 비슷한 면적이 유지되어 왔다.

그래도 어쨌든 전체적으로 해빙 면적이 줄고 두께도 얇아지긴 했는데, 이게 역설적으로 북극곰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여름철 해빙의 두께가 얇아지면서 그 아래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는데, 플랑크톤이 늘면서 먹이 피라미드 아래가 풍부해지고, 자연스레 최상위 포식자 북극곰의 먹이인 물범이나 주변의 물고기들도 함께 늘어나는 효과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상헌 부산대 해양과학과 교수]
"상당히 더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산력 자체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걔네들이 어쨌든 먹이원을 제공을 하고 있어서 대부분 사진 찍은 북극곰들을 보면 몸통 둘레라고 하나요. 그걸로 걔네들을 생리 상태를 판단할 수가 있는데 건강 상태를, 그게 상당히 좋았거든요. 북극곰이 어쨌든 최상위 포식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나타나지 않는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또 북극곰 스스로도 바뀐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있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이다.
2021년 발표된 한 연구에선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 서식하는 북극곰의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 순록의 비중이 27% 정도로 분석됐다. 북극곰이 원래대로라면 겨울철 해빙 위에서 사냥해 섭취한 영양분으로 육지에서 여름을 버텼지만, 예전보다 육지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영양보충을 할 새 사냥감을 찾아나섰다는 얘기다.

최근엔 마을로 내려와 피해를 끼치는 경우가 자주 보도되고 있기도 하다. 역시 북극곰은 사람을 찢으니까. 다만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한데 한편에선 앞서 말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보고, 다른 일각에선 밀렵이 사라진 덕에 성체 곰 비중이 무리에서 늘었고 여기 밀려난 어리거나 늙은 곰들이 민가를 덮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상헌 부산대 해양과학과 교수]
"알래스카 (최북단 지역) 배로 같은 데도 최근에 북극곰들이 상당히 많이 겨울이나 봄철에 나타나는 걸로 해서 조심해 하더라고요. 걔네들이 쓰레기통을 뒤진다든지 뭐 사채 같은 것들을 상당히 많이 먹어서 걔네들 나름대로도 또 하나의 삶의 방식을 그런 식으로 찾은 애들이 아닌가..."

물론 이렇게 당장 늘어난 숫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얼마 안 가 위기가 닥칠 것이란 주장 역시 여전히 계속 제기되는 중이기는 한데 그래도 한때 삐쩍 마른 북극곰이 애처롭게 돌아다니는 사진을 강조하면서 이게 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하던 주장과는 이별하고 좀 더 입체적인 관점에서 북극곰의 생태를 관찰하는 게 중요한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