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찰 “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이재용 경영권 승계 방안 중 하나”···공소장에 ‘프로젝트-G’ 언급

이보라 기자 2022. 11. 2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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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 아래로 삼성 서초동 본사 사옥이 바라보인다. 권호욱 선임기자

검찰이 지난 16일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재판에 넘긴 삼성전자 법인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의 공소장에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삼성웰스토리 모회사)가 영위 중인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계계획안의 이행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됐다”고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의 증거로 2020년 법원에 제출한 ‘프로젝트-G’ 문건도 공소장에 언급했다. 그룹 차원의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이 결과적으로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한 방편으로 쓰였다고 판단한 셈이다.

25일 경향신문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소장에서 검찰은 “최 전 실장이 2012년 말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동원된 삼성에버랜드가 계열사들과의 급식 거래를 계속 독점해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올릴 수 있도록 계속 수의계약 형태로 급식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했다”며 이같이 적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16일 삼성전자·삼성웰스토리 법인, 최 전 실장 등 전·현직 임직원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 전 실장과 삼성전자는 2013∼2020년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 4곳의 급식 일감을 삼성웰스토리에 100% 몰아주는 수의계약을 맺고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웰스토리가 수의계약한 급식 물량은 매출액 기준 2조5951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모회사인)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웰스토리로부터 지급받은 배당금 등을 원천으로 주요 주주인 이 회장 등 총수 일가에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최 전 실장을 포함한 삼성그룹의 임직원들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총수일가 회사인 삼성에버랜드의 안정적 수익 창출 필요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며 삼성웰스토리에 대한 부당지원 배경을 언급했다.

검찰은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로 삼성에버랜드와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가 높은 수익을 달성하면서 삼성물산(전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 합병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FC(급식·식자재) 사업 부문의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상대로 한 안정적인 매출과 높은 영업이익은 삼성에버랜드가 2015년 9월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의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아 삼성에버랜드가 유리한 합병비율을 도출하는 데 기여했다”고 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당시 이 회장은 당초 지분 23.2%를 보유하던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6.4%를 확보하면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됐다.

검찰은 ‘프로젝트-G’ 문건에 대한 설명도 공소장에 담았다. ‘프로젝트-G’ 문건은 검찰이 지난 2020년 9월 이 회장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길 때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을 이 회장에게 불법 승계하려는 계획을 담은 증거라며 법원에 제출한 문건이다.

검찰은 “최 전 실장이 2012년 10월 초 이 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원활히 승계하기 위한 종합적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계획안 마련을 지시해 같은 해 12월 ‘프로젝트-G’가 마련됐다”며 “이 승계계획안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에버랜드를 지분율이 취약한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계획을 핵심 내용으로 했고, 삼성에버랜드가 영위 중인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도 승계계획안의 이행방안 중 하나였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박용진 의원은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문제는 단순한 일감몰아주기가 아니라 이 회장의 삼성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 연결된 부분”이라며 “이번 검찰의 기소 내용은 삼성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에 삼성웰스토리가 사실상 동원됐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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