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에서도 3구 삼진… 김원형 감독의 ‘재정비’ 지시에도 응답 없는 손아섭의 방망이

KBO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안타를 때려낸 ‘안타 제조기’ 손아섭(두산 베어스)의 방망이가 퓨처스리그(2군) 무대에서도 끝내 침묵을 지켰습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열린 고양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나선 손아섭은 세 타석 내내 이렇다 할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습니다. 팀 타선 보강을 위해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던 두산으로서는 뼈아픈 결과이며, 개인적으로는 역대 최다 안타 1위 자리를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손아섭은 이날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경기 감각 조율에 나섰으나, 고양의 좌완 투수 정세영의 구위에 완전히 눌렸습니다. 1회 첫 타석에서 2구 만에 2루 땅볼로 물러난 데 이어, 4회 무사 1루 기회에서도 투수 앞 땅볼에 그치며 주자를 진루시키지 못했습니다. 백미는 6회 선두타자로 나선 세 번째 타석이었습니다. 손아섭은 단 3구 만에 삼진으로 돌아서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7회 초 공격에서 대타 김문수와 교체되며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달 14일, 심각한 타격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한화 이글스로부터 손아섭을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군필 좌완 투수인 이교훈과 현금 1억 5,000만 원을 내주는 적지 않은 대가였습니다. 이적 당일 SSG 랜더스를 상대로 홈런을 포함해 3출루 경기를 펼쳤을 때만 해도 두산의 선택은 적중한 듯 보였습니다. 잠실 팬들은 다시 돌아온 ‘안타 왕’을 향해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 열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데뷔전 이후 손아섭은 단 한 번의 멀티 히트도 기록하지 못한 채 깊은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두산 합류 이후 기록한 타율은 0.114(35타수 4안타)로, 우리가 알던 손아섭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손아섭을 얻기 위해 내보낸 이교훈의 공백으로 팀 내 좌완 투수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트레이드 성과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손아섭이 2군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이, 기록의 역사는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있습니다. 현재 손아섭은 통산 2,622안타로 KBO리그 역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2위인 삼성 라이온즈의 최형우가 2,614안타로 턱밑까지 쫓아왔습니다. 두 선수의 격차는 이제 불과 8개에 불과합니다. 최형우가 1군에서 꾸준히 안타를 쌓고 있는 반면, 손아섭은 기약 없는 2군 생활을 시작했기에 역전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만약 손아섭이 이번 퓨처스리그 재정비 기간에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공백이 길어진다면, KBO리그 최고의 영예 중 하나인 ‘최다 안타 1위’ 타이틀은 최형우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안타 하나에 울고 웃던 ‘악바리’ 손아섭에게는 기록의 보존 여부보다도 자신의 타격 메커니즘이 무너졌다는 사실이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손아섭의 부진 원인을 두고 야구계에서는 여러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지난 겨울의 불투명했던 거취 문제입니다. 손아섭은 자유계약(FA) 시장에서 소속 팀을 찾지 못해 ‘미아’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다가, 스프링캠프가 한참 진행 중이던 2월 초에야 겨우 한화와 1년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는 충분한 비시즌 훈련량 부족과 심리적 불안감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베테랑으로서 새로운 팀으로 이적해 즉각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독이 되었다는 평가입니다. 김원형 두산 감독 역시 “손아섭이 트레이드로 와서 느끼는 부담감이 커 보였다”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자신의 장점인 정교한 타격 대신 장타를 의식하거나 결과에 집착하면서 특유의 부드러운 스윙이 사라졌다는 지적입니다.

손아섭이 자리를 비운 사이, 두산의 1군 라인업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손아섭 대신 등록된 안재석이 복귀 후 연일 타점을 올리며 활약하고 있고, 김민석과 양의지가 지명타자 자리를 유연하게 나눠 가지며 타선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팀이 승리를 쌓아갈수록 손아섭의 복귀 명분은 약해질 수밖에 없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입니다.

김원형 감독은 손아섭에게 “며칠 있다가 바로 올라오기보다는 경기를 뛰며 감각을 확실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열흘의 기간을 채우는 재충전이 아니라, 근본적인 타격 밸런스를 되찾지 못한다면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다는 경고와도 같습니다. 2군 경기 타율이 0.273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손아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다시 한번 ‘악바리 근성’을 발휘하는 것뿐입니다.

필자의 관점에서 현재 손아섭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최다 안타 1위’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것입니다. 역대 최고의 타자라는 자부심이 오히려 타석에서의 유연함을 방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2군 투수들의 공조차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태는 단순한 부진을 넘어 신체 밸런스의 붕괴를 의심케 합니다.

손아섭은 과거 임찬규의 개인 방송에 출연해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버겁다고 느끼면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그가 말한 '버거운 순간'에 직면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손아섭은 언제나 바닥에서부터 기어 올라온 선수입니다. 2,622개의 안타를 만들어냈던 그만의 루틴과 근성이 살아난다면, 최형우에게 잠시 자리를 내주더라도 다시 왕좌를 탈환할 기회는 충분히 올 것입니다.

손아섭은 2군 강등 후 첫 경기에서도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1군 복귀를 향한 여정이 험난함을 예고했습니다. 베테랑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두산의 트레이드 전략은 큰 위기를 맞이했고, KBO 역대 최다 안타 순위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이번 주말 이어지는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손아섭의 안타 생산 여부와 삼성 최형우의 추격 속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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