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윤석열 대통령 사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치왜그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한 달에 한 번,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정치왜그래?〉에 옵니다. 새 코너 '박지원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시작합니다. 박 전 원장은 4선 국회의원, 문화관광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등을 정치의 자리를 두루 경험한 한국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입니다. 박 전 원장과 함께 정치 현안을 두루, 또 깊이 톺아보겠습니다.
■ 방송 : 시사IN 유튜브 〈정치왜그래?〉(매주 화요일 저녁 7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장일호 기자
■ 대담 : 박지원 전 국정원장
“국정원 개혁하러 갔지 삭제하러 가지 않았다…윤석열이 내 정치적 체급 계속 키워주고 있어”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기시다 총리 제안, 김정은 굉장히 고심하고 있을 것"
“대통령 자신이 한 실수로 진상조사? 진상조사로 이슈 길어지면 국정 운영 동력 잃어"
“‘죄송하다' 한 마디면 이미 끝났을 일…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외교부에서 불가능하다고 보고한 정상회담 밀어붙인 외교안보라인 사퇴해야"
“빈손으로 돌아온 해외 순방, 특정 언론사에 분풀이 옳지 않아"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도랑에 든 소'…미국과 중국 모두와 협력해야"
■ 진행자 / 〈정치왜그래?〉가 한 달에 한 번 ‘박지원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새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박지원 전 원장님, 기다리고 계셨던 시청자 분들에게 먼저 인사해주시죠.
■ 박지원 / 시사IN에 많이 들어오셔서 구독도 하고, 좋아요도 누르고, 또 박지원을 만나세요.
■ 진행자 / ‘정치 천재'다 ‘정치 9단'이다, 이런 말이 또 어색하지 않은 정치권의 원로기도 하세요. 대통령 빼고 거의 다 해보신 거 같아요. 어느 인터뷰에선가 대통령 출마하면 ‘1호 공약'이 청와대 복귀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 박지원 / 제가 출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저를 대선에 나가게끔 계속 키워주고 있어요. 저는 국정원 개혁하러 갔지 삭제하러 안 갔어요(박 전 원장은 검찰로부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첩보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근데 그걸 고발을 해가지고, 계속 제가 입을 벌리게 한 단 말이에요. 문재인 대통령이 저를 국정원장으로 보낸 것도 제 입을 막으려고 보낸 것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2년간 국정원장 하면서 선글라스 한 번 못 써보고 마스크 계속 쓰고 다녔는데, 나와서 이렇게 마스크를 벗잖아요. 그래서 (방송도) 하는 거죠.
■ 진행자 / 저희가 사전에 박 전 원장님과 통화를 하면서 방송에서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여쭤봤는데, 북한 문제에 대해서 특히 청년들이 관심이 없는 게 안타깝다고 하셨어요. 박 전 원장님의 별명 중 하나가 또 ‘햇볕정책 전도사'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관련 질문을 첫 번째로 준비해봤는데요. 9월25일에 북한이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거의 4시간이 지나서야 NSC가 소집됐는데, 대통령이 아닌 안보실장이 주재를 했어요. 윤석열 정부에서 유독 이런 장면들이 반복되는 것 같은데, 전반적인 대북 정책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박지원 / 윤석열 대통령 대북 정책이 ‘담대한 구상'이잖아요(비핵화 틀을 유지하되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따라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경제적 보상을 실시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 저는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에 나서면 대북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내 3000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보다 진전된 건 사실이라고 봅니다. ‘비핵·개방 3000’의 전제는 핵을 폐기하면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은 핵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만 밝혀도 담대하게 경제 등 여러 가지를 지원하겠다고 한 거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무효가 됐어요. 왜냐하면 김정은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잖아요. 그니까 ‘담대한 구상'도 필요가 없어졌죠. 우리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데, 역대 UN에서 연설한 대통령 중에 윤석열 대통령만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어요. 처음이죠. 김정은은 좋았을 거예요. 김정은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비난을 해도 법제화한 게 가치가 있는 거예요. 그렇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전 세계가, 전 세계인이 힘을 합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어떤 지원이나 노력을 하자는 내용을 대통령이 했으면 참 좋았겠는데, 빼버렸어요.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은 틀려 버렸죠. 북한 핵 문제는 북미 간 문제지 남북이나 북중 간 문제가 아니에요. 그래서 연설을 통해서든,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서든 ‘바이든이 담대한 구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가 말하곤 했는데, 이번에 48초 만나서 뭘 했겠어요.
