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비리 내부고발자만 ‘탈탈’…주객전도 경찰 수사

김가윤 기자 2024. 10. 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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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비리 등 내부고발 사건에서 경찰이 내부고발자 수사에 집중하며 공익신고를 옥죄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영기 변호사(호루라기재단 이사장)는 "현 정부 들어 공익 제보자를 경찰을 내세워 압수수색 하는 등 강제수사로 탄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공익신고자보호 제도는) 임의적 면책 규정이라 경찰의 무리한 수사를 막기 어려운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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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연대와 호루라기 재단 회원들이 지난 2일 서울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민원 사주’ 의혹을 받고있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업무방해죄로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권력형 비리 등 내부고발 사건에서 경찰이 내부고발자 수사에 집중하며 공익신고를 옥죄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권력에서 독립적이지 못한 경찰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지난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공익제보자 대상 형사 고소·고발, 민사소송의 실태 점검과 대책 마련’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의 ‘민원 사주’ 수사 논란과 관련해 서울경찰청장 등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경찰의 ‘주객전도 수사’는 의혹의 당사자가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고소·고발하면 강도 높게 공익신고자를 조사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은 중대 범죄 행위”라며 수사를 의뢰하자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가 제보한 직원들의 집과 사무실 등을 올해 들어 두차례나 압수수색했다. 반면,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자체에 대한 서울 양천경찰서의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이 불거진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을 제보한 김규현 변호사 수사도 비슷한 양상이다. 대화방 내용이 공개된 뒤 국민의힘은 ‘허위 제보로 방송사 업무를 방해했다’며 김 변호사를 고발했고, 김 변호사는 지난달 서울 마포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했다. 김 변호사 법률대리인 정구승 변호사는 “우리 쪽에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김 변호사 신원을 공개한 것에 대해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했는데, 그 건에 대해선 경찰에서 어떠한 수사 진행 상황 통보도 없었다”고 했다. 김순호 전 경찰국장의 ‘밀정 의혹’이 담긴 존안자료가 보도된 경위를 수사하던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수차례 압수수색 끝에 결국 이재범 녹화·선도공작 의문사 진상규명대책위원회 전 간사를 제보자로 특정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는 신고자의 신원 등 비밀 보장, 형사처벌과 행정처분 책임 감면, 불이익 조처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내부고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경찰의 자의적 수사권 행사는 공익신고자 보호라는 대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상희 변호사(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는 “메시지 대신 ‘메신저’를 공격하기 위해 수사권을 활용하는 행위는 정작 중요한 메시지를 퇴색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그동안 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 자주 활용돼왔다”며 “이런 수사가 반복된다면, 경찰이 권력기관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영기 변호사(호루라기재단 이사장)는 “현 정부 들어 공익 제보자를 경찰을 내세워 압수수색 하는 등 강제수사로 탄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공익신고자보호 제도는) 임의적 면책 규정이라 경찰의 무리한 수사를 막기 어려운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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