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조 8,642억 원, 역대급 국방예산의 의미
2026년 국방예산이 65조 8,642억 원으로 확정되었다. 전년 대비 7.5% 증가로, 2019년 8.2% 이후 7년 만에 최대 증가율이다. 이명박 정부 평균 5.2%, 박근혜 정부 4.1%, 문재인 정부 6.2%, 윤석열 정부 3.9%와 비교하면 이재명 정부의 국방투자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수치로 드러난다.
방위력개선비는 19조 9,653억 원으로 11.9% 늘어났고, 전력운영비는 45조 8,989억 원으로 5.8% 증가했다. 특히 한국형 3축체계 예산은 7조 2,838억 원에서 8조 8,387억 원으로 21.3%나 확대되었다.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 이 체계는 북핵 위협에 대한 독자 대응능력의 핵심이다. 국방 R&D 예산도 5조 8,3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4% 증가하며 첨단 무기 개발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다. 보라매 전투기(KF-21) 최초 양산, 광개토-III Batch-II 이지스함, C-130H 수송기 성능개량 등 핵심 전력이 이 예산에 모두 반영되어 있다.

50만 드론전사, 박격포 중대가 사라지고 드론 중대가 뜬다
이번 국방예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변화는 50만 드론전사 양성 사업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는 이 정책은 전 장병이 복무 기간 중 드론 비행기술을 숙달하고 관련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당초 205억 원이던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대폭 증액되어 최종 293억 원으로 확정되었다.

핵심부품이 국산화된 교육용 소형드론 1만 1,265대를 대량 구매하고, 전국 23개 드론교육센터를 운영하며, 전문교관 양성에 14억 3,000만 원을 별도 편성했다.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예하 부대에 7,396대, 제2작전사령부 602대, 수도방위사령부 208대, 특전사 588대가 배치된다. 분대당 1대 이상이라는 밀도다.

더 주목할 것은 편제 자체의 변화다. 육군은 보병 부대의 박격포 중대를 공격용 드론 중심의 드론봇 중대로 개편하는 설계를 이미 완료했다. 60밀리미터와 81밀리미터 박격포를 드론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전력이 확보되면 바로 기능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목표물 공격의 80% 이상을 담당하며 게임체인저로 입증된 상황에서, 한국군도 드론 중심 전투체계로 전환에 나선 것이다. 안규백 장관은 "드론은 제2의 개인화기"라고 선언했다. 2028년까지 약 6만 대를 투입하고 해군과 공군에도 순차 보급할 계획이다. 다만 국내 상용드론 시장의 90%가 중국산인 현실이 과제로 남아 있어, 비행제어기, GPS, 모터, 배터리 등 핵심부품 국산화를 병행 추진 중이다.

전작권 전환, 20년 숙원이 현실이 된다
이재명 정부 국방개혁의 최우선 과제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4대 국방개혁 과제, 즉 정예 군사력 건설, 전작권 전환, 강력한 국방개혁, 장병 복무여건 개선 중에서도 전작권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전작권은 전시에 한국군을 지휘·통제하는 권한으로, 현재 미군 4성 장군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행사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2012년까지 전환하기로 합의한 이래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두 차례 연기되었고, 이후에는 시기를 못 박지 않고 조건 충족 시 전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20년 가까이 끌어온 숙원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올해 1월 28일 전작권 전환 추진평가회의에서 "2026년을 전작권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한미 양국은 올해 10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58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전까지 2단계 검증인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마치고, SCM에서 양국 국방장관 승인과 함께 전환 목표연도를 제시할 계획이다.
목표연도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전인 2028년이 유력하다. 결정적인 것은 미국의 태도 변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신국방전략서(NDS)에 "한국이 재래식 위협에 대해 스스로 주도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동맹국에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핵잠수함 건조에 국방비 GDP 3.5%, 한국군의 미래 청사진
전작권 전환은 시작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방비를 현재 GDP 대비 2.3%에서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한미 간 합의했다. 실현되면 한국의 국방비는 100조 원을 넘기게 된다. 이 대통령은 통합임관식에서 "대한민국 국방비만 북한 GDP의 1.4배에 달하며, 세계 5위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존적 사고를 구시대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핵추진잠수함 건조다. 2025년 10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연료 조달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비확산 우려로 수십 년간 진전을 보지 못했던 사안이 처음으로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범정부 사업단을 꾸려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하며, 잠수함용 원자로 안전 규제 등 제도 정비도 병행한다.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연료봉 재처리 권한 확대도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 여기에 해병대 준 4군 체제 추진, 사관학교 통합, 방첩사 폐지와 기능 분산 등 군 구조 자체를 뒤바꾸는 개혁이 동시에 진행된다. 국방 AI 예산은 1,244억 원으로 증액되었고, 국방통합AI데이터센터 구축,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개발이 본격화된다. 한국군은 병력 숫자가 아니라 기술과 체계로 싸우는 군대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65조 국방예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전작권을 되찾고, 핵잠수함을 띄우고, 드론으로 무장한 새로운 한국군의 설계도에 찍힌 첫 번째 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