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선] ‘호남 대전’에 갈린 野대선주자 희비…이재명 웃고, 조국 한숨

변문우 기자 2024. 10. 1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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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영광‧곡성군수 ‘싹쓸이’…혁신당, 진보당 후보에게도 밀려
이재명, ‘본진’ 지키고 리더십 강화…조국, 2년 후 지방선거도 ‘빨간불’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진보 진영의 심장인 호남에서 펼쳐진 '10‧16 재보궐선거' 집안싸움은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대표의 조국혁신당에 압승을 거두며 끝났다. 전남 영광‧곡성군수 모두 민주당이 사수했다. 조국 대표가 '월세살이'까지 나서며 반전을 도모했지만 결국 이변은 없었다.

이번 재보궐선거로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은 강화된 반면, 22대 국회 개원 후 존재감이 떨어진 조국혁신당에겐 더욱 뼈아픈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민주당, '텃밭' 사수…곡성군수는 조상래, 영광군수는 장세일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곡성에서 조상래 민주당 후보가 먼저 승리를 결정지었다. 조 후보는 득표율 55.26%(8706표)를 기록하며, 35.85%(5648표)의 박웅도 혁신당 후보를 큰 격차로 이겼다. 이어 호남 격전지로 꼽힌 영광에서도 오후 11시 기준(개표율 90.67%) 장세일 민주당 후보가 40.92%(1만1612표)를 기록하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장현 혁신당 후보는 26.78%(7600표)를 얻어, 진보당의 이석하 후보에게도 밀린 3위에 머물렀다.

이번 호남 재보궐선거는 민주당과 혁신당 간 신경전이 치열했다. 혁신당은 이번 선거가 2026년 지방선거의 바로미터라 판단, 중앙당 차원에서 일찌감치 선거기획단을 꾸려 화력을 쏟아 부었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와 신장식 원내부대표 등 지도부 일원이 호남에서 '월세살이'까지 하며 바닥 표심을 다졌다. 여기에 당내 의원들도 전원 선거전에 참전시켰다.

혁신당의 행보에 민주당 지도부도 부랴부랴 견제에 나섰다. 한 달 전만 해도 민주당의 '호남 홀대론'이 불거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텃밭을 혁신당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만연했다. 이에 김민석 수석최고위원과 호남 출신의 한준호 최고위원은 수차례 호남으로 발걸음을 옮겨 현지 민심을 청취했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도 중앙 당력을 집중시키며 호남 사수를 위해 여러 메시지를 냈다.

선거운동 후반 양당의 신경전은 더욱 격화됐다.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금품 살포와 유권자 투표장 퍼나르기, 후보 재신신고 누락 의혹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영광에선 투표 때 고령층 유권자를 버스로 투표소까지 실어 나르는 일명 '차떼기 불법선거' 논란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곡성에선 민주당과 혁신당 후보 간 재산 신고 공방도 벌어졌다. 특히 영광은 진보당까지 가세하며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이 펼쳐졌다.

10월16일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을 확실시 한 조상래 더불어민주당 곡성군수 후보(왼쪽)와 장세일 민주당 영광군수 후보 ⓒ연합뉴스

'진보 적자' 경쟁한 이재명과 조국의 정치 명운은?

호남이 다시 한 번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대표는 내달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1심 공판을 앞두고 있는 등 '사법리스크'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이에 당내 비명(非이재명)계 일각에서도 '포스트 이재명' 필요성을 거론하며 이 대표를 흔들었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이 대표가 텃밭 사수에 성공하면서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유지된 셈이다.

한 친명(親이재명)계 민주당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초반에는 혁신당의 프레임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며 "하지만 결국 승리했고, 김동연 경기지사를 비롯한 비명(非이재명)계 일각에서 분출되는 '이재명 리더십 흔들기'가 한 풀 꺾일 것"이라고 봤다.

반면 조국 대표 입장에선 본인이 선발투수로 나서, 중앙당이 전력투구를 했음에도 한 석도 얻지 못하며 리더십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혁신당은 앞서 총선에서 '원내 12석' 돌풍을 일으켰지만, 개원 이후부터 비교섭단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상태다. 혁신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당의 저력을 입증해야만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일정 성적을 노릴 수 있었다.

혁신당 내부에선 향후 정국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다면 2년 남은 지방선거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혁신당의 한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사실상 호남도 거대당인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만큼 '계란에 바위치기'격이었다"면서도 "앞으로 국정감사가 끝나면 예산 정국에서 양당이 더욱 이슈를 가져갈 것인데, 그 속에서 비교섭단체인 만큼 존재감이 더욱 묻힐까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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