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으로 깔끔한 집을 만든 비법을 공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직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2014년 결혼식을 올린 9년차 주부 입니다. 저희 가족은 남편, 저, 7살 아이, 강아지 이렇게 4명 이에요. 사실 인테리어 디자인 & 설계 경험만 있지 시공 경험은 전무한데, 우리 집에서 마음껏 시공해 보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살림이 늘고, 정리할 일이 많아지면서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요. 그래서 가구도 최소화, 물건도 최소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물론 집 꾸미는데 있어서도, 컬러를 많이 섞는 것 보다는 화이트톤의 차분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좋아한답니다.

도면

저희집은 2010년 준공된 아파트로, 당시 내맘대로 설계하는 아파트가 유행이었어요. 기둥식 구조로 되어있어, 방 크기를 직접 고르거나 가벽을 없애 오픈된 방을 만들 수 있는 식이죠. 지금 집은 결혼 전에 부모님이랑 살던 집과 같은 단지에요. 당시 집은 거실 옆방이 오픈된 구조였는데 늘 부러웠어요. 어느날 재미로 집을 보러 왔다가 제가 너무나도 원했던 구조, 너무나 멋진 전망에 반해 덜컥 계약을 했답니다.

충동적으로 계약한 집이었고, 정말 예산이 타이트 했어요. 아무것도 고치지 않고 바로 이사를 왔습니다. 심지어 새로산 가구도 하나도 없이 모두 이전 집에서 사용하던 가구들이었어요. (TV만 새로 샀습니다.ㅎㅎ)이사 오고 일년간은 너무나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나름 전직 인테리어 디자이너인데, 여기서 만족할 수 있나요? 예산은 없지만 저에게는 시간과 손과 몸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짠내나는 셀프 인테리어를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오로지 제 손과 남편의 힘을 빌려 작업했기 때문에 작업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1. 인테리어 필름 시공

2. 아트월 덧방 시공

거실 Before

거실과 복도의 시공 전 사진입니다. 집을 정리하는 속도가 아이가 장난감을 어지르는 속도를 못따라갔구요.ㅠㅠ 벽, 바닥, 창틀, 문틀 모두 오묘~~하게 다른 우드컬러입니다. 심지어 같은 벽에 있는 걸레받이와 벽 필름도 색이 달랐어요.

물론 오래되어 색이 바랜 것일 수도 있고, 현장 시공과 만들어온 마감재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집에서는 용납이 안되죠. 저는 바닥재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한 가지 색으로 통일하기로 했습니다.

저희집은 방이 모두 남쪽으로 배치되어 있어, 정말 기나긴 복도가 있습니다. 이 복도는 전부 몰딩으로 된 벽으로 디자인 되어있구요. 엄두가 안났지만, 하나씩 하나씩 해보기로 했습니다.

거실 복도 시공중

다행인건 딱딱 각이 진 계단몰딩이라 천천히 꼼꼼히 하면,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유투브와 인터넷 셀프 인테리어 카페를 열심히 찾아보며 공부하면서 작업했습니다. 아이가 없을 때, 혼자서 시간 날때마다 작업 한 것이기 때문에 일년이 넘는 시간동안 저희집은 공사장이었답니다.

처음 시작한 벽이에요. 여기는 집 안에서도, 복도에서 서서도 잘 보이지 않는 벽이라 연습삼아 이 벽부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어요!

메인 벽부터는 공장처럼 같은 길이의 몰딩부터 붙여나갔습니다. 기존 벽에서 떨어지는 필름은 다 떼고 작업했어요.

거실 After

우드톤으로 인해 아무리 밝은 햇살이 들어와도 어두웠던 우리집. 화이트톤의 필름으로 교체하니 한층 화사해진 느낌이에요. 요 몰딩 하나하나 목장갑이 빵꾸나도록 열심히 밀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붉은빛의 우드플로링이 제일 마음에 안들었었는데, 다른 우드컬러를 없애니 좀 괜찮아보이는 거 있죠.

차르르 나비주름 커튼도 직접 만들었어요. 저는 집에서 소소하게 핸드메이드 소품을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집에 커튼 정도는 제가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창문이 길어서 두배주름 커튼으로 만들었더니 원단 값도 만만치 않았답니다.

벽지시공은 다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필름 컬러는 벽지와 많이 차이 나지 않는 것으로 선택했어요. 셀프 인테리어 카페에 가보면 요즘 유행하는 필름지 넘버를 알 수 있는데요. 저는 s208로 선택했습니다. 선택하고 시공을 한참 하고 보니 인기가 있는 컬러가 아니어서 그런지, 몰딩 필름지도 나오지 않고, 언제 단종될지도 몰라 조금 불안하더라구요.

