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자본 기준 강화… '후분양 아파트' 늘어날까

김창성 기자 2024. 10. 17.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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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까지 국토부 하자심사위원회 분쟁 접수 '3119건'
정부, 선분양 자기자본 비율 인상 추진… 후분양 확대 기대
하자 문제 감소 전망… 자금 마련 기간 단축은 우려 요소
최근 아파트 하자 문제가 지속 거론되는 가운데 선분양과 후분양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수십억원을 내고 아파트를 사는데 하자 문제로 낭패를 보는 건 말도 안돼요." - 청약자 A씨

"후분양 도입이 하자 분쟁을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은 아닙니다." - 건설업체 직원 B씨

건설업체와 분양계약자의 하자 분쟁이 지속해서 발생하며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사태를 계기로 선분양 사업시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후분양 아파트가 늘어날 수 있는 제도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6개월(3~8월) 동안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에 접수된 공동주택 하자 처리 현황과 주요 건설업체별 하자 판정 결과를 내놨다.

시공능력평가(시평) 4위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6개월 동안 하자 판정 수가 가장 많은 118건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중소 건설업체인 ▲재현건설산업(92건) ▲지브이종합건설(80건) ▲라임종합건설(76건) ▲삼도종합건설(71건)이 많은 하자 건수를 기록했다.


아파트 하자 분쟁 해마다 증가


시평 상위 10위권의 건설업체 가운데는 현대엔지니어링 외에 포스코이앤씨(58건) 대우건설(51건) 현대건설(36건) 등도 하자 건수가 많았다.

2019년 9월부터 올 8월까지 누계 기준 하자 판정 건수 1위는 1639건을 기록한 GS건설이다. 이어 ▲계룡건설산업(590건) ▲대방건설(523건) ▲SM상선(491건) ▲대명종합건설(361건) 등이다.

누계 기준 GS건설을 비롯해 ▲대우건설(335건·6위) ▲현대엔지니어링(288건·8위) ▲현대건설(208건·14위) ▲롯데건설(205건·15위) 등도 하자 판정 건수가 많은 건설업체 20개 안에 들었다.

올 들어 8월까지 하심위에 접수된 하자 분쟁 사건은 총 3119건이다. 국토부는 연내 총 접수건수가 4679건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하심위 접수 사건은 2022년 3027건에서 2023년 3313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하심위는 8월까지 3525건의 하자를 처리했다. 하심위는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2019년 3954건 ▲2020년 4173건 ▲2021년 4717건 ▲2022년 4370건 ▲2023년 4559건 등 연평균 약 4355건의 하자 분쟁 사건(하자심사, 분쟁 조정, 재정 포함)을 처리했다.

하자로 인정된 주요 유형은 ▲기능 불량(14.01%) ▲들뜸·탈락(12.1%) ▲균열(10.7%) ▲결로(8.4%) ▲누수(7.8%) ▲오염·변색(7.3%) 등 다양하다.


선분양 계약자 불리 vs 후분양 자금 난관


아파트 하자에 대한 입주민의 대응은 이전과 크게 바뀌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하자가 대외에 알려질 경우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조용히 처리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법적 해결에도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최근 아파트 하자 문제가 빈번하게 터지는 가운데 선분양과 후분양에 대한 소비자와 건설업체의 의견이 엇갈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아파트 하자는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아파트 하자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건설업체별 하자 판정 건수마저 공개됨에 따라 후분양 전환 목소리가 다시 제기된다.

이전 정부부터 지속해서 추진해온 아파트 후분양제는 공정 후반에 청약을 실시해 분양계약자가 사전에 하자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쉽게 마련된다.

다만 선분양과 후분양에 대한 찬반 의견은 이전부터 대립했다. 현행과 같이 견본주택 실내·외 모형을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청약을 진행하는 방식에선 3~5년 안팎의 공사기간 동안 계약금과 중도금을 나눠 납부할 수 있고 아파트 시공비도 충당하게 된다.

이는 건설업계가 후분양제 확대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후분양제는 아파트를 60% 이상 지을 때까지 투입되는 시공비 조달에 따른 자금 압박이 우려되는 데다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더 침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에서 후분양제가 논의될 수 있지만 하자 등의 원인이 선분양에 의해서만 기인된 문제로 보긴 어렵다"며 "하자는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더 중요하고 후분양을 위해서는 제도의 뒷받침이 더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중견 건설업체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선분양 아파트의 경우 여섯 번에 걸쳐 내는 중도금을 후분양시 짧은 기간 내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자금 부담이 클 것"이라며 "건설업체도 공사비 마련에 난항을 겪을 수 있고 시행사와 의견 조율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공급 부족과 집값 폭등이 유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후분양제 도입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직장인 C씨는 "100만원짜리 휴대전화도 수천만원짜리 자동차도 실물을 보고 사는데 수억에서 최대 수십억원 아파트를 견본주택만 보고 구매를 판단해야 하는 건 소비자의 시각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시공사의 자기 자본 비율을 늘리기 위한 정책 마련에 들어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자기자본 비율 늘려 PF 부실 막는다


선분양과 후분양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올해 PF 부실 사태에서 보듯 선분양의 위험성이 인정되고 있어 후분양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국내 아파트 개발사업에서 시행사가 자금을 투입하는 비율은 총사업비의 약 5~10% 안팎으로 알려졌다.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 시공사가 지급보증 등을 제공해 대출을 일으키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토부는 선분양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이는 공사대금을 분양대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위험 요소를 줄이고 후분양 아파트가 점차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이 총 사업비의 20~30% 수준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호황기엔 적은 자본으로 개발이익을 내는 것이 가능했지만 건설경기 불황과 저성장이 지속되면 앞으로 PF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올 초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부동산 PF 사업에서 너무 적은 돈을 투자해 빚내서 하는 건 구조적으로 건전하지 못하다고"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자가 자기 돈을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빚내서 잘되면 많이 벌고 안 되면 망하는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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