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자 김태형의 미래기술과 인문]
세계 기술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AI 굴기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힐 앤 밸리 포럼(Hill and Valley Forum)'에서"중국은 미국의 바로 뒤에 있다"며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을 경고했다.
세계적 기술 기업인 화웨이는 AI 반도체부터 클라우드, 파운데이션 모델까지 AI 시대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적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 중국을 '모방의 나라'로 바라봤던 시각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AI만큼은 확실히 다르다. 복잡한 알고리즘 설계, 파운데이션 모델 훈련, AI 반도체 제조, 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중국은 모두 독자적으로 갖췄다. 모방을 넘어 자립의 길로, 자립을 넘어 선도하려는 의지가 뚜렷하다.
어떤 이들은 말할지도 모른다.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니, 저렇게 일사불란하게 국가 자원을 투입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맞다. 그래서 더 무섭다. AI라는 신기술이 민주주의의 속도와 조율력을 압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미 AI 분야에서 독자 기술력을 확보하고 세계 기술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과연 어디에 서 있는가?

수년째 반복되는 정부의 AI 전략
한국 정부가 내놓는 AI 관련 보고서와 전략을 보면, 수년째 같은 말의 반복이다. AI 인재 양성, 데이터 댐 구축, 디지털 플랫폼 정부 등의 키워드는 매년 재활용된다. 정부 각 부처마다 관료주의적 발상으로 AI 키워드를 이용해 예산을 확보하려 하지만, 부처의 정책은 따로 놀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AI라는 큰 바다를 향해 나가는 하나의 큰 물길이 아니라, 여러 작은 지류가 서로 흩어져 흐르고 있는 형국이다.
젠슨 황이 말했듯, AI는 하나의 독립적인 기술이 아니라,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알고리즘, 전력 관리, 데이터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통합되어야만 구현 가능한 '종합 체계'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지 못하고, 기업과 연구자의 실질적인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채 교수 중심의 연구 과제를 반복적으로 기획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재 한국의 AI 전략이 목표지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이 이미 AI를 국가의 전략 산업으로 설정하고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반면, 한국은 AI라는 이름만 붙인 수많은 중복되고 비효율적인 프로젝트에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교수들이 기획하고 정부 관료들이 승인하는 낡은 방식으로는 결코 AI 시대를 선도할 수 없다.
반가운 AI 11대 과제 제안...그렇지만
최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이러한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며, 한국의 AI 정책이 과제 나열에 그치지 않고 목표지향적이고 전략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실연은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야 하며,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같은 핵심 기술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과실연 미디어데이에서 발표된 ‘11대 AI 과제’를 보면 오랜만에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국가 차원의 AI 컴퓨팅 인프라를 글로벌 Top5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국방·안보·문화·글로벌 협력까지 포괄한 실행계획까지 담겨 있다. AI수석, AI디지털혁신부, 국가CAIO(Chief AI Officer) 같은 새로운 거버넌스 제안도 신선했다. 무엇보다 K-AI Action Plan을 영국, EU, 미국 사례처럼 구체적 실행계획으로 제안한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처럼 희망을 품게 하는 발표가 있는 한편, 현실의 정책 집행 현장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몇몇 교수 집단이 기획하고, 그들이 그대로 수주하는 반복된 과제 구조, 반면 산업과 현장은 철저히 배제된 구조. 이쯤 되면 정말 '이 나라에 전략적 사고는 존재하는가'하는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실질적, 전략적, 현장중심적 정책을
정책은 원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나침반이어야 한다.
어떤 정부의 관료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 그런 속도를 내기 어렵다. 그렇다면 적어도 전략은 명확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 독자적이고 경쟁력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국가 역량 집중
· 국가 차원의 AI 전용 인프라 구축 및 민간과 연구기관에 적극 개방
· 기업과 연구기관이 현장에서 직접 활용 가능한 '실전형 AI 생태계' 조성
· AI 기술과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 환경 마련
· AI 전문가들이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구축
이는 정부의 관료적으로 반복하는 기존의 정책과 명확히 차별화된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접근법이 할 수 있다.

이제라도 한국은 명확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목표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독자적 파운데이션 모델(광범위한 데이터에 대해 훈련된 기계 학습 또는 딥 러닝 모델)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GPU와 같은 필수적 AI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구축하여 기업과 연구자들에게 개방해야 한다. 또한, 기업과 연구자가 함께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고 학습할 수 있는 실전형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AI는 단순히 산업 발전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운명이 달린 문제다. 보고서에 AI 키워드를 반복하는 관료주의적 접근에서 벗어나, 목표지향적이고 통합적인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미래 문명에서 단순한 관객으로 남게 될 것이다.
※ 필자인 김태형은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에서 국내 최초의 한국인 유전체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초기 유전체 기업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15년간 사업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바이오 빅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바이오 AI 기업, 바이오넥서스(BioNexus)의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