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앞두고 산타가 납치되면 벌어지는 일
[영화 알려줌] <레드 원> (Red One, 2024)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둔 시점, 북극의 철통 보안이 뚫리며 코드명 '레드 원'인 산타클로스 '닉'(J.K. 시몬스)이 납치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산타의 경호를 책임져온 북극 보안 책임자 '칼럼 드리프트'(드웨인 존슨)는 인류의 이기심과 악행에 환멸을 느껴 은퇴를 고민하던 차였다.
그러나 산타 납치 사건으로 인해 그의 계획은 수포가 된다.
신화 세계를 관리하는 비밀기구 'M.O.R.A'의 국장 '조이'(루시 리우)는 조사 과정에서 현상금 사냥꾼 '잭 오말리'(크리스 에반스)가 북극의 위치 정보를 해킹해 유출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잭'은 자신도 모르게 정보를 넘겼다고 주장하지만, 'M.O.R.A'는 그의 몸에 추적 장치를 심고 '칼럼'과 함께 산타 구출 작전에 투입한다.
두 사람의 수사는 카리브해 아루바에 있는 정보 브로커를 통해 크리스마스의 마녀 '그릴라'(키어넌 시프카)가 배후에 있음을 밝혀낸다.
'그릴라'는 산타의 마법을 흡수해 그를 의식불명 상태로 만들고, 특수한 마법 구슬을 대량 생산해, 산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모든 이들을 영원히 가두려는 계획을 세운다.
'칼럼'은 '그릴라'가 과거 산타의 이복형제이자 블랙리스트의 창시자인 '크람푸스'(크리스토퍼 히뷰)와 연인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의 도움을 요청하려 한다.
<레드 원>은 흥미로운 전제에서 출발하는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다.
산타클로스가 단순한 선물 배달부가 아닌 국가 원수급 경호를 받는 '레드 원'이라는 설정으로, 그의 근거지인 북극은 첨단 기술로 무장한 현대식 도시로 그려진다.
제작진은 유럽의 다양한 크리스마스 전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합하려 시도했다.
산타클로스뿐만 아니라 크람푸스, 그릴라 등 북유럽 신화의 어두운 면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특히 의상 디자인에서 이러한 노력이 돋보인다.
'산타클로스'의 의상은 전통적인 복장에 현대적 기능성을 더했고, '그릴라'의 의상은 아이슬란드의 불과 얼음의 대비를 표현했다.
여기에 제작진은 판타지 세계와 현실을 잇는 비주얼을 구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북극 대도시의 미래적인 외관과 고전적 요소의 조화, 카리브해 로케이션을 재현한 세트 등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 아루바의 모래를 공수해 만든 바닷가 세트나, 플로리다에서 가져온 야자수로 꾸민 리조트 장면은 공들인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레드 원>은 여러 할리우드 히트작의 요소들을 빌린 작품이다.
<블랙 팬서>(2018년)의 '와칸다'처럼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돔 형태로 만들어진 산타의 공간, <앤트맨>(2015년)이 보여준 크기 변형 액션을 '칼럼'에게로 이식하고, <해리 포터>와 같은 각종 판타지 세계관이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스케치에서나 볼법한 익숙한 설정이 연속된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맡은 주인공이 아들을 위해 품절된 장난감을 사러 떠나는 여정을 담은 <솔드 아웃>(1996년)보다 더욱더 상업화된 크리스마스를 비판 없이 수용하기도 한다.
대형 쇼핑몰에서 산타 이벤트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인기 콘솔 게임을 달라고 하며, 산타는 그런 소원을 마치 무인 드론이 배송하듯 배달한다. (하필이면 MGM을 거액에 인수한 아마존이 만들었기 때문에, 배송 관련 장면은 아마존을 연상케 한다)
<레드 원>이 결정적으로 아쉬운 지점은 믿고 보는 액션 스타인 드웨인 존슨과 크리스 에반스의 케미가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라져 버린 DCEU에서 '블랙 아담'을 맡았던 드웨인 존슨, 그리고 위기에 처한 MCU의 한 축이었던 크리스 에반스는 다시 '슈퍼 히어로'로 변신했으나 기대를 밑돌았다.
게다가 J.K. 시몬스는 근육질 산타클로스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대부분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있어 그의 연기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약 20년 전 사랑받은 <미녀 삼총사> 시리즈의 멤버였던 루시 리우도 액션을 기다리며 출연한 것 같았으나, 많은 액션 장면을 보여줄 틈이 보이지 않았다.
<레드 원>은 표면적으로는 액션 블록버스터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가족 드라마가 자리 잡은 작품이다.
산타와 크람푸스의 형제 관계, '잭'과 아들 '딜런'의 화해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감동을 전한다.
특히 마법 구슬 속에서 펼쳐지는 부자의 대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주제다.
부자간의 진정한 대화는 두 사람을 '착한 아이'로 변화시키고, 이에 따라 구슬의 마법이 풀리면서 탈출에 성공하기 때문.
그렇게 <레드 원>은 현대 할리우드의 장단점을 고루 보여주는 작품이다.
뛰어난 기술력과 스타 캐스팅, 새로운 산타클로스 세계관의 설정은 강점이지만, 이야기의 완성도와 창의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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