■ 진행자 / 얼마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가 공개됐어요. 거기서 인상 깊었던 게 “한국을 공격하거나 전쟁을 시작할 의도가 없다"는 말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박지원 / 김정은 입장에서는 외교적으로 트럼프 대통령하고 직거래하고 싶죠. 김정은에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미국이 문제지만, 이번에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비행거리는 600여km 아닙니까. 조금만 내려와서 쏘면 부산에 떨어지는 거예요. 탄도미사일은 우리 문제예요. 그러니까 우리도 그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까 김정은한테 계속 요구를 한 거죠. 그걸 김정은은 귀찮아 한거지. 왜냐면 ‘북한 핵은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거거든요. 세계에 핵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많지만, 보통은 자기들 방어용으로 가지고 있지 미국을 공격하겠다고 하는 건 북한밖에 없어요. 고 김정일 위원장도 방어용으로 쓰겠다고 했었는데, 김정은은 선제 핵 공격을 하겠다는 게 핵무력 정책 법제화의 골자잖아요. 남북 간 긴장이 높고, 북미도 전혀 대화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런데 일본 기시다 총리가 UN 연설에서 “김정은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했어요. 그걸 보면 최소한 일본은 미국과 합의가 되지 않았나, 추측을 하고요. 김정은이 굉장히 고심하고 있을 거예요.
■ 진행자 / 북한 이슈에서 한국이 계속해서 소외되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 박지원 / 포인트가 바로 그건데, 미국과 직접 대화가 여러 가지로 안 되고 있으니까. 2018년 (김정은과 트럼프가 역사상 처음으로 만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그건 또 (바이든이) 안 하거든요. 김정은이 여러 계산을 해서 기시다 총리랑 극적으로 만날 수도 있어요. 근데 제가 고 김정일 위원장 만났을 때 그러더라고요. 대일청구권 자금이 있잖아요(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군은 패전국인 일본에게 전쟁으로 파괴된 피해국의 사회기반시설을 재건하는데 직접 자금을 지원하라는 대규모 배상 책임을 부여했다. 한국은 1965년 3억 달러를 받았다. 향후 북·일 수교 과정에서 이 문제가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서는 일본을 달러 박스로 생각하는 거예요. 김일성에게 유훈을 받은 게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해서 체제 보장을 받아라, 둘째 제재 해제를 받아서 경제 발전을 해라인데 그 시드머니를 일본의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하라고 했다고 김정일이 저한테 그러더라니까. 그게 100억 달러쯤 받게 돼 있어요, 받으면. 그러면서 북한의 노동력과 남한의 기술력을 합쳐서 통신, 항만, 철도 이런 걸 하자고 그러더라고. 그렇기 때문에 저는 기시다 총리의 제안을 본 김정은이 지금 굉장히 머리를 회전시키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요.
■ 진행자 / 어떻게 보면 북한의 핵무력 정책 법제화도 그 일환이다,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겠네요.
■ 박지원 / 그렇죠.
■ 진행자 / 대북 문제에서 한국이 계속 소외되고 있는 게 걱정이 됩니다. 박 전 원장님이 여러 곳에서 “10월~11월 중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 그리고 7차 핵실험 할 가능성도 있다"라는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담대한 구상'도 소용이 없어진 지금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좋을까요.
■ 박지원 / 첫째는 그래도 북한에 대화를 재개하자고 요구를 해야 해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 관련해서 제안했잖아요. 만나자고 계속 해야 해요.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해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로 돌아가자, 거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해요. 김정은이 9·19 군사합의(2018년 4월27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이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 발표됐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합의)를 사실상 깨버렸잖아요. 그런데 현재까지도 파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 유일하게 싱가포르 합의에요. 미국의 정상과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서명한 합의문이기 때문에 존중하는 거죠. 또 그 내용이 점진적 행동으로 돼 있으니까, 그걸 좋아하는 거에요. 그래서 거듭 말씀드리지만 6·15 공동선언, 북한의 정상과 김대중 대통령이 최초로 합의한 서명이기 때문에 그건 북한도 존중을 해요. 그리로 돌아가면 돼요.
■ 진행자 /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윤석열 정부가 이어 받을 거라는 기대가 있으신가요?
■ 박지원 / 저도 없어요.
■ 진행자 / 없지만 어쨌든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시죠?
■ 박지원 / 그렇죠.
