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100분의 1 가격에 살 기회 있었다는데... “‘화성 정복’ 단어, 황당해 보였다”
이 기사는 2026년 4월 30일 08시 2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지금 가장 아쉬운 딜을 하나 꼽자면 8년 전 스페이스X를 놓친 일이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나스닥시장 상장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도 수차례 투자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이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뒤늦게 회자되고 있다. 그때 투자 결정했다면 현재 거론되는 시세의 10분의 1 가격에 살 수 있었다는 것인데, 당시 관계자들은 시가총액이 너무 크다는 점, ‘화성 정복’이라는 목표가 너무 터무니없어 보였다는 점 등 때문에 투자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IM)가 국내에서 처음 돈 것은 지난 2018년이었다. 이후로도 투자 기회가 있긴 했지만, 스페이스X의 콧대가 점점 높아져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2018년쯤이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2018년 현대가 방계 인사가 설립한 한 신생 자산운용사가 스페이스X 구주 지분 0.1% 미만 확보를 목표로, 자금 조달을 추진했다. 규모는 총 150억원, 당시 스페이스X 기업가치는 약 23조원(200억 달러) 수준에 책정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거론되는 스페이스X 상장 몸값 2200조원의 100분의 1 수준이었다.
당시 해당 운용사는 국내 주요 금융기관을 일제히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가 방계인 설립자의 배경에 더해 조달 규모가 15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더욱이 스페이스X는 테슬라로 주목받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기술 기업이기도 했다.
국내 금융기관은 그러나 스페이스X 투자를 외면했다. 국내 주요 연기금·공제회는 물론 증권사, 캐피탈사까지 현대가 방계의 스페이스X 구주 인수 펀드 출자를 거절했다. 비슷한 시점 국내 금융기관은 빅히트(현 하이브)나 블루홀(현 크래프톤) 등 콘텐츠사에 더 주목했다.
스페이스X 외면 사유는 크게 ‘너무 비싸고, 현실성이 없다’ 두 가지였다. 우선 이익을 내지 못한 채 신규 투자유치 때마다 5억 달러(약 5500억원) 안팎을 조달하는 비상장 기업에 한국 금융기관이 출자하기는 어려웠다. 또 기업가치 23조원은 멀티플 적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여기에 ‘현실성 부족’ 평가가 결정타가 됐다. 당시 작성된 IM에는 ‘화성 정복’ ‘다행성화’ 등 스페이스X의 화성 비전(Vision)이 담겼다. 국내 출자 담당자들은 ‘학을 뗐다’는 후문이다. 당시 IM을 검토했던 한 관계자는 “세상엔 이상한 놈들이 참 많구나 싶었다”고 회고했다.
같은 시기 글로벌 주요 기관은 반대로 움직였다.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PP)이 대표적이다. 기술로 기존 산업을 파괴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그로스 캐피털 투자 전문 ‘혁신투자 플랫폼’(TIP)을 별도로 구축, 스페이스X를 첫 투자처로 정했다.
OTPP는 투자 결정 근거로 스페이스X는 검증되지 않은 신생 스타트업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2002년 일론 머스크에 의해 설립된 후 75회 이상의 성공적인 발사를 기록했고, 궤도급 로켓을 성공적으로 재사용한 최초의 업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평가와 달랐다.

국내에서 스페이스X 투자로 유명세를 탄 곳은 미래에셋그룹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출자 외면 4년 후인 2022년 첫 투자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자금을 집행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펀드를 조성하고 미래에셋증권이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미래에셋그룹의 스페이스X 베팅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페이스X가 올해 상장을 예정하면서다. 상장 후 몸값으로는 2200조원이 거론된다. 미래에셋그룹의 최초 투자 당시 스페이스X 몸값이 160조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최소 10배 이상 투자금 회수가 예상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2018년 스페이스X 구주 인수 목적 펀드에 자금을 넣었다면 미래에셋그룹을 넘어서는 100배 이상 성과를 낼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창업주이자 강력한 오너십을 가진 박현주 회장이 이끌었기에 그나마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한국금융지주도 최근 가까스로 합류했다. VC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지난해 스페이스X 직원 등이 보유했던 구주를 약 1000만달러(약 143억원)에 매입하면서다. 매입 시점 기업가치는 약 580조원(4000억 달러)이었다. 2018년 대비 25배로 올랐지만, 한투파는 베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OTPP의 TIP와 같은 별도의 투자 트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8년 스페이스X 구주 거래와 같은 비상장 혁신 자산 투자·출자 기회가 온다고 해도 국내 주요 기관들은 과거와 같은 외면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탓이다.
정부는 최근 5년간 150조원을 투입하는 국민성장펀드를 본격 가동했다. 직접투자 15조, 간접투자 35조, 인프라투융자 50조, 초저리 대출 50조 구조로 AI·반도체·바이오·이차전지·로봇 등 10대 첨단 전략 산업이 핵심 투자 대상이지만, 해외가 아닌 국내 한정 투자가 핵심이다.
국내 한 금융기관 출자 담당 관계자는 “스페이스X에서 한 번 놓친 흐름이 다음 머스크급 자산에서 또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특히 글로벌 자산 쏠림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TIP 같은 글로벌 혁신 투자 트랙 개설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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