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의 자기 분석... 3월까지 해결할 과제를 던졌다
일단 분노의 마음은 가라앉히자. 그리고 잠시 심호흡을 하자. 아쉽고, 애석하고, 짜증나겠지만 그래도 차분해지자.
팔레스타인전은 비겼다.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4승 2무.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고, 조1위를 굳건히 질주하고 있다. 이제 4경기 남았다. 이번 팔레스타인 원정 경기에서 보여준 것들을 분석하면 남은 4경기에 쓸만한 것들이 나올 것이다.
#다양해진 공격루트
팔레스타인전이 끝나고 홍명보 감독은 '부임 후 가장 발전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짧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득점할 수 있는 루트가 여러가지 생긴 것이 발전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홍 감독의 답이었다. 그의 말이 맞다. 이 날 경기에서 대표팀은 총 세 번 골망을 갈랐다. 전반 16분 손흥민의 골은 인정됐다. 전반 추가시간 박용우가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주심은 이미 휘슬을 불었다. 그 이전에 파울이 있었다고 판정했다. 골은 인정되지 않았다. 후반 35분 손흥민이 골을 넣었다. 주심은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VAR 판독 결과도 오프사이드였다.
한 골밖에 넣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장면은 의미가 있었다. 모두 다른 패턴에서 나온 골이었다. 손흥민의 골은 왼쪽에서 선수들이 논스톱 패스를 통해 완전히 수비를 무너뜨렸다. 이명재-이재성에 이어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삼각 패스. 이명재의 발을 떠난 볼이 상대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갈 때까지 단 4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장면은 코너킥에서 나왔다. 이강인의 코너킥을 김민재가 헤더를 시도했고 수비수 맞고 나온 볼을 박용우가 다시 헤더로 슈팅, 골을 넣었다. 이런 코너킥에서 맞춰진 플레이는 후반 12분 손흥민이 올린 크로스를 이강인이 뒤에서 돌아 들어가 왼발 슈팅으로 때리는 장면에서도 볼 수 있었다. 세트피스의 레파토리가 다양해졌다.
그리고 후반 35분에는 황인범이 뒷공간을 향해 로빙패스한 볼을 손흥민이 오른발로 잡은 후 바로 왼발로 슈팅해 골망을 갈랐다. 비록 간발의 차이로 오프사이드가 되기는 했지만 좋은 시도였고, 다양한 공격 루트의 또 다른 증거였다.
#골결정력
홍 감독은 자기 칭찬에 이어 바로 자아 비판을 했다.
"반대로 여러가지 루트가 있었음에도 상대가 강한 조직력을 가진 팀이라면, 우리가 결정할 때 결정을 했어야 했습니다. 앞으로 발전시켜야 할 부분입니다."
그렇다. 이 경기에서 대표팀은 이상하리만치 골이 안 들어갔다. 90분 동안 대표팀은 16개의 슈팅을 때렸다. 유효슈팅은 6개였다. 골대를 강타하기도 했다.
가장 아쉬운 찬스가 바로 전반 24분이었다. 손흥민이 왼쪽에서 볼을 잡고 드리블로 수비를 흔들었다. 뒤로 볼을 내줬다. 황인범이 왼쪽으로 패스했다. 이명재가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다. 오세훈이 낙하지점으로 달려갔다. 수비수가 따라오지 못했다. 프리 헤더. 골문을 넘기고 말았다. 쿠웨이트전에서 수비수를 앞에 놓고도 정확한 헤더로 골을 넣었던 그였기에 너무나도 아쉬운 찬스였다.
라미 하마디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도 대단했다. 그는 9월 상암에서 열린 경기에서도 한국의 슈팅을 계속 막아댔다. 이 날 경기에서도 5개의 선방을 보여주었다. 위치 선정과 반사 신경이 상당히 뛰어났다. 다만 우리 선수들의 슈팅이 너무 골키퍼 쪽으로 향한 측면도 컸다.
결국 많은 공격 루트를 만들더라도 골을 넣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 축구이다. 특히 이 경기에서는 후반 10분에서 20분 사이 대표팀이 거세게 몰아쳤다. 그 흐름을 탔을 때 골을 넣는 것은 강팀의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 지점에서 골을 넣으면 톱클래스 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아직은 부족하다.
#체력 관리
전반 12분 대표팀은 팔레스타인에게 첫 골을 내줬다. 4분 후 손흥민이 동점골을 만들면서 그 타격을 반감시키기는 했다. 그러나 12분의 실점 상황은 경기 내내 불안감을 남겼다. 그것도 김민재의 실수였기 때문이다.
"원정 2연전에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후반전에 지쳐가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체력을 아쉬워했다. 특히 김민쟁의 체력이 쉽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올 시즌 들어서도 김민재는 소속팀인 바이에른 뮌헨과 대표팀에서 계속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독일을 누비다가 전 유럽을 커버한다. 그리고 한국과 아시아까지 갔다오곤 한다. 홍 감독의 '체력 발언'도 이 지점에서 그 궤를 공유하고 있다.
문제는 3월 A매치이다. 우리 대표팀도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고 있다. 11월 A매치가 끝난 후 3월 A매치가 열릴 때까지 쉴 틈이 없다. 물론 독일은 크리스마스 즈음 휴식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 전과 그 후에 빡빡한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3월 A매치가 열릴 때 즈음에는 유럽파 선수들의 체력이 심하게 타격을 받은 상태임에 틀림없다.
K리그 선수들은 또 다른 의미에서 체력이 걱정된다. 시즌이 막 시작하는 시점이다. 경기용 100% 체력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결국 3월 A매치 기간 코칭 스태프들로서는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제 4경기 남았다. 1위와 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한국은 승점 14점으로 1위, 이라크가 승점 11로 2위이다. 3위 요르단(승점9)과 한국의 승점차는 6점이다. 3월 열리는 오만, 그리고 요르단과의 홈 2연전이 분수령이 될 수 밖에 없다. 2연승을 거둔다면 승점 20을 확보하면서 본선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다.
그 때까지 대표팀이 준비해야 할 것은 단 세 가지이다.
더욱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고
골결정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체력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