■ 진행자 / 앞서도 잠시 말씀드렸지만, 2030 젊은 세대가 북한 문제에 관심 없는 상황을 마음 아파하셨잖아요. 그런데 외교나 대북 문제가 어떻게 보면 전략상 굉장히 모호하기 때문에 관심을 갖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 박지원 / 우선 2030 세대가 많이 지쳐있죠.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크고. 우리가 잘 살면 되지 북한까지 같이 가야 하냐 생각하죠. 그런데 첫째, 남북 교류 협력이 되면 경제 문제도 해결이 돼요. 일자리가 얼마나 창출되겠어요. 그리고 우리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어요. 지금 우리는 사실상 섬나라에요. 통일 아니고 교류 협력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걸 할 수 있는지 아세요? 제가 볼 때는 가장 큰 문제가 청소년들에게 통일교육, 평화교육을 안 시켜요.
■ 진행자 / 저도 받아본 기억이 없어요.
■ 박지원 / 제가 평통(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민주적 평화통일 정책의 수립 및 추진에 관해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자문하는 기구) 사람들 만나면 늘 얘기해요. 청소년 대상 교육하라고. 근데 잘 안 해. 청소년들은 ‘표'가 안 되니까. 그래서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평통을 활용하는 것도 좀 담대하게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 진행자 / 현안 얘기로 좀 넘어가볼까 하는데요.
■ 박지원 / 그래요, 그게 재밌긴 하죠.
■ 진행자 / 해외 순방 후폭풍이 심상치 않습니다.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에서 “비속어 논란, 사실과 다르다"라고 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어요. 전직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 해외 순방에 또 동행도 많이 해보셨는데, 박지원이었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하라고 조언하셨을지 궁금합니다.
■ 박지원 / 박지원이었다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나죠. 이건 단군 이래,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아니 대통령 당신이 실수해놓고 뭘 진상조사 하라는 거예요? 자기가 제일 잘 알면서. 그리고 대통령실, 이 사람들도 엉망이에요. 그래서 저는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진짜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경제, 민생, 물가, 외교문제를 숙고해서 극복하지 않으면 정말 나라가 망해요. 우리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깨달은 게 대통령이 실패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걸 알았잖아요. 비속어 논란으로 국력을 소비할 때가 아니에요. 근데 이걸 진상조사하자고? 진상조사하면 더 오래 이 이슈로 국력이 소모되겠죠. 그러니까 말조심해야 돼요.
■ 진행자 / 보도 나오는 것들 보니까 대통령실에서는 유감을 표명할 시기가 이미 지났기 때문에 ‘강공'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 박지원 / 실수보다, 잘못보다, 거짓말이 더 나빠요. 워터게이트 사건 우리 다 알잖아요. 바이든 대통령도 폭스뉴스 기자한테 욕했다가 1시간 만에 전화해서 사과했어요. 김대중 대통령도 옷 로비 사건 때 언론의 비난을 마녀사냥이라고 했었어요. 제가 가서 사과하십시오, 했죠. 사과했어요. 근데 지금 이게 말이 됩니까. 이거는 대통령의 말씀이 아니에요. 귀국해서 다음 날, 도어스테핑에서 사려 깊지 못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했으면 이미 다 끝난 거예요. 저는 그렇게 할 거라고 보고 그날 아침에 8시에 라디오 인터뷰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사과할 거다'라고 했는데 틀려버렸어요. 낸시 펠로시도 꼭 만나서 인플레이션 감축법 논의하시라고 조언했는데 안 만났잖아요. 그러니까 ‘정치 9단이 요즘 틀린다'고 사람들이 그러는데, 대통령이 이렇게 예상 밖의 대응을 하니 제가 틀릴 수밖에 없어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사과하고 끝내셔야 합니다. 아니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대통령에게 우리가 어떻게 돌팔매질을 할 수 있겠어요.
■ 진행자 / 정치에 있어서 사과는 굉장히 중요한 수단인 것 같은데 윤석열 대통령이 제일 못하는 게 사과 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 박지원 /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느끼는 장점이 솔직하고 소탈한 거였단 말이에요. 윤석열답게 해야 되는 거예요. 그런데 대통령을 대통령답게 하지 않고 검찰총장답게, 검사처럼 하는 거예요. 피고인 데려다 놓고 ‘이xx’ 하면서 조지면서 만들어내는, 이런 건 아니잖아요. 대통령이 왜 그래. 나 같은 사람도 아는데 대통령이 왜 몰라.
