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9월 모의고사 국어 영역 오류 논란..."학교 시험에서도 이런 일 없어"
문제가 된 문항은 국어 영역 선택 과목인 ‘언어와 매체’ 37번이다. 유음화, ‘ㄹ’의 비음화, 구개음화, 음절의 끝소리 규칙, ‘ㄴ’ 첨가 등 음운 변동에 대해서 묻는 문제다. 논란이 된 것은 문제의 한 예시인 ‘들녘을’이었다. 예시에는 들녘을의 표준 발음이 [들녀클], 비표준 발음은 [들녀글]로 제시돼 있다. 이 예시에 대해 지난 5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표준 발음이 틀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표준 발음이 [들녀클]이 아니라 [들려클]이라는 것.
9월 모의고사 문제 해설지에 따르면 ‘들녘을’의 ‘을’은 형식 형태소기 때문에 음절의 끝소리 규칙을 적용하지 않고 [들녀클]로 발음해야 한다. 출제 의도가 ‘녀’와 ‘려’의 맞고 틀림을 가리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국립국어원을 통해 ‘들녘’이라는 단어의 표준 발음을 묻는 상담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정확히 들녘을 단어의 표준 발음을 묻는 상담은 아니었지만 이와 유사한 ‘들녘에서’의 표준 발음에 대한 질문이었다. 국립국어원은 “들녘에서의 표준 발음은 [들:려케서]다. 표준발음법 제20항에 따르면 ‘ㄴ’은 ‘ㄹ’ 뒤에서 [ㄹ]로 발음하고, 제13항에 따르면 홀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와 결합하는 경우 제 음가대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하므로 [들:려케서]로 발음된다”고 설명했다.
표준 발음 변환기에 ‘들녘을’을 검색하면 결과는 [들려클]로 나온다. 국립국어원과 같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표준 발음 변환기는 한글 맞춤법 규정의 표준 발음법 규칙에 따라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연구실과 (주)나라인포테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서비스다.
이 문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게시자는 “교과서에도 잘못 기재되어 있는 것 같던데 그대로 가져다 쓰시다 오류가 발생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앞의 커뮤니티 사이트 글쓴이는 “학생들은 한 글자, 한 맥락 혼신의 힘을 다해 읽는다. 그러나 그 문제에서 너무나 명백한 오류가 생겼다. 여느 중‧고등학교의 중간고사에서도 생길 수 없는, 검수의 미비가 드러났다. 언어와 매체를 선택하는 모든 학생의 노력이 평가원의 안일한 실수로 헛된 일이 돼 버렸고, 학생들은 출제기관인 평가원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한 대치동 학원강사는 “교육청에서 출제하는 모의고사도 이런 식의 검수 미비는 없었던 것 같다. 복수정답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해석상의 견해차로 인한 거지, 아예 문항에 허점이 있지는 않았다. 저런 수준의 오류는 마감에 쫓겨서 출제했거나 검토 의지가 없어야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의대생처럼 1~2문제로 당락이 결정되는 학생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78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