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오세에 출현한 화석 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를 매복해 사냥한 포악한 신종 악어가 특정됐다.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고생물학 연구팀은 13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약 300만 년 전 서식한 신종 거대 악어 크로코다일루스 루시베나토르(Crocodylus lucivenator)를 소개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Systematic Palaeontology 11일 자에 먼저 실렸다.
연구팀은 에티오피아국립박물관이 보관 중인 대형 악어 화석 120여 점을 상세 분석한 결과 신종임을 확인했다. 몸길이 약 4.5m, 체중 약 600㎏으로 현생종 악어 중 가장 큰 바다악어나 나일악어보다 약간 작지만, 화석 인류를 포식할 만큼 사냥의 명수라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아이오와대 크리스토퍼 브로슈 교수는 “아프리카 물가는 지금도 악어의 습격이 우려되는 위험지대지만 300만 년 전도 마찬가지였던 듯하다”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지능의 유무를 유추하는 중요한 인간속인 점에서 이번 발견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악어 화석이 나온 에티오피아 하다르 유적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이 발굴된 곳이기도 하다. 1974년, 대체로 온전한 샘플을 얻은 고생물학자들은 루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루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뇌의 대형화보다 이족보행이 먼저 가능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표본으로 평가됐다.
크리스토퍼 교수는 “뇌도 다른 영장류보다 컸고 이족보행까지 가능했다면 루시는 위험한 포식자로부터 도망칠 힘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신종 악어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를 사냥한 점에서 ‘루시를 사냥하는 자’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했다.

이어 “신종 악어의 덩치는 현재 아프리카 생태계를 틀어쥔 사자나 하이에나를 능가한다”며 “340만~300만 년 전, 하다르 일대는 관목지와 습지가 뒤섞였는데, 이 악어는 지능을 갖춰가는 화석 인류를 잡아먹기 위해 끈질기게 매복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크로코다일루스 루시베나토르의 코 중앙에 자리한 큰 혹에도 주목했다. 이는 현생종 악어 중에서는 에티오피아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 미시시피악어와 비슷한 특징이다. 연구팀은 이 돌기가 수컷이 암컷에 구애할 때 쓴 도구라고 봤다.
연구팀은 루시의 뼈에는 악어에 직접 물린 자국이 없었지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이 악어의 표적임은 거의 확실하다고 봤다. 인류가 두 발로 걷는 것을 선택하고, 집단 경계와 사회성을 갖춘 배경에 이런 강한 포식자의 진화적 압력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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