■ 진행자 / 민주당에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도 발의하겠다고 하고, 외교 라인을 정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 박지원 / 외교 라인은 책임지고 사퇴해야죠. 그렇지만 나는 박진 장관은 아니라고 봐요.
■ 진행자 / 그건 왜요?
■ 박지원 / 왜냐하면 지금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이런 사람들이 잘못했지, 외교부는 본래 사고는 안 쳐요. 돌다리도 두드려보면서 하지. 그러니까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사고는 안치는데. 이번에 한·일 정상회담도 한·미 정상회담도 외교부에서는 제가 듣기로는 불가능하다고 보고했는데, 김태효 1차장이 ‘확실하다, 할 수 있다’ 이렇게 했다고 들었어요. 자, 보세요. 영국 조문하러 가서 조문 못 했잖아요. 교통 문제는 세계가 다 알고 우리도 다 알고 갔잖아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걸어갈 수도 있는데 안 갔단 말이야.
■ 진행자 / 기시다 총리 만나실 때는 걸어서 가셨는데…
■ 박지원 / 그러니까요. 조문 가서 조문 안 하고, 일본은 쫓아가서 30분 회담하는데, 우리 기자들은 가지도 못하고, 태극기도 안 넣고, 일본은 회담 아니고 간담회라고 하고. 또 미국은 기다려서 48초 만나고. 48초 동안 무슨 인플레이션 감축법 같은 이야기를 할 수가 있겠어요. 이건 할 수가 없어요. 48초 얘기를 했다고 하면 두 사람이 했으니까 산술적으로 24초씩, 거기다 통역이 있으니까 12초, 초능력이에요? 천공스승도 그거 못해. 지금 임기 넉 달 됐는데 두 번 해외 순방 나가서 두 번 다 실수를 하고 계시잖아요. 보세요, 폭우에 아파트에 물차고 있는데 그걸 보고도 집으로 들어갔다는 거 아니에요? 그건 대통령도 잘못했지. 그렇지만 다시 대통령실로 가십시다, 참모들이 이렇게 해야 하는 거에요. 그런데 그때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뭐라고 했어요? 대통령은 퇴근하면 안 되냐고 이렇게 국민 염장을 질러요. 또 보세요. 민방위복 옆에는 대통령이라고 써 붙였어요. 제가 그랬어요. ‘전 세계에서 대통령이라고 써 붙인 옷을 입은 것은 윤석열 대통령밖에 없어, 이건 기네스북에 올라가야 돼.’ 그래서 내가 가만 보니까 대통령 후보 때 손바닥에다 한자로 ‘왕'자 쓴 것하고 똑같더라고. 이게 계속 이렇게 실수를, 잘못을 연발하고 있다고 하면 그 책임을 물어서 인적 개편을 하셔야 한다, 외교 안보 라인은 특히. 그 대표적인 사람이 김태효 1차장이라고 보고요. 박진 장관은 제가 친해서가 아니라 합리적인 분이에요.
■ 진행자 / 친하세요?
■ 박지원 / 아, 친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서로 이렇게 존중하죠. 근데 그분이 나 존중하는지 안 하는지는 확인 안 해봤네.
■ 진행자 / 박진 장관이 책임질 것보다 김태효 1차장이 책임 질 것이 더 크다고 보시는 거네요?
■ 박지원 / 민주당 입장에서야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해임건의안 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나오는 거지만.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정말 해결하려면 김태효 등 외교안보라인과 의전 쪽을 손을 봐야죠. 그러면 박진 장관은 살아 나가겠죠.
■ 진행자 / 손 보실까요?
■ 박지원 / 안 보겠죠.
■ 진행자 / 일본 얘기가 나온 김에, 국정원장 재직 시절에 스가 총리 만나신 적 있으시잖아요.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를 보면서 유독 한일 관계에서 좀 끌려 다닌다는 느낌을 아무래도 받으시는 것 같아요.
■ 박지원 / 근데 뭐, 정상회담을 했건 간담회를 했건 저는 잘했다고 봐요.
■ 진행자 / 일단은 잘 만났다?
■ 박지원 / 한일 관계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지만 일본의 반성과 사과, 피해자가 납득하는 그런 해결을 해야죠.
■ 진행자 / 만나려고 시도한 건 높이 평가하신다는 거죠?
