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혈전 제거 후 혈압, 너무 낮게 조절해도 좋지 않아

- 기존 가이드라인 ‘혈전 제거 후 수축기 혈압 180mmHg 미만’
- 140mmHg 미만으로 내릴 경우, 예후 안 좋을 가능성 높아

뇌경색 환자의 동맥 재개통 시술 직후, 수축기 혈압을 너무 과하게 조절하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이재태)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이하 PACEN)은 ‘급성 뇌경색 환자의 동맥 재개통 치료 후 혈압 조절 전략’에 대한 임상적 가치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축기 혈압을 1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라는 기존 가이드라인을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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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제거 후 혈압, 적당 수치는?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뇌혈관 질환은 국내에서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뇌졸중은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한 질환으로, 증상 발생 후 얼마나 빨리 치료가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회복 가능성 및 후유장애 정도가 달라진다. 긴급한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쳤더라도, 언어장애나 운동장애가 남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뇌졸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급성 뇌경색’의 경우, 뇌동맥을 막은 혈전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동맥 내 혈전제거술’이 임상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여기서 시술 직후 첫 24시간 동안 혈압 조절 목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좋을지에 대한 논란이 존재했다.

혈전제거술 직후 24시간은 뇌경색이 계속 진행되거나 뇌출혈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뒤따를 수 있는 고위험 시기다. 이에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혈전제거술 시행 후 24시간 동안 혈압을 수축기 180mmHg, 이완기 105mmHg 이하로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을 이렇게 설정한 것을 뒷받침할큼 신뢰성 높은 비교임상연구가 기존에 수행된 바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가이드라인 설정 이후 연구에서도 그것과 상이한 결과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수축기 혈압 140~180이 적절

이에 PACEN에서는 혈전제거를 통해 동맥 내 재개통 치료를 마친 직후 혈압조절 전략을 비교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환자에게 있어 가장 최적의 치료 전략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남효석 교수 연구팀에서 수행한 최적의 혈압 조절 방안 연구(OPTIMAL-BP 연구)를 지원했다.

PACEN이 지원한 OPTIMAL-BP 연구는 2020년 6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전국 19개 의료기관의 참여로 이루어진 무작위배정 비교임상연구다. 연구 결과, 동맥 내 재개통 치료 직후 수축기 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조절할 경우, 예후가 나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축기 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조절한 그룹은 수축기 혈압을 140~180mmHg 범위로 관리한 그룹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 비율이 15.1% 더 많았다.

이는 동맥 내 재개통 시술 후 24시간 동안 수축기 혈압을 180mmHg 미만으로 유지하되, 140mmHg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더 낫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180mmHg 미만으로 낮추는 것만 명시돼 있는 만큼,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또한, 향후 치료 전략을 수립할 때도 명확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공익 목적의 우수 연구 사례로 인정

이번 연구가 그동안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연구를 통해 직접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주체가 특별히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치료효과 향상, 삶의 질 개선 등 국민 건강 차원에서는 실질적으로 적지 않은 이득이 있다. 이번 연구는 공익적 임상연구 지원을 통한 우수 연구 사례임을 인정받아 미국의학회지 「JAMA」에 게재됐다.

PACEN 허대석 사업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 현장에서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으며, 임상시험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우수사례”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허 단장은 “앞으로도 환자 중심의 공익적 임상연구를 지원함으로써, 실질적인 국민건강 향상에 이득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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