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영그룹은 창업주 이중근 회장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이 지분율 94%를 확보한 지주사 부영을 정점으로 사업회사가 거느려진 수직 계열화 형태를 띠고 있다. 오너의 지배력이 막강한 만큼 오너 중심 경영이 이뤄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모든 계열사가 비상장사이고 사외이사도 존재하지 않는 만큼 이를 견제할 수 없는 거버넌스 상의 한계가 있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5월1일 기준 부영그룹 전체 계열사 21곳 중 18곳에 총수일가가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총수일가 등재회사 비율은 85.7%에 달했다.
등기이사는 상법에 따라 의무와 책임이 명확히 부여되므로 책임경영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부영그룹은 전체 계열사 21곳이 모두 비상장사에다 사외이사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오너를 견제할 인물이 없어 오너 중심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사회에 대한 오너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 회장은 84세의 고령임에도 주요 계열사마다 등기이사로 활동하며 경영하고 있다. 그의 딸인 이서정 전무도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재직 중이다.
부녀가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직접 챙기는 모습으로 이 회장은 계열사 21곳 중 16곳의 등기이사이며 이 전무는 부영을 비롯해 부영주택·동광주택·오투리조트 등 핵심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겸직 중이다.

지난해 부영주택 이사회는 캄보디아 주택개발 법인에 대한 장기대여금 만기연장과 1조20억원의 토지담보대출, 5000억원 소공동 호텔부지 담보대출 등 굵직한 안건을 다뤘다. 이밖에 주요 계열사에서 재무제표 승인을 비롯한 임원급여지급기준 운영, 내부회계관리제도 등의 사안이 다뤄졌으나 부결은 1건도 없었다.
공정위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율이 높아질수록 원안 가결률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사외이사가 오너 중심 경영을 견제할 수 있다고 봤다. 부영그룹은 타 기업집단이 투명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를 늘리는 것과 반대 행보를 보인다. 오너가 독단적 결정을 내릴 경우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어 지배구조 상의 한계점이 뚜렷하다.
부영그룹의 폐쇄적 거버넌스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중에서도 최상위에 꼽힌다. 총수일가의 1인당 이사 겸직 수가 많은 집단 1위(7.8개)를 기록했으며 전체 등기이사 중 총수일가의 비율이 높은 집단 1위, 총수 본인의 이사 겸직 수가 많은 집단 1위 등에 올랐다.
거버넌스가 오너에 집중됐기 때문에 단점도 뚜렷하다. 이 회장 부녀가 수많은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은 만큼 경영 현안을 심도 있게 검토할 수 없다. 이사회 내 타 구성원도 오너와 배치되는 견해를 내기 어렵다. 선진적 이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ESG위원회 등도 없어 오너 중심 경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손실로 실적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고배당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거버넌스 한계가 드러난다. 부영은 2022년 연결기준 –1424억원의 순손실에도 1260억원의 배당을 진행했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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