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기엔 ‘불쾌’ 안 받자니 ‘패싱’…용산의 ‘한동훈 독대 딜레마’
친윤계 “당 장악력도 없으면서 독대” “언론플레이” 반발
친한계 ‘불쾌감’…“독대 거부? 형식적 만남만 하자는 건가”
용산, 고심 속…독대 시 ‘의정갈등’ ‘김 여사 논란’ 화두로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독대' 여부에 정치권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24일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 만찬이 예고된 가운데, 한 대표가 만찬 전 대통령과의 '1:1 단독 회담'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다.
용산이 즉답을 피한 가운데, 친윤(親윤석열)계와 친한(親한동훈)계 모두 한 대표의 독대 요구가 보도된 경위에 불쾌감을 표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청에 어떠한 답을 내놓는지에 따라 여당 내 계파 갈등 양상, 당정 관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친윤 "왜 언플하나"…친한 "형식적으로 보잔건가"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만찬에 앞서 독대하자고 제안한 사실은 21일 채널A가 여권 핵심관계자를 인용해 첫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다음날(22일)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저희가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한 대표는 '의료 개혁' 등 산적한 정치 현안에 대해 '20년 지기'인 윤 대통령과 '터놓고' 애기할 시간을 별도로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찬에 참석하는 추경호 원내대표 및 여당 최고위원들,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등을 제외한 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생각을 편히 공유해야 한다는 취지다.
관련 사실이 보도되자 친윤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 대표 측이 독대 요청을 언론에 고의적으로 흘려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만찬을 통해 정치 현안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음에도, 독대를 따로 요청하고, 이를 공개한 것은 '보여주기식 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친윤계 복심 권성동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에 "독대의 가장 큰 목적은 중요 현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정리된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만나기도 전에 독대 요청을 했다고 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한 대표 측은 언론 플레이가 너무 잦은 것 같다"며 "일을 성사키는 데 주안점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무슨 말을 했다' 여기에 방점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대표를 겨냥해 "당 장악력도 없으면서 독대해서 주가나 올리려고 하는 시도는 측은하고 안타깝다"며 "독대도 그렇게 미리 떠벌리고 하는 건 아니다. 그건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독대가 아니라 그냥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친윤계의 반발에 친한계도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재명 대표와 대통령의 '영수회담'도 진행된 가운데,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되레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독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후 진행될 만찬의 의미도 퇴색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상대방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게 언론플레이인데, 대통령이 여당 대표랑 만나는 게 과연 곤란한 상황인가"라고 반문한 뒤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 만나는 건 '뉴스'가 될 수 없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만나준다'는 시혜적인 태도가 되레 더 이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여당 대표의 독대 요구를 무시한다는 건 결국 '형식적인 만남' 외에는 따로 만나거나 얘기하기 싫다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용산 '묵묵부답'…만찬 후 '의정 갈등' 해법 내놓을까
대통령실은 만찬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까지도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별다른 응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곧 만찬과 관련한 타임라인을 공유할 예정인데, 아직 만찬 전 독대에 대해선 따로 연락온 것이 없다"고 밝혔다.
만약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독대 제안을 거절한다면 '윤-한 갈등설'이 재발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추석 전에도 한 대표와의 만찬 일정을 뒤로 미루고 윤상현 의원과 일부 당 지도부 인사와 따로 만찬을 가졌다. 이 사실이 공개되자 '당대표 패싱' 논란이 인 바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간의 불협화음이 노출될 경우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는 좋든 싫든 정치 운명공동체"라며 "한동훈 대표가 의지를 가지고 여야의정 협의체 등을 띄워도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아무런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꺼낼 화두를 미리 예단해, 독대를 꺼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정원 증원'도 협의체에서 재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논의 불가'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온 한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방송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각종 특검과 내각 쇄신, 의정 갈등 해법 등 자기가 생각하는 것, 당의 여러 구성원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 국민들 생각을 그대로 대통령한테 이야기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대화를 통해서 합의점을 찾지 않으면 (당정 모두) 굉장히 어렵게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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