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 옆구리 터짐(열과) 현상 농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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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생종 사과 '후지' 수확 시기이지만 농가들은 생전 처음보는 사과 열과 현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농장주 박재열씨(66)는 "50년 사과 농사하면서 꼭지 주위 갈라짐 현상은 종종 있었지만, 옆구리가 이렇게 터지는 현상은 처음"이라면서 "나무 한그루에 달린 열매의 30%에서 많게는 40%까지 옆구리 터짐 현상이 발생했다. 정말 막막하고 속이 새까맣게 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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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옆구리가 쩍쩍 갈라져 버리네요. 이제 수확만하면 되는데…”
만생종 사과 ‘후지’ 수확 시기이지만 농가들은 생전 처음보는 사과 열과 현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28일 오후 찾은 경북 영주시 풍기읍 두산리 사과밭. 사과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붉게 물든 어른 주먹보다 더 큰 사과들이 옆이 마치 칼로 벤 듯 가로로 깊은 상처를 보이며 갈라져 있었다. 옆에 달린 사과는 10월 초순 내린 비에 터졌고, 벌써 속이 시커멓게 썩고 있었다.
농장주 박재열씨(66)는 “50년 사과 농사하면서 꼭지 주위 갈라짐 현상은 종종 있었지만, 옆구리가 이렇게 터지는 현상은 처음”이라면서 “나무 한그루에 달린 열매의 30%에서 많게는 40%까지 옆구리 터짐 현상이 발생했다. 정말 막막하고 속이 새까맣게 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9일 오전. 3만3057㎡(1만평) 규모 사과 농사를 하는 정태연씨(62‧경북 영천시 임고면) 농장에선 열과를 따낸 컨테이너 박스가 수북이 쌓이고 있었다. 정씨는 “1만3223㎡(4000평) 사과밭에서 18㎏들이 컨테이너 350여개에 달하는 열과를 따내고 있다. 이는 전체 수확량의 10%가 넘는 수치”라고 말했다.
사과 옆이 갈라진 열과는 판매를 할 수 없어 가공용으로 밖에 처분할 수 없는 상황. 정씨는 “그나마 썩지 않은 것은 가용용으로 납품할 수 있지만 썩기 시작한 것은 고스란히 폐기 처분해야 한다”면서 “마음도 사과처럼 쩍쩍 갈라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박씨도 “우박 사과는 그나마 보조개 사과로 판매할 수 있지만, 옆이 터진 사과는 저장도 할 수 없을 뿐더러 썩은 것은 아예 폐기해야 한다”면서 “손해가 막심하다”고 했다.
농가와 전문가들은 수확을 앞두고 발생한 열과 현상이 이상기후와 무관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8월부터 유례없는 고온과 열대야가 10월 초순까지 이어졌고, 10월 초중순에 장맛비 같은 폭우 수준의 비가 두 차례 이어지면서 갑자기 사과 비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것.
권순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 농업연구관은 “8월부터 두 달 가까이 30℃가 넘는 고온과 열대야가 이어져 과피가 얇아진 데다, 본격적인 비대기를 맞은 10월 초‧중순에 걸쳐 두 차례 폭우 같은 비가 이틀씩 내리면서 열과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현록 대구경북능금농협 지도상무는 “지역별, 농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경북지역의 경우 사과 나무 한그루당 2~4%까지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옆구리 터짐 현상은 재배보험 대상이 아니어서 농가는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지 농가 걱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비와 함께 흐린날이 계속되면서 착색이 제때 안됐고, 덩달아 수확도 10여일 늦춰진 상태. 농가와 농협은 착색을 기다리다 사과 언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인찬 영주 풍기농협 조합장은 “사과가 달린 상태에서 서리를 맞게 되면 언피해가 발생한다”면서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에 농가 영농은 갈수록 힘겨워 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조합장은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을 고스란히 맞서야 하는 농가를 위해선 하루빨리 농작물재해보험을 손봐야 한다”면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라도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 피해를 제대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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