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스포츠 감각, 혼다 CBR500R
일반적으로 모터사이클에게 중요한 건 디자인, 엔진 출력, 전자장비, 편의성이다. 개인에 따라 더 중요한 요소가 있겠지만, 무엇 하나 포기하기 어렵다. 새로운 혼다 500 시리즈는 어디 하나를 크게 강조하기보다 전체적인 평균 점수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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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리 클래스
브랜드에서는 자사의 이미지와 성향을 잘 나타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델, 브랜드와 소비자가 첫 접점으로 이어지기 좋은 모델을 엔트리 모델이라고 부른다. 영어 단어 Entry(엔트리)가 가진 입장, 진입, 등장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쉽다. 이는 절대 가장 하위 모델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만만한 출력과 합리적인 가격, 그 브랜드의 향기를 얼마나 느낄 수 있느냐가 그 가치를 증명한다.
과거에는 ‘입문은 원동기, 작은 모델로 해야지.’와 같은 인식이 있을 정도로 초심자는 낮은 배기량으로 시작하는 것이 당연했다. 다루기 쉬운 무게와 출력으로 주행 테크닉을 쌓고 원하는 장르와 배기량으로 ‘올라간다.’라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높아지는 환경 규제에 따라, 정확하게는 까다로운 환경 규제를 대응하면서도 출력 저하를 커버하기 위해 배기량을 키웠다. 250cc가 300cc로, 300cc는 350cc 혹은 400cc로 조금씩 커졌고 출력도 소폭 상승했다. 물론, 125cc 모델은 면허 체계의 특수함 때문에 배기량이 커지지 않았지만, 많은 기종이 단종되면서 선택의 폭이 크게 줄어버렸다.
브랜드들은 자연스럽게 엔트리 모델의 기준을 높였다. 굳이 125cc 혹은 낮은 배기량으로 입문하지 않아도 되도록 넉넉한 배기량에 다루기 쉬운 특성, 안전을 위한 전자장치 등으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게다가 배기량이 커진 만큼 가격 책정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상위 모델에 사용하고 있는 기술을 하나둘씩 탑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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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모델
혼다코리아는 500시리즈 모델만 5가지를 구성하고 있다. 스포츠 바이크 CBR500R, 네이키드 CB500F, 스클램블러 CL500, 도심형 어드벤처 NX500, 크루저 레블500까지. 모두 471cc 병렬 트윈 엔진을 탑재했고 각 장르와 스타일에 맞게 튜닝됐다. 엔진뿐만이 아니라 프레임 구조도 서로 호환하며 휠, 배기 머플러, 풋 패그, 브레이크 시스템 등도 비슷한 장르끼리 공유한다. 덕분에 각 파츠의 원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선택지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CBR500R과 NX500이 가장 먼저 다음 세대로 발전하면서 5인치 컬러 디스플레이와 HSTC(트랙션 컨트롤) 등을 갖췄다.
깔끔한 스포츠 감각
HONDA CBR500R
디자인, 핸들링, 가속, 감속, 전자장비까지 모두 깔끔하다. 라이더에게 스포츠 바이크의 필링이 무엇인지 담백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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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맛
주행을 시작하자마자 거부감이 없다. 혼다 특유의 부드럽고 말랑한 감각 덕분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스포츠 바이크의 외관을 갖고 있지만, 핸들 바는 네이키드처럼 높게 올라온 편이라서 상체의 피로도가 적다. 차량이 많은 도심에서 느린 속도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데도 전혀 무리가 없다. 또한, 어시스트 앤 슬리퍼 클러치 덕분에 클러치 레버 조작도 수월하다. 검지 하나로도 충분히 조작할 수 있고 2기통 특유의 툭툭 치는 토크를 매끄럽게 붙여준다.
핸들링은 적당히 경쾌하다. ‘적당히’라는 표현은 매우 주관적인데 이 모델의 주된 활동 영역인 도심 혹은 가까운 외곽을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얘기다. 서스펜션은 항상 적당히 눌린 상태를 유지하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핸들을 조작하면 꽤 간결하게 움직인다. 순정 타이어와의 조합도 좋다. 고저차가 포함된 다양한 노면에서 안정적인 트랙션을 유지하고 꽤 급한 가속과 감속에도 차분하다. 500 시리즈 최초로 HSTC(트랙션 컨트롤)가 새롭게 추가되어 리어 휠 슬립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스로틀을 열었을 때 리어 휠이 슬립하면 계기반에 T(트랙션 컨트롤) 경고등을 깜빡이며 개입한다. 최신 상위 모델과 비교하면 다소 거칠게 제어하는 느낌이지만, 노면이 차갑거나 우천으로 미끄러운 순간에는 확실히 든든한 존재가 된다. 게다가 핸들 좌측 스위치 뭉치에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할 수 있는 별도의 버튼이 마련되어 있다. 정차 중 길게 눌러서 끄고 켤 수 있기 때문에 개입을 해제하고 좀 더 다이내믹한 주행을 하거나 각종 스턴트를 시도할 때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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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허들
이 모델을 본격적으로 몰아갈수록 아쉬운 요소가 하나씩 등장한다. 핸들이 조금 더 낮았으면, 하이그립 타이어였으면, ABS를 제어할 수 있었으면, 서스펜션 댐핑이 더 강했으면 등. 다루기 쉬운 특성 탓에 어느 순간 슈퍼바이크처럼 빠르게 달리려 했기 때문이다. 이때 오히려 페이스를 낮추고 급한 마음을 좀 추스르면 CBR500R만의 진가가 드러난다.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에 편안한 포지션, 낮은 속도부터 두툼한 토크와 매끄러운 회전 감각. 넓은 핸들 조향각과 안전을 위한 필수 전자장비까지. 순수한 주행의 재미를 경험하고 싶은 라이더에게 아주 낮은 허들이 된다. 언제든 뛰어넘고, 원하는 곳을 향해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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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DA CBR500R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2기통 DOHC
보어×스트로크 67 × 66.8(mm)
배기량 471cc
압축비 미발표
최고출력 50hp / 8,500rpm
최대토크 45.1Nm / 6,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7.1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17 (R)160/60 17
브레이크 (F)296mm더블디스크 (R)24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080×730×1,145mm
휠베이스 1,410mm
시트높이 785mm
차량중량 190kg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honda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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