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브랜드가 뭐길래
부동산 공화국에서 ‘어디 사세요’는 계급과 신분을 묻는 질문이 됐다. 지역만큼 중요한 게 아파트 브랜드다. 어떤 단지에 사느냐는 주거 품질을 넘어 자부심을 가르는 요소가 됐다. 아파트 브랜드와 관련한 백태를 알아봤다.
◇”이름 바꿔야 가치 올라간다”

아파트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단지 이름 변경을 추진하는 아파트가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근 다른 단지나 시공사와 갈등을 빚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 입주자대표회의는 ‘마포그랑자이’로 단지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신촌그랑자이가 위치한 마포구는 용산구·성동구와 함께 ‘마용성’으로 불리며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런데 단지명에 ‘신촌’이 들어가다 보니 마포 소재 아파트인 것이 부각이 안 된다는 게 주민들 생각이다. 입주민들은 오해 때문에 아파트가 제값을 못 받는다고 보고 단지명 바꾸기에 나섰고, 지난달 말 소유주의 80% 이상이 아파트 명칭 변경에 동의했다고 한다. 소유자의 80% 이상이 동의하면 브랜드 권리자(시공사)가 반대하지 않는 한 구청의 허가를 받아 단지명 변경이 가능하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마을40단지’도 단지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은 당초 시공사인 DL이앤씨의 ‘e편한세상’ 브랜드 사용을 원했으나, 시공사에서 브랜드 적용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용 불가를 통보했다. 이 아파트는 10년 공공임대 후 분양 전환 아파트다. 이후 입주자 회의는 입주민을 대상으로 재차 단지명 변경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같은 공공임대 분양 전환 아파트인 ‘광교마을 60단지’는 올해 초 ‘광교센트럴뷰’로 단지명 변경을 완료했다.
단지명을 바꾸는 과정에서 주변 단지나 시공사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 ‘다산자연앤자이’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공공분양 브랜드인 ‘자연앤’을 떼고 ‘다산자이’로 단지명 변경을 추진했다. 그러자 인근 민간분양 아파트인 ‘다산자이 아이비플레이스’ 입주민들이 혼동 우려가 있다며 반발해 남양주시청이 작년 11월 신청을 반려했다. 결국 다산자연앤자이는 지난 1월 ‘다산자이 폴라리스’로 단지명을 바꿨다.
세종시 나성동 ‘나릿재1단지 리더스포레’는 시공사인 한화건설의 ‘포레나’ 브랜드를 사용해 ‘포레나 세종’으로 단지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으나, 한화건설이 브랜드 사용료로 4억8000여 만원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했다.
◇재건축 단지들 “프리미엄 브랜드 붙여 달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 분양 아파트 ‘안단테’ 입주 예정자들이 단지 이름 때문에 LH와 갈등을 빚은 사례도 있다. 안단테라는 이름으로 분양을 마친 단지는 전국20개, 1만7300여 가구로 올해부터 입주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안단테란 이름이 공공 분양 이미지를 고착화시킨다고 쓰지 말아 달라고 입주 예정자들이 요구한 것이다. 결국 LH는 한 발 물러서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선 프리미엄 브랜드를 붙여 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현대건설 ‘디에이치’, DL이앤씨(옛 대림산업) ‘아크로’, 대우건설 ‘푸르지오 써밋’, 롯데건설 ‘르엘’ 등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힐스테이트’가 있지만, 개포 재건축 단지 등에 ‘디에이치’를 적용한 바 있다.
프리미엄 아파트의 효시는 DL 이앤씨다. 2013년 서울 반포동 한신1차 아파트 재건축을 수주하면서 처음 아크로 브랜드명을 달았다. 그 유명한 ‘아크로리버파크’다.

이후 경쟁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가 생겼다. 강남권 재건축 수주 등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등 명분에서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마감 등에 고가의 자재를 써서 공사비가 커지는 만큼, 주로 분양가가 높은 단지에 적용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공사비가 평 당 100~200만원 더 들어간다”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이유로 공사비를 더 받아내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브랜드가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최근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곳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붙이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고심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이 부의 상징이 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는 계속 거세질 것”이라며 “프리미엄 브랜드 위에 초프리미엄 브랜드가 등장할 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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