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를 일본에 판매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F-22와 F-47 등 미 전투기의 능력을 강조하며 도입 의사를 물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현존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받는 5세대 전투기 F-22는 1998년 미 의회의 수출 금지 조항에 묶여 해외로 수출된 전례가 없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2030년대 중반 실전 배치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6세대 전투기인 F-47은 아직 제원조차 명확히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제안은 그야말로 전례 없는 일입니다.
일본의 독자 개발 프로젝트에 제동 걸기
트럼프의 이러한 제안 뒤에는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프로젝트 GCAP(Global Combat Air Programme)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일본은 이 프로젝트에서 기체 설계를 담당하며, 특히 스텔스 성능 향상과 경량화를 위해 일본이 자랑하는 복합소재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3국은 이르면 2026년 3월 시제품 제작에 착수하여 2035년 차세대 전투기를 실전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이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성공할 경우, 미국의 방산업계와 대외 무기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기술 독점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과거 F-2 개발 때와 똑같은 압력 패턴
이번 상황은 1980년대 말 일본의 F-2 전투기 개발 당시와 놀랍도록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의 자체 스텔스기 개발사업인 F-3 전투기 개발사업에서 미국 방위산업체와 공동개발할 것을 일본정부에 압박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던 것처럼, 당시에도 미국은 비슷한 방식으로 압력을 가했습니다.

일본정부가 미국과의 공동개발을 주저하는 이유는 과거 F-2 개발사업의 트라우마가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F-2 개발 과정에서 독자개발을 통한 기술축적도 실패했고, 미국으로부터 핵심 기술이전을 받는 것도 실패하면서 대내외적인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본정부가 전체 개발예산의 약 60% 이상을 담당했다는 점입니다.
결국 일본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핵심 기술은 얻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경험했습니다.
동맹국에게도 "10% 성능 낮춰서 판다"는 속내
트럼프의 진정한 의도는 F-47 발표 당시 그가 한 발언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F-47 전투기 발표회에서 현재 미국의 동맹국에는 "10% 덜 강력한 버전"의 전투기를 판매할 수 있다고 밝히며, "미국과 현재의 동맹국들이 어쩌면 언젠가는 더 이상 동맹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일본을 진정한 동맹국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경쟁국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설령 F-47을 일본에 판매한다고 해도 완전한 성능의 제품이 아닌 의도적으로 성능을 낮춘 버전만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일본의 독자 개발 능력을 억제하면서도 미국의 기술적 우위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비현실적인 조건들로 포장된 함정
트럼프가 제안한 F-22와 F-47 판매는 실제로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F-22의 경우 수출 금지법이 유지되고 있는 데다, 생산라인은 2011년 이후 멈춘 상태입니다.
2016년 미 의회는 F-22 생산 재개를 검토했지만, 대당 비용이 2억600만~2억16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뜻을 접기도 했습니다.

F-47의 경우는 더욱 문제가 많습니다.
앞서 분석한 바와 같이 F-47의 실제 비용은 F-35의 2-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본 편대 구성에만 3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욱이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전투기를 구매하는 것은 일본 입장에서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입니다.
일본 독자 개발의 위력과 미국의 위기감
미국이 이처럼 강한 압력을 가하는 이유는 일본의 기술력이 실제로 위협적인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GCAP 프로그램으로 탄생할 차세대 F-3(F-X) 전투기는 내부에 6개의 미사일을 장착한 쌍발 엔진 전투기가 될 것이며, 이 전투기는 기존의 F-35 전투기보다 더욱 경량화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일본이 보유한 복합소재 기술과 정밀 제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일본은 해상자위대의 모가미급 호위함,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 등에 이미 복합소재 기술을 적용한 경험이 있으며, 보잉 787 여객기에도 일본의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 기술이 활용됐습니다.
만약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의 공동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한다면, 미국의 전투기 독점 체제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방산업계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에도 타격을 줄 것입니다.
일본의 선택과 향후 전망
현재 일본은 매우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영국·이탈리아와 공동으로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기로 한 일본이 여기서 발을 빼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동시에 미국의 압력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과거 F-2 개발 과정에서의 쓰라린 경험을 고려할 때, 일본이 다시 한번 미국의 제안에 속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더욱이 현재 진행 중인 GCAP 프로젝트는 일본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 기술 축적과 산업 발전에 훨씬 유리한 구조입니다.
트럼프의 이번 제안은 결국 일본의 독자 개발 능력에 대한 미국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변화하는 국제 군사기술 질서에서 미국이 느끼는 불안감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됩니다.
일본이 이러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독자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가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력 균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