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 8 체험판, 스팀덱에서는 어떨까?

철권 시리즈를 오래 즐겨온 분들이라면 PSP로 철권5, 철권6를 즐기던 때를 기억하실 겁니다. 오락실, 콘솔 게임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성능의 PSP에 게임 플레이 감각을 그대로 담아낸 이식도를 보여주었는데요, 덕분에 철권을 즐긴다면 누구나 갖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자랑했습니다. 혼자서 즐겨도 재미있었지만, 특히 오락실에 가서 즐길 때를 대비한 연습용으로는 이만한 게 없었거든요.

스팀덱에서 연 철권 8 체험판 페이지.

저는 최근에 스팀덱을 구입했는데, 이것도 PSP로 철권을 즐기던 시절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집에서도 편하게 철권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긴 했지만, 밖에서 갑자기 생각났을 때, 혹은 누워 있다가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 연습하고 싶은 게 생각났는데 PC 앞에 앉기는 귀찮을 때는 역시 스팀덱만한 게 없겠더라고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연습모드에서 원활한 연습이 가능할 정도만 되면 좋겠다 싶었죠.

과연 스팀덱에서는 철권 8을 플레이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을 21일 배포를 시작한 철권 8 스팀 체험판을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철권 8 체험판에서는 스토리 챕터 1과 아케이드 퀘스트 챕터 1, 슈퍼 고스트 배틀, 대전 모드, 갤러리, 네 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진, 카즈야, 폴, 니나)와 3개의 배틀 스테이지를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품질은 모두 '저'로 설정됐지만 해상도가 낮아서 렌더링 스케일은 높게 잡혔습니다.

게임을 처음 실행하면 게임에서 기기의 사양을 체크하고 그에 맞는 그래픽 설정을 맞춰주는데요, 스팀덱의 사양 점수는 48점이었고, 그에 따라 자동으로 맞춰진 그래픽 설정은 위와 같습니다. 최저 사양 설정이 된 셈인데 스팀덱에서 그래픽 품질까지 바라던 건 아니었으니 일단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먼저 해본 건 아케이드 퀘스트와 슈퍼 고스트 배틀입니다. CPU와의 대전이 주가 되는 콘텐츠인 만큼, 제가 바라는 품질이 나오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적합하다고 할 수 있죠. 영상에는 아케이드 퀘스트를 클리어한 다음 즐길 수 있는 슈퍼 고스트 배틀을 담았습니다.

그래픽 품질은 예상한 대로 그렇게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캐릭터는 봐줄 만하나 배경 그래픽은 심하게 뭉개진 걸 볼 수 있었죠. 하지만 60 프레임이 쭉 유지되는 모습은 볼 수 있었습니다 (영상 왼쪽 위의 지표 중 'GAMESCOPE' 바로 옆 숫자가 프레임).

대전 인트로부터 대전 중 히트 연출, 레이지 아츠에 대전 아웃트로까지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체험판 캐릭터가 사용하지 않던 캐릭터이고 스팀덱의 조작계가 철권에 잘 맞는 느낌도 아니지만, 스페셜 스타일이 있어 어느 정도 철권다운 조작이 가능했던 것도 좋았네요.

연습모드 플레이는 불가능했지만, 대전에서 이 정도 퍼포먼스라면 제품판의 연습모드에서도 비슷한 품질로 플레이가 가능할 듯합니다. 스팀덱에 PC에서 사용하는 컨트롤러를 물릴 수도 있는 만큼, 연습용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빈말로도 좋다고 말해주기는 어려운 품질. 닌텐도 스위치로 철권 8이 이식된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 그래픽입니다.
자글자글한 폴 형님...

아케이드 퀘스트와 슈퍼 고스트 배틀 만으로도 원하는 바에 대해서는 파악이 끝나긴 했지만, 그래도 스토리 모드를 안 해볼 수는 없겠죠. 철권 8의 스토리 모드는 고퀄리티 시네마틱 영상과 실제 게임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전환되면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인데, 그래픽 품질을 높게 가져갈 수 없는 스팀덱에서는 이게 어떤 식으로 보일지 궁금했어요. 아래 영상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놀랍게도 스팀덱은 스토리 모드에서도 괜찮은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시네마틱 영상과 게임 플레이의 전환도 고사양 PC로 즐겼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일부 장면에서는 프레임이 30프레임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는 60프레임을 일정하게 유지했기에 플레이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생각하던 용도는 아니었지만, 누워서 스토리 모드를 즐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듯합니다. 정말 예전에 PSP로 철권을 즐기던 그 느낌이 그대로 날 것 같습니다.

부족함은 있지만 스토리 모드의 화려한 배틀을 편하게 누워서 즐길 수 있습니다.

스팀덱을 구입한 후 여러 게임을 돌려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 '이게 왜 이렇게 잘 돌아가?'였습니다. 철권 8 체험판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저사양 PC로 철권7 60프레임을 사수해보겠다고 별 짓을 다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휴대용 PC에서 게임이 맞춰주는 설정만으로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한 때가 됐네요.

개인적으로 철권 실력이 가장 좋았던 때가 PSP 플레이를 병행하던 철권 6 시절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철권 8도 제품판에서 체험판 정도의 퍼포먼스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면 제 철권 실력이 다시 한번 일취월장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