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 제발 제대로 알려줘요”…이젠 스마트폰 찍으면 된다는 이 동네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2024. 10.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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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QR실험, 길거리 흡연 적발 25% 뚝
QR 찍으면 흡연구역 알려줘
담배 피울곳 찾는 흡연난민 줄고
간접흡연 감소에 시민들 호평
위반고지서엔 금연교육 QR
도입후 금연지원 신청 4배 쑥
구민들 “담배 끊는데 큰 도움”
서울 서초구 ‘금연·흡연구역 QR안내판’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웹 지도에 현 위치 반경 200m 금연구역은 파란 선으로, 흡연구역은 빨간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지혜진 기자]
“여기 있는 QR코드를 찍으시면 서초구의 금연·흡연 구역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30일 오후 3시께 방문한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서초구 흡연 단속 공무원들의 흡연 단속이 한창이었다. 이날도 50대 여성 두 명이 3호선 고속터미널역 1번 출구 옆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흡연 단속 공무원들은 즉시 여성들에게 다가가 흡연 적발 사실을 고지하고 금연교육을 이수하면 과태료를 감면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한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역 곳곳에 부착된 금연구역 QR안내판을 직접 스캔해 보이며 QR코드를 통해 흡연·금연 구역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흡연 단속에 적발된 백 모(61)씨는 “평소 담배를 피울 때 어디서 피워도 되는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는데, 앞으로 QR코드를 요긴하게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지난 9일 전국 최초로 금연·흡연 구역을 지도로 안내하는 QR 안내판을 구 내 300곳에 확대 부착했다. 지난해 6월 흡연 다발지역 98곳에 시범운영한 결과를 토대로 기능 개선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이 안내판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반경 200m 내의 실외 금연구역이 파란선으로, 흡연구역은 붉은색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버스터미널과 지하철 3개 노선, 백화점, 지하상가 등이 몰린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일대는 하루 유동인구가 80만~100만명에 달한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은 흡연 부스를 제외하면 전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야외 흡연자가 흔해 단속 적발률이 높다. 서초구의 2023년 흡연단속실적에 따르면 적발건수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총 단속건수 1만4779건 중 4684건(31.5%)이 적발됐다.

12년째 서초구 금연 단속원으로 근무 중인 이 모(62)씨는 “10년 전에는 반나절 새 40~50명이 단속됐는데, 요즘은 인식이 많이 개선돼 예전보다 적발건수가 줄어들긴 했다”면서도 “적발됐을 때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몰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제는 QR코드를 찍어 지도를 보여주며 직관적으로 금연구역을 설명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전했다.

금연구역 QR안내판 시범도입 초기인 지난해 9월에는 사람들이 QR코드를 월 775건 스캔했지만, 올해 9월에는 한 달새 1740건 이상 스캔해 누적 스캔건수 1만1670건 이상을 기록했다. 점차 구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흡연 다발지역인 강남고속터미널 인근 흡연단속건수도 부착 전(2022년 6월~2023년 5월) 5653건에서 부착 후(2023년 6월~2024년 5월) 4239건으로 약 25% 감소했다.

이보민 서초구 건강정책과장은 “구민들의 무분별한 흡연과 간접흡연을 막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흡연 적발자의 다수가 젊은층이기도 하기에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QR코드를 활용한 금연사업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서초QR금연사업’ 시리즈의 일환으로 흡연 단속 시 금연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서초구는 2022년 5월 전국 최초로 흡연 위반확인서에 ‘금연교육 QR 코드’를 도입해 적발된 금연자가 ‘금연교육 및 지원 서비스’를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금연교육 및 지원 서비스는 흡연 위반 과태료 감면 일환으로 2020년 6월 보건복지부에서 도입했다. 흡연 적발시 과태료 5만원을 내게 되는데, 온라인 강좌 3시간 이수 시 과태료 50%를, 금연클리닉 등 금연지원서비스 6개월 과정을 마칠 경우 전액을 감면해 준다.

서초구는 2022년 5월 흡연 위반확인서 양식을 개선하고 교육 신청 모바일 웹페이지를 자체 개발했다. 단속된 흡연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통해 접속하면 수강, 이수증 제출까지 원스톱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QR코드를 도입한 후 금연 교육 및 지원서비스 신청률은 4배 가까이 늘었다. 도입 전(2020년 6월~2022년 4월)에는 10.4%에 불과했지만, 도입 이후(2022년 5월~2024년 3월)에는 40%로 나타났다. 신청건수도 지난해 5673건으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특히 지난해 QR코드를 활용해 서초구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신청한 단속된 흡연자 15명 중 6명이 6개월간 금연에 성공하기도 했다.

19세부터 흡연을 시작한 김진운(58)씨는 지난해 9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흡연단속에 적발됐다. 김씨는 금연 교육을 받으면 과태료를 감면해 준다는 단속 공무원의 설명을 듣고 흡연 위반확인서의 QR코드에 접속해 서초구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6개월간 금연교육을 수강했다. 김씨는 “계속 금연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는데, 단속을 계기로 결국 꿈에 그리던 금연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처음에는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돌아보니 단속된 게 인생 최대의 행운이었고 세금이 아깝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서초구에 이어 여러 자치구도 QR코드를 이용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이번 서초 금연·흡연구역 QR안내판이 간접흡연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금연정책을 추진해, ‘건강한 도시 서초’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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