이 글을 보고 인테리어 필름 교체를 마음먹으셨다면 몰딩 필름지가 나오는 인기 있는 상품으로 선택하시기를 추천 드릴게요!

아무 화분이나 가져다 놔도 잘 어울리는 화이트 벽이 되었습니다. 소파 옆 자리는 우리집에서 제일 이쁜 식물만 있을 수 있어요. 거실에 식물은 딱 두 개! 항상 미니멀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반려식물 키우기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식물들은 아래에 소개할 제 작업실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노을지는 시간이면 바깥 풍경이 정말 멋잇어요. 낮에는 햇볕이 너무 많이 들어서 힘들지만, 이 노을 때문에 모든 단점이 커버가 됩니다. 1년 365일 매일 조금씩 다른 멋진 노을을 감상할 수 있어요. 서향집의 매력인 것 같아요.

거실 디자인월 Before

거실 디자인 월을 따로 놓은 이유가 있습니다. 이 벽은 정말 고민이 많았었거든요. 난해한 산호석 모자이크 타일이 붙어 있었고요. 덧방을 해야 할지, 타일을 철거해야 할지 매일매일 머리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거실의 필름 다 붙이고도 엄두가 나지 않아 마지막 계단은 못 붙이고 있었답니다.

목재재단 서비스 이용

쉬운 방법을 찾기 위해, 인터넷 서치를 해보니 현대 l&c 에서 나오는 보닥월이라는 디자인월이 있더라고요. 더 알아보니 금액이 90만원이 훨씬 넘었어요. 지금까지 쓴 필름 값이 100만 원이 안되는데, 요 벽 하나에 90만 원을 쓸 수 없죠. 일단 실측을 하기로 했습니다.

필름지 가로폭은 110cm 이기 때문에, 벽면을 한번에 붙일 수는 없고요. 나누어서 붙여야 합니다. 3쪽으로 나누어도 되지만, 너무 넓은 면의 필름을 붙이다가 실수라도 하면 필름을 다 버려야 하고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4쪽으로 나누어 시공하기로 했습니다.

흔히들 인테리어 할때 소소한 재료사는 유명한 사이트 있잖아요. 여기서는 주문하는 대로 목재 재단을 해 주더라고요. 콘센트 위치, 보강대, 모두 계산해서 주문을 했습니다.

발주서 입니다. 타공 위치까지 잘 표시해서 발주하면 고대로 정말 정확하게 재단해서 보내줍니다. 하중을 받는 보강대는 9mm 합판으로, 필름을 붙이는 면은 9mm mdf 판넬로 주문했습니다. mdf 가 면이 고르기 때문에 필름을 붙이는 면은 mdf 로 하시는게 좋아요.

거실 디자인월 시공중

처음에는 산호석을 전부 철거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너무나 어렵고 먼지도 많이 나고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피스가 박히는 부분의 산호석만 떼어내고 길다란 피스로 보강대를 고정했습니다.

우리 남편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가구 조립용으로 사용하는 미니 전동드릴로 작업하느라... 힘이 없어서 드릴이 계속 멈추더라고요.ㅠㅠ 결국은 드라이버로 돌려서 고정했고, mdf 면 위로 피스 머리가 나오면 안되기 때문에 꾹꾹 눌러달라 요청했습니다. 힘들더라도 마감은 예뻐야 하니까요!

피스 박힌 부분은 퍼티로 면을 깔끔하게 정리해줬어요. 콘센트 타공 위치도 정말 정확하게 잘 뚫려 왔더라고요.

거실 디자인월 After

완전히 새로 태어난 우리집입니다. 창틀 필름까지 전부다 하얗게 바꿔줬습니다. 강아지도 하얀 소품같죠? 거실은 미니멀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어요. 소파에 쿠션은 2-3개만, 화분은 한개만 놓았습니다.

이 소파는 사용한지 벌써 4년이 되었어요. 등받이가 높아야 앉아있을 때 편하긴 한데, 저는 기능보다는 모양을 우선시 하거든요 ㅎㅎㅎ 이렇게 군더더기 없는 모던한 소파가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아이와 강아지를 키우다보니 방수, 발수가 되는 소파를 찾아 구매했어요. 패브릭 소파는 유지관리 때문에 꺼려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가죽소파도 사용하다 보면 갈라짐이 생기잖아요. 시간이 지나도 처음 모습을 유지하기 어려운건 패브릭이나 가죽이다 나 똑같은 것 같아요. 어쩄든 아직도 이렇게 꺼진데 없이 짱짱합니다.

