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4.50' 야마모토 요시노부, 진면목 드러낼까

조회수 2024. 4.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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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야마모토 요시노부(25)의 계약은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12년 3억25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이었다. 투수 계약 최대 규모였다. 메이저리그에서 공을 하나도 던지지 않은 투수가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 대우를 받은 상황은 아이러니했다.

메이저리그 투수 최대 규모 계약

3억2500만 - 야마모토 요시노부 (12년)
3억2400만 - 게릿 콜 (9년)
2억4500만 - 스트라스버그 (7년)
1억8500만 - 제이콥 디그롬 (5년)


연평균 금액은 일부 투수들보다 낮다. 야마모토의 연평균 금액은 약 2700만 달러다. 종전 최대 규모 1위였던 게릿 콜(3600만)뿐만 아니라, 연평균 4000만 달러 넘게 받는 맥스 슈어저와 저스틴 벌랜더, 제이콥 디그롬에게도 미치지 못한다.

역사적으로 투수 장기 계약은 매우 큰 도박이다. 1977년 클리블랜드 웨인 갈랜드가 10년 계약을 했지만, 그때는 FA 개념조차 생소한 시절이었다. 2019년 12월 게릿 콜이 9년 계약을 받기 전, 2001년 마이크 햄튼의 8년 계약이 가장 길었다. 그런데 햄튼이 나쁜 계약의 사례가 되면서 투수 장기 계약은 필패처럼 굳어졌다. 그러다 보니 연평균 금액을 높여주는 한이 있더라도 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것이 정석이었다.

야마모토는 이 상식을 벗어나는 계약을 받았다. 특히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도 7년 계약이 끝나자 3년 계약과 단년 계약으로 붙잡았다. 7년 계약도 전임 네드 콜레티 단장이 추진한 것으로, 현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체제는 투수 장기 계약을 극도로 꺼려 했다.

이랬던 다저스가 기존 방침을 뒤로 하고 야마모토에게 12년이나 보장한 건 충격이었다. 커쇼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영역을, 메이저리그 신인 투수에게 허락한 것이다. 여기에 계약 기간 도중 FA 자격을 재취득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도 두 차례나 넣어줬다. 정상급 선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큰 계약을 따낼 수 있기 때문에 옵트아웃 조항을 선호한다.

옵트아웃 발동 기준 (첫 6시즌)

토미존 X 혹은 부상자 명단 134일 미만
2029시즌 & 2031시즌(32세) 이후

토미존 O 혹은 부상자 명단 134일 이상
2031시즌 & 2033시즌(34세) 이후


야마모토는 갈수록 연봉이 늘어나는 구조다. 첫 3시즌 연봉은 적다. 올해 500만 달러, 내년이 1000만 달러, 내후년도 1200만 달러다. 그러나 계약금이 5000만 달러나 된다. 이 계약금은 두 번에 걸쳐 올해 안에 다 받는다(2월 2000만, 7월 3000만). 즉 야마모토는 연봉만 적게 책정됐을 뿐이지, 실제 수령하는 금액은 결코 적지 않다.

야마모토는 지불 유예(defers)도 없다. 다저스는 오타니와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을 비롯해 심지어 1년 계약을 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게도 연봉의 일부를 추후 지급한다. 화폐 가치의 변동성을 고려하면 지불 유예는 구단 편의를 봐주는 방식이다.

선수 몸값은 경쟁이 일어나면 올라간다. 야마모토는 자금력을 보유한 빅마켓 팀들이 참전하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양키스도 3억 달러를 준비했고, 필라델피아는 다저스보다 더 많은 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억 달러 이상 부른 팀들이 6팀이 넘었다. 다저스로선 계약 세부조건을 선수친화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야마모토의 입단식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저스는 정성을 다한 끝에 야마모토를 영입했다. 이제는 야마모토가 왜 이토록 관심을 받았는지 보여줘야 할 시간이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

스프링캠프에서 야마모토는 명암이 엇갈렸다. 첫 등판은 깔끔했지만, 다음 두 경기는 크게 흔들렸다. 7.2이닝 9실점으로, 내용도 좋지 않았다(14피안타 4볼넷). 이 과정에서 다저스 중계진은 "스플리터를 던질 시 야마모토의 투구 습관(tipping pitches)이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야마모토의 포심 패스트볼(이하 포심) 구위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정규시즌 데뷔 무대는 서울 고척돔이었다. 서울시리즈 2차전이었는데, 굉장히 당혹스러운 결과를 남겼다(1이닝 5실점).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투구폼을 바꾼 것이 오히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야마모토는 네 경기를 더 나섰다. 4월7일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는 첫 승리도 신고했다. 하지만 야마모토를 둘러싼 물음표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일본리그를 지배했던 압도적인 피칭은 없었다. 왜 많은 팀들이 야마모토를 서로 데려오려고 했는지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저스도 야마모토가 나온 5경기에서 1승4패로 승률이 저조하다.

야마모토 등판 내용

1이닝 5실점 vs 샌디에이고
5이닝 0실점 vs 세인트루이스
5이닝 0실점 vs 컵스
5이닝 3실점 vs 샌디에이고
6이닝 4실점 vs 메츠
*1승1패 4.50 (22이닝 30삼진 5볼넷)


야마모토의 세부지표는 준수하다. 투수가 타자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방법은 탈삼진이다. 탈삼진은 피칭 외적인 요소의 개입 없이 타자를 돌려세운다. 야마모토는 이 탈삼진에서 리그 상위권에 있다. 탈삼진율 32.3%는 프레디 페랄타(36.7%)와 재러드 존스(34.8%)에 이은 리그 3위에 해당한다. 일본리그 통산 탈삼진율 26.4%보다도 높다.

