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큐레이션] 카카오는 산소같은 AI를 원한다

최진홍 기자 2026. 5. 1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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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의 'AI 운영체제' 야망

카카오가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발판으로 카카오톡을 단순 메신저에서 'AI 에이전트 운영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실제로 5000만 이용자 전원의 개인화 에이전트 보유라는 큰 그림이 나온 가운데 메타와 구글이 각자 메신저 기반 AI 전략을 펼치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형 슈퍼앱 모델을 정조준한 선언으로 평가된다.

카카오는 7일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1조9421억원, 영업이익은 66% 급증한 21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영업이익률은 10.9%로 올라섰다. 비용 증가율이 7%에 그친 가운데 매출이 두 자릿수로 뛰면서 본업 중심의 수익 구조가 본격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 부문이 성장을 이끌었다. 1분기 플랫폼 매출은 16% 늘어난 1조1827억원으로 집계됐고 톡비즈 매출은 9% 증가한 6086억원을 기록했다. 광고 매출은 16% 뛴 3384억원이었다. 페이는 처음으로 분기 매출 3000억원 선을 돌파했고 모빌리티는 3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지점은 AI 전환 로드맵이다. 

먼저 정신아 대표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카카오의 중장기 AI 비전이 카카오톡 5000만 이용자 모두가 개인화된 에이전트를 보유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시장 일각에서 AI 서비스 확산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의도된 속도 조절이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단기 트래픽보다 이용자 경험의 완결성을 확보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

곱씹어볼 대목이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가 챗봇을 앞다퉈 출시하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경쟁하던 1라운드는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오픈AI의 챗GPT가 전 세계 8억명 이용자를 확보하고 구글 제미나이가 검색에 통합된 지금 단순 챗봇 출시는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되지 못한다. 당연히 2라운드의 화두는 '에이전트 커머스'가 될 수 밖에 없다. 대화에서 시작해 결제까지 한 번에 완료되는 끊김 없는 흐름을 누가 먼저 구현하느냐가 다음 승부처가 된 이유다.

카카오의 투트랙 전략이 이 지점에서 생명력을 가진다. 당장 AI 활용도가 높고 비용 지불 의사가 있는 헤비 유저는 챗GPT 포 카카오로, 일반 이용자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다. 그리고 챗GPT 포 카카오는 누적 가입자 1100만명을 돌파했고 전 분기 대비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클로즈 베타 종료 이후에도 이용자 잔존율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 다운로드 이용자가 연말까지 3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오픈AI와 손잡고 헤비 유저층을 흡수하면서 자체 모델로 일반 이용자 저변을 넓히는 구도다. 네이버가 자체 모델 단일 라인업으로 B2B 시장을 공략하는 사이 카카오는 외부 협력과 자체 개발을 병행하며 B2C 일상 영역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 인프라가 있기에 가능한 선택지이기도 하다. 수 년전 O2O 확장 전략의 동력도 여기에 있으며, 카카오 입장에서 이러한 생활밀착형 전략에 AI를 덧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나아가 자체 모델 경쟁력 확보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카카오는 매개변수 1500억개 규모의 카나나 2.5 모델 공개를 앞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비슷한 크기의 국내외 대형언어모델과 비교해 가장 좋은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체 개발한 한국어 특화 토크나이저를 통해 학습 비용을 최대 40% 줄이고 추론 속도를 60%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한국어 처리 효율은 5000만 이용자에게 AI 서비스를 무료에 가깝게 제공해야 하는 카카오의 사업 모델에서 결정적 변수가 된다. 추론 비용이 절반 가까이 절감되면 광고 모델만으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에이전트 커머스 실험이다. 카카오는 4월부터 카나나 인 카카오톡과 선물하기를 연동해 채팅방을 떠나지 않고 탐색·추천·결제를 마치는 흐름을 시범 운영 중이다. 이달 중 외부 상거래 파트너와의 연동도 예정돼 있다. 정 대표는 다음 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 카카오만의 에이전트 커머스 초기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모델이 안착할 경우 상당한 의미를 가질 전망이다. 

현재 모바일 커머스는 검색·앱 진입·상품 탐색·장바구니·결제로 이어지는 5단계 이상의 화면 전환을 거친다. 에이전트 커머스는 이 모든 단계를 하나의 대화창으로 압축한다.

쿠팡과 네이버쇼핑이 물류 인프라와 검색 광고로 구축한 기존 트래픽 통제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정 대표가 컨퍼런스콜에서 기존 트래픽 통제권 약화를 우려하는 파트너도 있다고 언급한 대목은 이 같은 산업 구도 변화를 시사한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분명하다. 에이전트가 추천한 상품을 이용자가 신뢰하고 결제까지 진행하려면 추천 알고리즘의 객관성과 사후 책임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 AI가 잘못된 상품을 추천했을 때 책임 소재를 누가 지는지, 광고비를 받은 상품과 순수 추천 상품을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정책적 합의도 필요하다. 카카오가 4만개 이상의 커머스 판매자 풀을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동시에 그 판매자들 간의 추천 우선순위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편 광고 사업의 구조적 변화도 예고됐다. 카카오는 하반기 커머스 광고 지면을 오픈형 구조로 전환해 연말까지 커머스 거래액 대비 광고 매출 비중을 연초 대비 4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메타가 인스타그램 쇼핑에서 시도한 모델과 유사하지만 카카오톡이라는 폐쇄형 메신저 환경에서 구현된다는 점이 다르다.

친구·가족 간 대화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 타기팅이 가능해질 경우 광고 단가 측면에서 글로벌 플랫폼을 압도할 여지가 있다. 동시에 사적 대화 영역에 광고가 침투하는 데 대한 이용자 거부감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변수가 된다.

지배구조 단순화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종환 최고재무책임자는 카카오게임즈 연결 제외 절차가 마무리되면 자회사가 87개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헬스케어와 게임즈를 포함한 연결 제외 법인의 합산 영업손실이 약 1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며 해당 손실을 제외하면 연간 영업이익률이 2%포인트 가까이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AI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시점에 비핵심 사업 정리로 실탄을 확보하는 행보다.

관건은 하반기다. 정 대표가 약속한 대로 다음 분기 실적 발표 전 에이전트 커머스의 초기 모습이 공개되고 카나나 2.5가 출시되면 카카오 AI 전략의 실체가 시장 평가대에 오른다.

챗GPT가 일상 검색을 잠식하고 메타 AI가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장악해가는 글로벌 환경에서 카카오톡이 한국 이용자의 AI 일상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될 수 있을지 여부가 가려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1분기 실적 반등은 그 도전을 시작할 자격을 확보했다는 의미일 뿐 도착선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