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골프장 캐디 연봉이 3천800만원?...갈 길 먼 '유리 지갑'

안지혜 기자 2024. 10. 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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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지갑을 보통 '유리 지갑'이라고 표현합니다. 매달 얼마를 버는지 훤히 보이는 까닭에 세금이나 4대 보험료를 뗄 때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뜻에서 나오는 볼멘소리인데요. 직장인에게는 당연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이 여전히 드물게 지켜지는 직업군도 있습니다. 주로 현금으로 보수를 받는 직업군, 그 중에서도 골프장 캐디가 대표적입니다. 국세청의 방관 속에 탈세가 수 십 년 된 관행으로 자리 잡았고 캐디들은 그동안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아 왔습니다.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부족을 낸 정부는 올해를 캐디 소득 신고 정상화의 원년으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올 들어 지난 9월 초까지 골프장 캐디의 종합소득세 신고 건수(2023년 귀속년도)는 3만2천건을 넘겼습니다. 직전해인 2022년(8천984건)보다 260%, 5년 전인 2019년(2천746건)과 비교하면 1천% 이상 급증한 규모입니다. 골프업계는 캐디 규모가 3만8천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는데, 85% 가량이 신고를 마친 셈입니다.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증가율입니다. (참고: [단독] 이제 캐디도 세금 다 낸다…소득 신고 4배 급증 https://n.news.naver.com/article/374/0000407720?type=journalists)

하지만 신고 건수가 늘어난 것과 별개로 소득을 얼마나 정직하게 신고했는 지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국세청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캐디 한 명당 평균 수입은 3천830만원입니다. 전체 신고된 수입 금액(1조2천560억원)을 신고 건수(3만2천754건)로 나눈 금액입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와 그린재킷 등 골프업계가 지난해 골프장 내장객과 캐디피 등을 기반으로 추산한 캐디 한 명당 평균 수입인 5천500만원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입니다. 캐디들이 소득을 축소 신고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배경입니다.
 
<소득 상위 1%> 
 
<소득 하위 10%>

소득 분위별로도 살펴봤습니다. 올 들어 캐디 소득 상위 1%의 한 명당 수입은 8천3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최근 5년 중 최저치로, 소득 신고 건수가 적었을 때와 많았을 때의 모수 차이에 따른 '평균의 함정'을 감안하더라도 격차가 큽니다. 반면에 지난 4년 간 10만원대 안팎에 머물렀던 소득 하위 10%의 한 명당 연 수입은 900만원대로 쑥 올랐습니다. 최근 1년 간 상위 1%가 갑자기 덜 벌거나 하위 10%가 더 벌 만한 골프업계 환경 변화가 특별히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고무줄' 통계는 신뢰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습니다. 올해 신고한 금액이 실제 벌어들인 금액과 일치하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국세청은 "종소세 신고 금액을 면밀하게 검토해 과소 신고한 금액이 있으면 엄정히 집행하는 한편 내년에는 연초 수입 신고 안내문 발송을 더 확대해 신고 건수도 더 제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금언, 내년에는 더 투명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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