■ 박지원 / 아무래도 역사 문제가 있으니까 만나려면 치밀하게 준비를 해야 되는데, 김태효 1차장이 일단 밀어붙인 거죠.
■ 진행자 / 이번 순방의 유일한 성과가 ‘김건희 여사 무사고다’라고 하셨는데. 사실 이 무사고를 위해서 여사 일정이 대부분 비공개됐단 말이에요.
■ 박지원 / 귀신이 지나가면 발자국이 안 남지만 사람이 지나가면 발자국이 남아요. 아무리 비공개를 했다고 해도 문제가 있으면 다 나옵니다. 근데 지금까지 안 나오는 거 보면 진짜 별 문제없었다고 봐야 할 거 같고. 김건희 여사 무사고 이건 기록해야 돼.
■ 진행자 / 그거 말고는 순방에서 그래도 잘했다 싶은 게 있으시다면?
■ 박지원 / 총체적 실패지. 물론 광물 자원국 캐나다와 협력 MOU 맺고 왔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 문제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에 또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도 만들었잖아요.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다자 협력 구상이라고 하는데, 일종의 ‘탈중국’ 아니에요? 요소수 사태 같은 것이 또 반복될 수 있는 거에요. 제가 국정원장 할 때 러시아에서 무연탄 수출을 금지시켰어요. 근데 그게 시멘트 원료라 우리 건설 현장에서 한두 달 후면 시멘트가 없어지는 거에요. 그걸 메꾼 적이 있는데… 아, 이거 얘기하면 제가 국정원법 위반으로 또 잡혀가요. 하여튼 우리가 수입하고 있는 중국의 로우테크(low tech, 고도의 기술을 요하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소재나 부품)가 1000~2000가지 되는데, MSP에 의하면 중국에서 못 들어온다고요. 우리 경제 엉망이 되는 거예요. 이걸 잘해야 해요. 오늘 보세요. 환율이 어떻게 되죠? 1420원이 넘었어요.
■ 진행자 / IMF 외환위기 기시감 느끼는 국민들도 많더라고요.
■ 박지원 / 제가 그때 김대중 대통령을 도와서 극복해본 경험도 있어요. 당시 환율이 1962원.
■ 진행자 /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시네요.
■ 박지원 / 제 머리가 좋잖아요. 주가지수는 287이었어요. 지금도 기억이 새로운 게 김대중 대통령이 주가지수가 500이 넘으니까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정권 내에 1000만 넘기자, 그랬어요. 대통령이 실패하면 나라가 망해요. 김영삼 대통령이 하나회 척결하는 등 강도 높게 사정 정국을 이끌면서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지지도가 90%가 넘었어요. 그런데 경제를 등한시해서 IMF 외환위기가 왔어요. 김대중 대통령은 용서와 통합의 정치를 했어요. 당신을 사형, 또 미국으로 망명을 보낸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서 연희동으로 돌아가게 했단 말이에요. 국민 통합이 되니까 외환위기 때 국민들이 장롱 속에 넣어놓은 아기들 돌 반지까지 나라에 헌납해서 IMF 역사상 최단기에 극복했잖아요. 그랬다고요. 그런데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딱 김영삼의 길을 가는 거야, 그렇게 내가 김대중의 길을 가라고 해도.
■ 진행자 / 늘 말씀하시는 게 대통령의 성공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하시잖아요.
■ 박지원 / 제가 쓴 소리 하는 건 돕는거에요. 그렇지만 제가, 김건희 여사 나토 정상회의에 갔는데 멋있더라고요. 패션이 멋있고, 영부인의 패션은 국격이라고 칭찬을 했다가 엄청 뭇매를 맞았어요. 그런데 잘한 건 잘했다고 해야죠. 만약에 윤석열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해결하고 왔으면 우리 국민이 업고 다닐 거예요. 아무것도 못하고 와서 저렇게 MBC 핑계를 대고 있잖아요.
■ 진행자 / 한편으로 윤석열 정부가 여러 가지 실정을 하고 있는데, 민주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거는 왜 그런가요?
■ 박지원 / 많이 올랐어요. 형편없던 것을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많이 올려놨다고. 그런데 정치권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국민들이 불신하고 있는 거예요. 아무래도 안 되겠어, 진짜 내가 해야 돼. 나밖에 없어요.
■ 진행자 / 본격 선거 운동 방송 〈정치왜그래?〉입니다(웃음).
■ 박지원 / 떡 본 김에 제사를 모셔야지(웃음).