투수 FIP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세이버 지표다. 투수가 직접 관여하는 항목(탈삼진 볼넷 피홈런)만 취합해서 계산하기 때문에 투수 개인 능력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평균자책점과 FIP의 차이가 심하면 외부적인 영향이 크게 미쳤다고 해석한다.

야마모토는 평균자책점 4.50에 비해 FIP가 3.04로 낮았다. 여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가 피홈런을 중립화시킨 xFIP는 2.69로 더 떨어졌다(피홈런도 구장 특성에 따른 유불리가 존재한다). 이는 야마모토의 평균자책점은 향후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참고로 야마모토는 지난해 일본리그에서 유일하게 FIP 1점대 선발 투수였다.

2023 일본리그 FIP 순위 (100이닝)

1.74 - 야마모토 요시노부
2.30 - 무라카미 쇼키
2.58 - 니시노 유지
2.68 - 이마나가 쇼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마모토의 피칭이 불안해 보이는 원인은 포심에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공략 당한 포심이 정규시즌에서도 반전을 일으키지 못했다. 포심 성적이 31타수 11안타로, 피안타율 0.355에 달한다. 포심 피장타율도 0.710로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포심 구속은 변함이 없다. 평균 구속 95.3마일은 지난해 일본에서 측정된 포심 평균 구속 95.1마일과 비슷하다. 메이저리그 선발 평균 구속(93.7마일)도 상회한다.

야마모토 포심 히트맵 (이미지 - 베이스볼서번트)

고민은 제구다. 포심 분포도에서 알 수 있듯 한가운데 몰리는 공이 많다. 90마일 후반대 포심이 난무하는 메이저리그에서 90마일 중반대 포심은 정교한 제구가 요구되는 공이 됐다. 야마모토의 포심은 명백한 실투가 많았고, 타자들은 그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타구 속도 95마일 이상 강한 타구를 허용한 비중도 메이저리그 두 번째로 높았다(67.9%).

야마모토의 강점은 플러스 피치를 두 개나 보유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주무기로 썼던 커브와 스플리터다. 커브, 스플리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통 투수 유망주가 플러스 피치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평가가 달라지는데, 야마모토는 두 가지를 내세우고 있어 기대가 남달랐다.

실제로 커브, 스플리터는 현재 빼어난 활약을 해주고 있다. 구종의 강력함을 대변하는 헛스윙률과 탈삼진율도 뛰어나다. 커브, 스플리터는 야마모토가 포심을 난타 당하면서도 버티는 원동력이다.

피안타율 [커브] 0.208 [스플] 0.115
헛스윙률 [커브] 37.2% [스플] 42.9%
탈삼진율 [커브] 45.8% [스플] 44.8%


하지만 주무기는 결정적일 때 던져야 빛나는 법이다. 무분별하게 남발하면 가치를 잃는다. 그런 식으로 주무기를 상실한 투수들이 여럿 있었다. 결국 야마모토도 포심 경쟁력을 지금보다 키워야 한다. 그래야 커브, 스플리터가 위력을 유지할 수 있다.

야마모토의 또 다른 과제는 이닝 소화력이다. 다저스는 야마모토가 곧바로 메이저리그 일정에 맞추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예고한 대로 야마모토를 각별하게 관리해주고 있다. 추가 휴식일을 주면서 일주일 만에 나오도록 배려했다. 덕분에 야마모토는 6일 쉬고 나온 직전 등판에서 처음으로 6이닝을 소화했다.

투수 교체 하는 로버츠 감독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문제는 다저스의 부상 변수다. 다저스는 바비 밀러의 어깨 부상으로 선발진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이로 인해 지난 주 마이너리그에서 리키 바나스코와 카일 허트, 랜던 낵 등 투수들을 대거 불러 올렸다. 이 대신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공교롭게도 다저스는 선발진이 휘청거리자 최근 10경기 4승6패로 주춤하고 있다.

팀이 어려운 와중에도 야마모토를 보호하는 결정은 바꾸지 않았다. 추가 휴식일을 줄 수 있지만, 그 시기가 적합한지는 다소 의문이다. 당초 야마모토와 원투펀치로 정해진 타일러 글래스나우는 5일 쉬고 나오면서도 긴 이닝을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글래스나우도 커리어가 부상으로 도배된 투수다. 관리가 필요하다.

다저스는 선발 투수 평균 이닝이 5이닝도 채 되지 않는다(4.7이닝). 컵스, 화이트삭스와 더불어 가장 적다. 반면, 불펜 투수가 던진 이닝은 가장 많다. 메이저리그에서 나홀로 100이닝을 돌파하고 있다(103.1이닝). 선발과 불펜 균형이 어긋나면 언젠가는 후유증이 발생한다. 다저스가 10월을 목표로 하는 팀이라면 이 균형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야마모토가 이닝이터 면모를 과시하면서 팀에 도움을 줘야 하는 부분이다.

야마모토는 올해 메이저리그에 동반 진출한 이마나카 쇼타(30)가 엄청난 스타트를 하면서 더 비교되고 있다. 이마나가는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0.84를 기록 중이다. 야마모토와 달리 포심이 무시무시한 성적을 보이는 것도 대비된다(52타수 6안타 피안타율 0.115).

야마모토의 진짜 모습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많은 팀들이 욕심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다저스의 선발진 위기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모두가 기다리는 진짜 모습이 나와줘야 한다. 기다림이 길어지거나, 기다린 시간이 허무하게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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