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떨어진 음식 ‘5초 룰’은 진짜일까… 직접 알아봤습니다

많은 이들이 속고 있는 '5초 법칙'의 진실
(왼쪽) 매끄러운 타일에 놓인 젤리, (오른쪽) 거친 타일 위에 놓인 쿠키. / 위키푸디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이 있다. “음식이 바닥에 떨어져도 5초 안에 주워 먹으면 괜찮다” 속설로 굳어진 이 ‘5초 법칙’은 전 세계적으로 회자돼 왔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를 믿고 있고, 지금도 누군가는 떨어진 간식을 재빨리 주워 입에 넣고 있을지 모른다. 이 법칙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을까.

5초 법칙, 한 고등학생이 진위를 검증했다

바닥에 떨어진 과자. / 위키푸디

2003년 미국 시카고에 사는 고등학생 질리언 클라크는 5초 법칙의 진위를 검증해 보기로 했다. 매끄러운 타일과 거친 타일 위에 각각 젤리와 쿠키를 떨어뜨려 세균이 얼마나 붙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결과는 명확했다. 세균은 5초가 되기도 전에 음식에 옮겨붙었다. 5초라는 시간 제한이 세균 오염을 막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연구는 과학적 기발함을 인정받아 2004년 이그 노벨상을 수상했다.

떨어진 음식이 오염되는 시간은 '단 1초'

수박에 세균이 침투하는 모습. / 위키푸디

클라크의 실험 이후에도 수많은 연구가 뒤따랐다. 럿거스대학교 식품미생물학과 도널드 샤프너 교수는 수박, 젤리, 식빵, 버터토스트 등 4가지 음식을 각각 스테인리스, 나무, 카펫, 세라믹 등 여러 재질의 표면에 떨어뜨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음식이 표면에 닿아 있는 시간도 1초, 5초, 30초, 300초로 나눴다.

실험 결과는 흥미로웠다. 수박처럼 수분이 많은 음식일수록 세균이 더 많이 옮겨붙었다. 가장 세균에 취약한 건 수박이었고, 가장 덜 오염된 건 젤리였다.

바닥의 재질도 영향이 있었다. 의외로 카펫은 세균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카펫의 표면은 울퉁불퉁하고, 섬유가 얽혀 있어 음식과 직접 닿는 면적이 적기 때문이다. 반면, 스테인리스나 세라믹처럼 매끄러운 표면은 음식과의 접촉면이 넓어 세균이 더 쉽게 옮겨갈 수 있었다.

이 실험을 통해 샤프너 교수는 “떨어진 음식이 세균에 오염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초도 채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즉, 음식을 얼마나 빨리 주워 먹느냐는 거의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3초 법칙'이 유행

위키푸디 4컷 만화.

한국에서도 “3초 안에 먹으면 괜찮다”는 말처럼 각기 다른 버전이 있다. 3초 법칙, 7초 법칙 등 숫자만 다를 뿐 논리는 같다.

식중독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는 단 1초 만에 음식에 옮겨붙을 수 있다. 바닥이 아무리 깨끗해 보여도 세균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화장실 바닥이나 식탁 근처, 주방 싱크대 주변처럼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장소는 더욱 위험하다.

음식이 떨어졌을 때, 표면이 축축하다면 오염 가능성은 더욱 높다. 수분은 세균의 이동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떨어진 음식이 국물이나 소스를 흡수한 채 그대로 있으면, 세균은 그 틈으로 빠르게 침투할 수 있다. 이때, 입으로 들어간 박테리아는 장에서 증식해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입에 넣는 순간 '위험 시작'

바닥에 떨어진 음식은 5초, 3초가 아니라 단 1초 만에 오염될 수 있다.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조건의 문제다.

아무리 빠르게 주워 먹더라도 오염 여부를 눈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일단 입에 들어가면 이후의 문제는 몸이 감당하게 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안 먹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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