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냉기 막던 ‘제트 기류’ 병풍 뚫렸다... 최강 한파 찾아온 이유

조유미 기자 2023. 1.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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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부른 올겨울 최강 추위

갑작스러운 한파(寒波)로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이 얼어붙었다. 서울은 24일 러시아 모스크바(영하 6도)보다 낮은 영하 16.7도를 기록한 데 이어 25일 영하 18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24~26일 10년 만에 가장 춥겠다는 예보가 나왔다.

한파특보가 발령된 24일 오후 경복궁을 찾은 관광객들이 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다. 2023.1.24 /연합뉴스

지난 22일 중국 최북단 지역인 헤이룽장(黑龍江)성 모허(漠河)시는 영하 53도까지 수은주가 내려갔다. 중국 기상 관측 사상 최저 기온이다. 지난 연말 미국에도 기록적인 한파가 닥쳤다. 지난 12월 23일 미 시카고 등의 체감 기온은 영하 50도 아래로 떨어졌고, 뉴욕 맨해튼은 오전에 영상 12도였다가 두어 시간 만에 영하 12도로 급전직하하는 기후 이변이 일어났다. 반면 유럽에서는 이달 초 스위스 알프스 기온이 관측 이후 최초로 1월에 20도를 넘어서는 등 한겨울 이상고온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번에 우리나라 등 동북아 기온이 급락한 건 북극 5㎞ 상공에 머무는 영하 40도 이하 찬 공기가 북서풍을 타고 러시아와 중국 등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북극 찬 공기는 제트기류(Jet Stream)라는 공기의 띠가 감싸고 있다. 제트기류는 찬 공기가 중위도 아래로 내려가는 걸 막는 병풍 역할을 한다. 제트기류가 강할수록 찬 공기가 잘 내려오지 않는다. 반면 약해지면 내려온다. 제트기류는 기온 차가 클수록 강해지는데, 북극 기온이 올라가 북극과 중위도 기온 차가 줄면서 기류가 약해졌다. 한반도에는 이전에도 겨울이면 시베리아 찬 공기가 주기적으로 내려오면서 추위가 찾아오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일어나곤 했는데, 이렇게 제트기류가 약화되면 삼한사온 주기 온도 차이가 커진다는 게 기상학자들 설명이다.

제트기류는 한파만 몰고오지 않는다. 바람 세기가 약해지면 제트기류는 일정하지 않고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흐르는 ‘사행(蛇行)’을 보이는데, 이때 제트기류가 찬 공기를 중위도 지역으로 많이 끌고 내려올수록 그 양 옆 고기압 영역에 해당하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더 따뜻해진다. 서유럽에서 이상 고온이 나타난 게 바로 이런 효과라는 분석이다.

제트기류가 약화되는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로 북극 기온이 상승한 게 꼽힌다. 북극 빙하는 태양열을 반사하는 역할을 한다. 빙하가 녹아 바다가 드러나면 북극은 빙하로 뒤덮여 있을 때보다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게 된다. 같은 태양열을 받아도 기온이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이다. 이를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라 부르는데, 이렇게 북극 기온이 올라가 북극과 중위도 기온 차가 줄면 제트기류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학자들에 따라선 기후 변화로 인해 강해지는 북극 증폭이 제트기류를 약화시킨다는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기상청은 이번 한파가 25일 오후부터 차차 누그러져 26일부터는 평년 수준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주말인 28일엔 전국이 다시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면서 다시 강추위가 찾아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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