■ 진행자 / 민주당 복당 신청은 하셨어요?
■ 박지원 / 아직 안 했어요. 얘기해놨으니까, 안 받아주면 국민의힘으로 가아죠. 어떻게 됐든 민주당은 탄압을 받으면 싸우는 DNA가 있어요. 이재명 대표를 저렇게 탈탈탈 털어버리니까 ‘이건 아니다’ 하고 뭉친 거예요. 이렇게 하면 되냐 이거에요. 이번에 이예람 중사 특검, 얼마나 잘했어요. 그것처럼 이재명도 특검하고 김건희도 특검하면 돼요. 그런 문제는 특검에 보내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경제, 민생, 물가, 외교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해야지. 또 그리고 민주당은 의석 3분의2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못하니까 지금 비난을 받는 거예요. 붙으려면 야무지게 붙든지, 팩 죽어버리든지.
■ 진행자 / 복당해서 할 일이 많으시겠어요.
■ 박지원 / 내가 할 일 많아지면 또 싫어하겠지.
■ 진행자 /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좀 궁금한 질문인데, 트위터는 다시 안 하실 거예요?
■ 박지원 / 요즘은 제가 페이스북을 주로 하고. 왜냐하면 제가 이렇게 말을 많이 했어도 설화가 한 번 없었어요. 그런데 ‘트화'는 몇 번 당했어.
■ 진행자 / 유명한 밈도 있잖아요. ‘만주당을 살~’
■ 박지원 / 내가 술 먹고 누구하고 카톡 주고받다가 트위터로 잘못 갔는데, 거기다 대고 내가 ‘광주 놈들아’ 하고 욕을 했다가 날벼락을 맞았어.
■ 진행자 / 그래서 안 돌아오시는 거예요?
■ 박지원 / 모든 정이 다 떨어져 버렸어요. 그래서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방향으로 가는 거예요. 윤석열 대통령도 지금 윤석열답게, 소탈하고 솔직하게 이런 문제를 툭 털어서 사과해 버리면 된다니까요. 김건희 여사도 특검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사람들이 보세요. 지금 공권력이 선택적으로 작용하니까 기분이 나쁜 거예요. 이재명은 탈탈탈 털고 왜 김건희는 안 하냐고요. 윤석열 대통령은 태생적으로 성공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정권이에요. 첫째는 여소야대잖아요. 그러니까 국민들이 모두가 협치하라 하는데 절대 안 하니까 이 꼴이 났죠. 그 다음에 백성은 국민은 배부르고 등 따뜻해야 아무 소리 안 하는 거예요.
■ 진행자 / 이렇게나 지금 경제 문제, 국제 정세가 심각한 와중에 자꾸 실기를 하는 점이 안타까우신 거죠?
■ 박지원 / 사실상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거죠. 미국 말만 들어가지고 안 돼요. 한미 동맹은 굳건한 우리의 기본이고 외교의 출발이에요. 이걸 하면서도 중국과는 경제협력을 해야 돼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도랑에 든 소’란 말이에요. 미국 풀도 먹어야 되고 중국 풀도 먹어야 돼요.
■ 진행자 / 제가 박 전 원장님이 트위터에서 소개해주셨던 목포 맛집들 여행 가면 가곤 했어요. 청국장이랑 설렁탕, 정말 맛있었습니다. 다음 달에 출연하실 때는 맛집 소개해주셔도 좋을 거 같아요.
■ 박지원 / 윤석열 대통령은 김치찌개를 잘 끓이는데 저는 잘 끓이는 여의도의 김치찌개 집을 알아요.
■ 진행자 / 추천해 주세요.
■ 박지원 / 다음 달에 트위터에 가입하고 올게요.
■ 진행자 / 마지막으로 시청자 분들, 저희는 시청자 애칭이 ‘궁그미'라고 하는데 인사 해주시죠.
■ 박지원 / 오늘 와서 보니까 사무실이 굉장히 좋아요. 그만큼 우리 시민들이, 애독자들이 지원을 했기 때문에 오늘의 시사IN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한테 출연료를 준대요. 그래서 여기는 제가 재능기부 하겠습니다. 대신 〈정치왜그래?〉가 성공하면 출연료를 많이 받을 거예요. 그러니까 〈정치왜그래?〉가 성공할 수 있도록 구독, 좋아요 해주시길 바랍니다.
장일호 기자·최한솔·김진주 PD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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