우리 강아지가 좋아하는 자리입니다. 항상 여기에 앉아있어 이 각도의 사진이 많아요.

햇살이 따뜻한 오후에는 창가 앞에 누워있는답니다. 커피인형은 우리강아지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에요.

거실 옆 작업공간

여기는 제가 소품을 만들기도 하고, 블로그를 쓰기도 하는 작업공간이에요. 이케아로 꾸민 가성비 작업실 입니다. 요즘은 아이가 공부를 하고 싶어해서, 저는 작업을 하고 아이는 그 옆에서 공부를 하곤 한답니다. 아이가 거실에서 놀고 있을 때는 함께 마주 보며 작업 할 수 있어 정말 좋은 구조에요.

테이블 상판을 두개 이어서 긴 테이블을 만들어줬어요. 이케아에서 상판과 다리를 따로 사서 조립했습니다. 에케트 장은 구매한 시기가 다르다보니 다리 모양이 다르네요~

친한 언니가 프랑스에서 가구를 수입해와서 판매를 했었어요. 그래서 예쁜 소품들을 많이 구했답니다. 거울과 포스터 정말 예쁘죠?

하단 수납장도 화이트로 할껄 그랬나, 살짝 아쉬운 부분 입니다.

긴 테이블을 놓아서 재단하기도 쉽고, 이것저것 올려놓고 작업하기 정말 좋아요. 아이책들은 아랫칸에 숨겨놓았어요. 미싱도 안쓸때는 선반 안으로 넣어놓습니다.

집에 손님이 오면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도 해요. 주방 보다는 이 방이 전망도 좋고, 햇살도 잘 들거든요. 저는 창가자리에서 식사하는 걸 좋아해요.

식물들은 이 방에서 키우고 있어요. 여기서 이쁜 아이들이 거실로 간택되어 나간답니다. 히메몬스테라는 이제 키가 너무 커져서 더이상 옮길 수가 없게 되었어요.

선반 장도 윗부분은 되도록 비워서 예쁜 소품이나, 작은 식물들을 올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방에서 일하고 있으면 아이도 자기가 할 꺼리를 가져와서 함께 하고싶어합니다. 자연스럽게 공부방이 되었어요.

원래는 선반장에 조명이 없었는데요. t5조명 두개를 사서 콘센트에 꼽아 사용하니 분위기가 더 좋아졌어요.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선반에 조명을 올린 이후로 식물들도 더 잘 자라는 것 같아요.

주방 Before

주방도 색색의 컬러가 있었습니다. 누렁누렁한 부엌장과 짙은 회색톤의 우드 붙박이장. 그리고 붙박이장과 대피공간 도어 컬러가 다른게 정말 의아 했어요. 그 자리에 방문이 달렸어도 색은 맞춰주는게 기본이거든요. 하지만 모든 색은 제가 맞추면 되니까요 ^^

주방 시공중

도어는 하나하나 떼서 작업해 줬습니다. 한동안은 공사중인 부엌에서 식사를 했답니다.

주방 After

주방도 전부 화이트로 바꾸었습니다. 주방은 거실과 분리되어 있기도 하고, 작은 창문이 하나만 있어서 낮에도 정말 어두운 공간이에요. 화이트로 마감을 모두 바꿨지만 여전히 어두워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피공간으로 나가는 문까지 화이트로 맞췄어요. 컬러라도 통일하니 좀 일관되어 보이는 것 같아요. 하나의 가구처럼 보였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대피공간이라 숨어있으면 안되는 것 이었겠죠?

저는 원형 식탁을 사용하고 있어요. 원형식탁의 장점은 의자만 추가한다면 무한대로 앉아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점이랍니다. 그러려면 식탁 다리가 하나여야 겠죠~ 여기서는 한 10명 까지 함께 식사 해 봤습니다.

타일과 인조대리석 상판은 그대로 두고 도어의 컬러만 바꿔줬어요.

여기는 세탁실로 가는 도어가 있어요. 모두 다 화이트로 통일!

조리대 상판에는 딱 요 세가지만 올려놓는게 저의 목표입니다.

저희집은 남서향 집이라 노을 맛집이에요. 해가 넘어가는 시간, 햇살이 너무 예뻐서 찍어봤어요.

마무리

이렇게 저희 집 소개가 끝났습니다. 사실 아직도 마무리 못한 공간이 너무나 많고요. 제 손이 닿지 않은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는 애정의 우리집이랍니다. 너무나 힘든 작업이었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렸지만, 작업 후에 확 달라지는 공간을 보면 정말 뿌듯하고 기쁘답니다. 수천만 원 수백만 원 들여서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렇게 적은 돈으로도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있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