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가면 미성년자도 담배 살 수 있대”…범죄·탈선 온상 된 무인점포
현장 관리자 없어 범죄 빈발
절도사건 지난해 2배로 늘어
무인담배점 성인인증도 부실
업주차원 경비 시스템 부족해
경찰 업무 부담 가중 지적도
올해 7월부터 경기도에서 무인 문구점을 운영 중인 백 모씨는 “18평짜리 가게에 CCTV 6대를 설치해 사각지대가 없도록 관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절도를 막을 수는 없다”며 “절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저가 품목은 재고 확인을 그만뒀고, 일부 고가 품목만 재고 체크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부터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 중인 신 모씨(35)는 “한 달 동안 CCTV로 확인되는 절도만 최소 5건 이상은 된다”며 “물건 여러 개를 가져와 한 개를 누락해 결제하는 등 소액 절도가 대부분인데 인건비를 대신했다 셈 치면서 참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경기 부천시 일대 무인점포 8곳에서 현금 300여 만원을 훔쳐 달아난 미성년자 3명이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새벽 시간대 가위를 이용해 결제용 기기(키오스크)를 강제로 열고 현금을 털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9일에는 광주시 무인 점포에서 아이스크림을 훔친 뒤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가 100만원어치 아이스크림을 버리게 만든 7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무인점포는 현장 관리자가 없어 절도나 재물손괴, 쓰레기 무단 투기 등 범죄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무인점포에서 금액을 지불하지 않고 나갈 경우 절도죄, 2인 이상 범행에 가담하거나 흉기를 소지할 경우 특수절도죄, 무인점포 내 기물을 파손할 경우 재물손괴죄, 무인점포를 점거해 타인의 출입을 막는 경우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인점포 증가에 따라 무인점포에서 발생한 절도 건수 역시 2021년(3~12월) 3514건, 2022년 6018건, 2023년 1만847건으로 계속 증가 추세다. 타인이 두고 간 신용카드를 충동적으로 사용하는 신용카드부정사용죄도 늘고 있다.
홍대입구역 매장은 출입문에 설치된 성인인증 기기가 고장 나 있었고, 강남역 인근 매장은 출입문이 상시 개방돼 있어 청소년들이 매장에 드나들기 자유로운 환경이었다. 청소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위조신분증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고, 성인의 신분증을 쉽게 빌릴 수도 있기에 별다른 제재 없이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에서의 전자담배 구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담배, 술 등은 청소년 탈선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건물에 경비원이 상주해야 한다든지 등 무인점포 설치 및 관리 기준이 더욱 철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무인점포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처리하느라 한정된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인이 부담해야 할 사설 경비 비용을 시민이 낸 세금으로 부담한다는 비판도 이런 연장선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인점포 관련 신고 증가로 경찰들이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고 한정된 경찰력으로 모든 사건을 추적하기 힘들어 확실한 처벌이 안 돼 절도가 계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강화된 경비 시스템 도입 등 업주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관리 방안들을 책임감 있게 실시해야 하고 방문객에게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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