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1,100억 원 투입된 공중 보행로, 3년 뒤 지금은?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
서울시 1,100억 원 투입
일평균 보행량 예상치 20%
지난 2021년 서울시가 세금 1,100억 원 들여 종로 세운상가에 세운 약 1㎞ 길이의 공중 보행로가 당장 내년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는 서울시가 해당 공중 보행로를 두고 일평균 보행량이 예상치보다 낮아 철거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초 1970년대 전자산업의 중심지였던 세운상가에 있는 공중 보행로는 세운상가에서 청계·대림상가, 삼풍상가·피제이(PJ) 호텔, 인현·진양상가 등 7개 상가의 3층을 잇는 다리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16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세운상가 일대를 보존하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됐으며, 지난 2022년 전 구간이 개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업비는 1,109억 원 수준으로 전액 시 예산으로 충당했다. 다만 개통 2년여 만에 혈세를 들인 해당 공중 보행로는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서울시가 공중 보행로를 없애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막대한 사업비가 투자된 공중 보행로를 두고 서울시는 보행량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철거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서울시가 이 보행로를 만들 때 예상했던 보행 인원은 하루 평균 1만 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기준 일평균 보행량이 예상치의 20% 수준인 2,122명에 그치며 예상치를 한참 밑돌았다.
이어 공중 보행로의 부정적인 경제 효과가 이유로 꼽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공중 보행로가 생긴 후 지상에 있는 상가의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여기에 안전성 논란도 제기됐다. 당초 삼풍상가와 PJ 호텔을 잇는 공중 보행로는 9개 철골 기둥이 세워진 구간이 4곳, 기둥이 1개씩 있는 구간이 4곳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 2021년 개장 당시에 보행자들이 기둥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지금은 철골 기둥에는 완충 스펀지를 붙여놓기도 했다. 다만, 서울시는 이에 대해 “철골이어서 녹스는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서울시는 해당 공중 보행로의 철거 이후 이곳을 ‘공원화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2021년 취임한 이후 세운상가를 전면 재개발하는 쪽의 사업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공중 보행로에 대해 “속된 표현으로 ‘대못질’을 해 놓고 나갔다”며 “이것이 거의 기능을 못 하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세운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통해 세운상가 일대를 단계적으로 공원화하고 공원 주변으로는 주상복합 빌딩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공중 보행로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이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우선 공중 보행로 구간 중 삼풍상가∼호텔 PJ 사이 보행교(250m)를 철거하고, 나머지 750m 구간은 세운상가군 공원화 계획과 연계해 함께 철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서울시의 강행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일각에서 ‘혈세 낭비’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하여 세운상가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일부 상인들은 공중 보행로 설치에 따른 불편함을 공감하지만, 완공 2년 만에 철거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계상가 1층에서 조명 가게를 하는 이 모 씨는 “이미 계속된 공사로 피해를 봤는데, 이제 와서 철거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며 “이왕 만든 거 제대로 관리하고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상인 중 공중 보행로랑 직접적으로 연결된 3층 상가 상인들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한 상인은 “1,000억 원을 넘게 투자해 지은 걸 2년 만에 다시 부순다니. 보행로 철거에 세금을 사용하기보단 현재 미흡한 시설 관리에 예산을 투자하는 게 맞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표적인 도심 행정 실패의 사례로 꼽히는 세운지구는 이달 시행에 들어간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의 영향을 받게 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서울시가 세운지구를 ‘한국판 롯폰기힐스’로 만들기 위해 공중 보행로 철거 등 전체적인 구상을 이미 수립해 놓은 상태이나, 세계유산 영향 평가가 적용되면 기존의 고밀 개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가유산청과 서울시가 협의를 서두를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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