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베란다에 장기 보관하지 마세요.."겉은 멀쩡해도 뇌세포 죽이는발암 폭탄입니다

많이 샀다고 베란다에 쌓아 두신 식용유, 오래됐어도 색이 멀쩡하다며 계속 쓰시는 참기름, 구입한 지 1년이 넘었지만 뚜껑만 잘 닫아 두면 괜찮겠지 싶은 들기름. 이 기름들의 공통점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베란다처럼 온도 변화가 크고 빛이 드는 공간에서 장기 보관된 식물성 기름 안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이미 시작되어 있습니다. 바로 산패입니다.

기름이 산패된다는 것은 지방산이 산소·빛·열과 반응해 분해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알데하이드, 케톤, 과산화지질이라는 독성 물질이 생성됩니다. 문제는 이 물질들이 색이나 냄새로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들기름과 참기름처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기름은 산패 속도가 빠르고, 산패된 기름 특유의 역한 냄새가 나기 전에 이미 독성 물질이 상당량 축적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란다의 낮 온도가 30도를 넘는 여름철에는 산패 속도가 냉장 보관 대비 4~5배까지 빨라집니다.

산패된 기름이 뇌와 몸에 하는 일

산패 기름에서 생성되는 알데하이드 중 가장 위험한 것은 4-하이드록시노넨알(4-HNE)입니다. 이 물질은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신경 세포에 직접 독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뇌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손상시키고 단백질 변성을 유발합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조직에서 4-HNE 농도가 건강한 뇌보다 현저히 높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장기간 산패 기름 섭취와 인지 기능 저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뇌세포 손상 외에도, 과산화지질은 간세포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간 기능을 저하시키고, 혈관 내피를 손상시켜 동맥경화 진행을 가속화합니다. 국제암연구기관은 산패된 기름에서 생성되는 일부 알데하이드 계열 물질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심하셔야 할 것은 가열입니다. 산패가 시작된 기름을 고온에서 볶거나 튀기면, 상온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이던 독성 물질이 열에 의해 급격히 증폭됩니다. 오래된 기름으로 볶음 요리를 하거나 전을 부치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이유입니다. 연기가 나는 시점, 즉 발연점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독성 물질이 생성되기 시작한다는 사실도 기억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름 보관, 이렇게 바꾸세요

가장 먼저 하셔야 할 것은 기름의 보관 장소를 바꾸는 것입니다. 들기름과 참기름은 개봉 후 반드시 냉장 보관하시고, 3개월 이내에 소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식용유(대두유·해바라기유·카놀라유)는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서늘한 실내에 보관하시고, 개봉 후 6개월을 넘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세요. 베란다 보관은 계절에 관계없이 피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름을 구입하실 때는 작은 용량으로 자주 사시는 것이 대용량을 오래 쓰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유리합니다.

산패 여부를 간단히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손가락에 한 방울 떨어뜨려 살짝 비볐을 때 끈적이거나 금속성·페인트 냄새가 나면 이미 산패가 진행된 것입니다. 기름 색이 평소보다 짙어졌거나, 가열 시 거품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긴다면 즉시 버리세요. 기름 한 병을 아끼다가 뇌세포를 잃는 것, 그보다 더 아까운 낭비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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