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석 칼럼] 불확실성의 시대, AI가 던지는 과제

장정석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2025. 9. 1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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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 속도 업종·지역별 큰 차이
인력·제도 등 못 갖추면 경쟁력 약화
투자 양보다 자원배분 능력 중요해
전략·역량 맞물리면 그조차 기회로
변화의 신호 읽고 주도권을 잡아야

장정석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불확실성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대외적으로는 관세가 부활하고, 팬데믹과 지정학적 충돌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린다. 게다가 기술 변화 속도도 숨 가쁠 지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지금의 내 일자리가 과연 5년 뒤에도 필요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고, 같은 현실을 두고도 사람마다 해석과 반응이 다르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은 모든 지역과 계층에 똑같이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한국은행 경기본부의 기업경기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경영 애로 요인으로 ‘불확실성’을 꼽는 비중이 전국 평균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불확실성은 ‘결과의 확률조차 알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판단 자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 원인은 다양하다. 지정학적 갈등, 금융 불안, 기후 위기 같은 외부 충격에 더해 제도 개편, 사회 가치관 변화, 기술 혁신 등도 큰 몫을 한다. 특히 인공지능(AI)은 투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산업 구조는 물론, 소비자 행동, 노동시장, 교육 방식까지 단기간에 바꿀 잠재력을 지닌다. 이미 미국에서는 고급 기술 인력이 임금도 높고, 채용과 보상에서도 유리해 소득과 기회 모두 더 많이 누리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 불투명한 만큼 AI는 잠재적이면서 구조적인 과제이다. 한편 AI 확산 속도는 업종과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국내 전체 AI 도입률은 아직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제조업은 서비스업보다 더디고, 중소기업은 기술·인프라·인력 면에서 대기업에 비해 불리하다. 이 차이는 앞으로 누가 더 빨리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

현장에서 만나는 불확실성은 추상적인 개념에 그치지 않고,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하는 무거운 압박으로 다가온다. 얼마 전 조찬 모임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도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싶지만 어디서 시작할지, 어떤 방식으로 인력을 교육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기술 변화는 빠르지만 준비 수준과 여건은 제각각이라 같은 산업 안에서도 기업 간 대응력의 차이가 벌어진다. 불확실성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동시에 찾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도입할까 말까’가 아니라 ‘어떻게 적용할까’로 모아진다. 장비만 들여놓는다고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AI를 실제 업무에 뿌리내리려면 전략, 인력, 조직 문화, 제도적 지원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이 조건이 없으면 추진력이 떨어지고, 전환 효과도 제한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업종과 지역 간 격차는 벌어지고, 이는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투자의 양보다는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지를 정하는 역량이 더 중요하다. 기업이든 지역이든 개별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모으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목표와 핵심 정보를 공유하고 피드백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집단지성이 자라난다. 또 위기가 일상이 된 환경에서는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능력 자체가 둔감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앞으로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다. AI 시대에는 변화의 속도와 범위가 과거 어떤 요인보다 커진다. 그래서 지역과 조직은 집단 역량과 제도 기반을, 개인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역할을 전환할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두 축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리 큰 자금을 투입해도 성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반대로 전략과 역량이 맞물리면 불확실성조차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 같은 대응과 함께, 변화의 신호를 읽어 자기만의 관점으로 풀어내는 능력이다. 중앙의 지침만 기다리기보다 지역 현실을 새로 그려보고 흐름 속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배우고 적응하려는 노력이 이어질 때, 불확실성의 물살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힘이 될 것이다.

/장정석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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