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못 나가도 좋다"…클린스만 선임 하자에 '부글부글'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선임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게 1년 7개월 만에 공식 확인됐습니다. 축구팬들은 “월드컵 못 나가도 좋다. 축구협회부터 바로잡자”며 월드컵 본선 진출보다 축구협회의 변화가 우선이라고 촉구했습니다.

문체부는 오늘(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중간 감사 결과 발표에서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무력화됐다”고 밝혔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마이클 뮐러 전 위원장 체제의 전력강화위는 지난해 1월 19일 출범했는데,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관상 대표팀 감독 선임을 주도하고 자문하는 기구인 전력강화위가 사실상 배제됐다는 겁니다.

△최종 후보자 2명에 대한 최종 면접을 전력강화위원장이 아닌 정몽규 협회장이 직접 진행 △이사회 선임 절차가 누락 등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문체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력강화위원들이 위촉되기 일주일 전부터 61명의 후보군을 23명으로 추려내는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1차 회의에서 밀러 위원장이 감독 선임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해달라고 요청해 위원들이 필수적 정보를 공유하는 조건을 받아들였지만, 사실상 아무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4.2.16 / 사진=매일경제

이 과정에서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2월 7일 후보자 5명의 화상 면접 결과를 보고 받고 1, 2순위 후보자는 직접 면접하겠다며 나섰습니다. 지난 2월 8∼9일 실제로 면접을 진행했고, 클린스만 전 감독이 적임자로 낙점돼 협상 끝에 같은 달 24일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쥐었습니다.

또한 각급 대표팀 지도자를 뽑을 때 이사회를 거치지 않던 관행에 따라 클린스만 전 감독에 대해서도 이사회 선임 절차가 누락됐다는 게 문체부 판단입니다.

당시 축협은 ‘밀러 위원장이 복수 후보자를 상대로 1, 2차 화상 면접을 진행했다’ 반박 자료를 냈지만 이 또한 허위로 밝혀졌습니다.

이 같은 절차적 하자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건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이후 처음입니다. 정 회장을 비롯한 협회 측도 문체부의 감사 내용을 일부 시인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축구팬들은 “당연한 결과다 축구협회 개혁해야 한다” “문체부는 법적으로도 행정절차로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대한축구협회를 제재하길 바란다” “이대로 월드컵 나가면 뭐 하나?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월드컵 참가에만 의의를 둘 건가? 이번 기회에 20년이 걸리더라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개혁하자”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한편 축협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치릅니다. 오는 10일 요르단과 원정 경기를, 15일에는 이라크와 용인미르스타디움서 홈 경기가 진행됩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